테슬라의 아키텍처

by 김경훈


현대 문명의 혈관을 흐르는 것은 혈액이 아니라 '전기'다. 그리고 그 혈관을 설계한 장본인은 발명왕이라 불리는 에디슨이 아니라, 크로아티아 출신의 잊혀진 천재 니콜라 테슬라였다. 그는 직류(DC)의 한계를 넘어 교류(AC)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인류에게 빛을 선물했다.


그러나 시각장애인 연구자에게 테슬라의 유산은 '빛'이 아닌 '소리'와 '진동'으로 감각된다. 냉장고 모터의 낮은 저음, 컴퓨터 본체의 고주파음, 전철이 승강장에 진입할 때 느껴지는 공기의 미세한 파동.

테슬라가 꿈꾸었던 '보이지 않는 에너지의 흐름'은 역설적으로 시각이 차단된 이들에게 가장 실체적인 감각으로 다가온다. 본 연구는 테슬라의 발명품들이 21세기 시각장애인의 생태계 속에서 어떻게 변주되고 있는지, 그 현상학적 의미를 고찰하고자 한다.



테슬라는 1898년, 전파를 이용해 장난감 배를 원격 조종하는 기술을 시연했다. 당시 대중은 이를 마술이라 불렀지만, 그것은 현대의 리모컨, 드론, 와이파이의 시초가 된 '무선 제어(Wireless Control)' 기술이었다.


이 '비가시적 연결'의 메커니즘은 연구자와 안내견 탱고와의 보행 과정에서 흥미롭게 재현된다.

표면적으로 둘 사이는 '하네스(Harness)'라는 물리적 가죽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 주행을 결정하는 것은 물리적 당김이 아니라, 핸들러의 음성 신호와 안내견의 인지 능력이 결합된 '무선 교감'이다. 테슬라의 보트가 전파를 수신하듯, 탱고는 "좌측", "우측", "찾아"라는 음성 파동을 수신하여 경로를 설정한다.


그러나 테슬라의 기계 장치와 달리, 이 4족 보행 단말기에는 치명적인 '자율성 버그'가 존재한다.

보행 중 길가에 버려진 '뼈다귀'라는 강력한 전파 방해 요소(Jamming)가 등장하는 순간, 중앙 통제 센터(연구자)의 무선 신호는 가볍게 무시된다. 탱고는 입력된 경로를 이탈하여 뼈다귀를 향해 급발진한다.

테슬라는 기계의 제어 가능성을 믿었으나, 생명체는 종종 본능이라는 이름의 노이즈를 통해 통제를 벗어난다. 이 순간, 완벽한 제어란 환상에 불과하며, 진정한 연결은 통제가 아닌 '타협'에 있음을 깨닫게 된다.



테슬라는 작은 진동을 규칙적으로 증폭시켜 건물 전체를 붕괴시킬 수 있다는 '기계적 공명' 이론을 주장했다. 실제로 그는 지진 발생기를 만들어 주변 건물들을 흔들리게 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이 섬뜩한 물리학 이론은 아침 지하철 1호선 객차 내에서 실증된다.

맞은편 혹은 옆자리에 앉은 신원 미상의 승객이 무심코 다리를 떨기 시작한다. 그 미세하고 규칙적인 진동(Vibration)은 강철 프레임으로 된 벤치 시트를 매개체로 하여, 옆에 앉은 연구자의 척추로 고스란히 전송된다.

시각 정보가 차단된 상태에서 엉덩이와 등근육으로 감지되는 이 진동은 마치 테슬라의 지진 기계가 작동하는 듯한 증폭된 공포감을 조성한다.


타인의 사소한 습관이 나비효과처럼 증폭되어, 옆 사람의 신경계를 붕괴시키는 현상.

테슬라가 말한 '파동 반향'은 레이더 기술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의 과밀한 공간 스트레스를 설명하는 데에도 유효하다. 연구자는 이 진동을 멈추게 하기 위해 헛기침을 하거나 자세를 고쳐 앉는 등 '역파동'을 보내보지만, 타인의 무의식은 쉽게 제어되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보이지 않는 파동으로 연결된 채 서로를 흔들고 있는 셈이다.



테슬라는 지독한 이상주의자였다. 그는 에펠탑에서 강력한 전기장을 발출해 전 파리 시민이 나아가 전 인류가 에너지를 무상으로 사용하는 세상을 꿈꾸었다. 그러나 이 '무상 공유'의 철학은 에디슨을 비롯한 당시 자본가들의 이익과 정면으로 충돌했고, 결국 그는 투자자들에게 외면받아 빈곤 속에서 생을 마감했다.


이러한 '기술적 이상주의 vs 자본의 논리'라는 대립 구도는 대학원 연구실에서도 끊임없이 반복되는 딜레마다.

연구자가 "모든 시각장애인이 접근 가능한 오픈 소스 점자 변환 기술"을 제안하며 눈을 빛낼 때, 맞은편에 앉은 지도 교수는 테슬라의 투자자였던 J.P. 모건과 같은 표정(으로 추정됨)을 짓는다.

"자네, 취지는 좋네만... 그게 과제 수주가 되겠나? 상용화 모델은 뭔가?"


교수의 지적은 잔혹하지만 타당하다. 연구비 없는 연구는 공상과학소설에 불과하다. 테슬라가 말년에 비둘기에게 모이를 주며 보냈던 고독한 시간은 연구비가 끊긴 박사 과정생의 미래와 겹쳐 보인다.

결국 연구자는 '전 인류를 위한 무료 에너지'라는 거창한 꿈을 접고, '당장 통과될 만한 실용적 논문'으로 방향을 턴다. 이것은 비겁함인가 아니면 생존을 위한 적응인가. 테슬라의 실패는 현대 연구자들에게 "이상은 높게 갖되, 영수증 처리는 확실히 하라"는 뼈아픈 교훈을 남긴다.



1943년 테슬라가 뉴욕의 호텔 방에서 숨을 거두자, FBI는 그의 연구 노트와 모형들을 모조리 압수해 갔다. 그 안에 '죽음의 광선'이나 '무한 에너지'의 비밀이 있었는지는 영원히 미궁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그의 존재가 완전히 삭제된 것은 아니다. 자기장 선속 밀도를 나타내는 단위 '테슬라(T)'는 병원의 MRI 기계 속에서 그리고 연구자가 사용하는 전자기기의 스펙 시트 위에서 여전히 살아 숨 쉰다.

그는 사라졌으나, 그가 설계한 '교류'라는 시스템은 지금도 벽면 콘센트를 통해 60Hz의 진동으로 웅웅거리며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세계를 믿었던 한 천재의 삶은 보이지 않는 세계를 살아가는 연구자에게 깊은 위로가 된다.

세상은 눈에 보이는 것(가시적 성과, 돈, 외모)만을 쫓지만, 정작 세상을 움직이는 거대한 힘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흐르고 있다.

그것이 교류 전기가 되었든, 타인을 향한 배려의 파동이 되었든, 혹은 탱고와 나누는 무언의 신뢰가 되었든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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