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아지 꼬리를 잡아당기는 사서

리터러시는 '혼란'을 먹고 자란다

by 김경훈


에릭슨의 일화는 인간 심리의 허를 찌른다. 아버지가 고삐를 당길수록(정공법) 버티던 송아지는 에릭슨이 꼬리를 뒤로 잡아당기자(역설) 앞으로 튀어 나갔다.

나는 이 장면에서 나의 파트너, 안내견 탱고를 떠올린다. 안내견 훈련의 꽃은 '지능적 불복종(Intelligent Disobedience)'이다. 주인이 "앞으로 가"라고 명령해도, 눈앞에 낭떠러지가 있으면 개는 명령을 거부하고 버틴다.

이것은 일종의 역설적 소통이다. 안전(목적)을 지키기 위해 명령(수단)을 거부하는 것.

정보 서비스 역시 마찬가지다. 이용자들은 종종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거나, 잘못된 정보를 고집한다. 이때 사서(정보 전문가)가 무작정 "이게 정답입니다"라고 고삐를 당기면 이용자는 거부감을 느낀다. 때로는 에릭슨처럼 꼬리를 잡아당겨, 이용자가 스스로 "아, 내가 틀렸구나"라고 깨닫고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우회적 전략'이 필요하다.



최근 정보 리터러시 교육 현장에서 느끼는 가장 큰 장벽은 학습자의 '무관심'이다. 기술은 발전했지만, 사람들은 복잡한 검색법이나 팩트 체크 방법을 배우려 하지 않는다. "그냥 유튜브 알고리즘이 추천해 주는 거 볼래요." 이것이 대다수의 반응이다.

여기서 에릭슨의 '역설적 간청'이 유효하다. 아이 방을 더 어지럽혀서 스스로 청소하게 만들었듯이 리터러시 교육도 바뀌어야 한다.

"올바른 정보를 찾는 법"을 먼저 가르치지 말고, "잘못된 정보에 속아 넘어가는 경험"을 먼저 시뮬레이션해 줘야 한다. 딥페이크에 속고, 피싱 사이트에 낚이고, 편향된 정보로 인해 손해를 보는 '통제된 혼란(Controlled Chaos)'을 먼저 겪게(꼬리를 당김) 하면, 학습자는 비로소 외친다.

"더 이상 속기 싫어요. 제대로 된 구별법(외양간)을 알려주세요."

진정한 교육은 지식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의 '결핍'을 자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인류가 국제연합(UN)을 만든 건 평화로운 시기가 아니라 참혹한 전쟁 직후였고, 원자력 안전 기준을 강화한 건 체르노빌 사태 이후였다.

역설적이게도 '시스템(질서)'은 언제나 '재앙(무질서)'의 사생아다.

문헌정보학의 역사도 그렇다. 멜빌 듀이가 십진분류법(DDC)을 만든 이유는 도서관이 너무나 질서 정연해서가 아니라, 책을 찾을 수 없을 만큼 난장판이었기 때문이다.

정보학적 관점에서 '무질서(Entropy)'는 나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새로운 구조를 태동시키는 에너지원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정보의 홍수와 가짜 뉴스의 범람을 두려워만 할 필요가 없다. 이 극심한 혼란이야말로, 대중이 정보 리터러시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동기부여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 당사자로서 나는 이 역설을 매일 체험한다.

스크린리더가 읽어주지 않는 웹사이트(불편함)는 나에게 좌절을 주지만, 동시에 "어떻게 하면 이 정보를 들을 수 있을까?"라는 치열한 고민(혁신)을 유발한다.

만약 세상 모든 정보가 완벽하게 떠먹여 주는 형태로 제공되었다면, 나는 정보학자가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정보의 장벽(꼬리 당기기)이 있었기에, 나는 그것을 넘어서려는 의지(앞으로 가기)를 불태웠다.

물론 사회는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 하지만 교육적 차원에서는 학습자에게 적당한 '불편함(Desirable Difficulty)'을 제공하는 것이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 AI가 1초 만에 답을 주는 시대에, 우리는 의도적으로 "답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에릭슨의 아버지는 힘으로 소를 밀어 넣으려다 실패했다. 이것은 '공급자 중심'의 사고방식이다.

에릭슨은 소의 본능(반작용)을 이용해 스스로 들어가게 했다. 이것은 '사용자 중심(User-Centered)'의 사고방식이다.


정보 서비스와 리터러시 교육의 미래도 여기에 있다.

이용자들을 억지로 계몽하려 들지 마라. 대신 그들이 정보의 바다에서 혼란스러워할 때, 살짝 꼬리를 잡아당겨 주자.

"지금 당신이 보고 있는 그 정보, 정말 믿을 수 있습니까?"

그 작은 역설적인 질문 하나가 그들을 진실의 외양간으로 이끄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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