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삼킨 것은 고기인가 불안인가

돼지의 발륨과 정보 오염의 연쇄

by 김경훈

프랑스의 어느 돼지고기 가공업 현장에서 발생한 기묘한 수수께끼는 우리 시대의 시스템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돼지고기에서 배어 나오는 고약한 지린내를 추적한 결과, 그것은 죽음을 앞둔 돼지가 느끼는 극심한 공포와 불안의 결정체였다. 신경 생물학자 로베르 당체르 교수는 인간적인 해결책으로 가족과의 유대를 제안했지만, 업계가 선택한 것은 훨씬 빠르고 효율적인 정신 안정제 투여였다. 이 선택의 결과는 섬뜩하다. 돼지의 불안을 잠재우려던 약물은 고기를 통해 인간의 몸으로 흘러들어왔고, 결국 소비자는 타자의 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한 약물에 중독되는 기괴한 연쇄 고리에 갇히게 되었다.



첫째, 시스템의 효율이 낳은 독성 슬러지


문헌정보학이나 시스템 설계의 관점에서 볼 때, 프랑스 가공업자들의 선택은 전형적인 '패치(Patch) 중심적 사고'이다. 근본적인 원인인 돼지의 정서적 스트레스와 사육 환경을 개선하는 대신, 약물이라는 단기적인 보철을 통해 증상만을 가린 셈이다. 정보학에서 데이터의 신뢰성을 훼손하는 불필요한 정보나 노이즈를 '디지털 슬러지'라고 부르듯, 돼지의 몸속으로 주입된 발륨은 육질이라는 정보의 순수성을 오염시키는 생물학적 슬러지로 작용한다.


효율성만을 따지는 시스템은 종종 이처럼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생태계 전체로 확산시킨다. 돼지의 불안을 기술적으로 거세하려 했던 시도는 결국 그 고기를 섭취하는 인간의 정신 건강까지 기술 체계에 종속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것은 정보의 유통 과정에서 투명성과 윤리가 결여될 때, 그 독성이 어떻게 최종 이용자에게까지 전달되는지를 보여주는 완벽한 알레고리이다.



둘째, 정보 생태계와 육류 생태계의 기묘한 닮은꼴


최근 정보학계의 주요 트렌드 중 하나는 '정보 생태학(Information Ecology)'이다. 정보가 생성되고 유통되며 소비되는 과정이 하나의 유기적인 생태계와 같다는 이론이다. 돼지의 발륨 이야기는 이 생태계의 평형이 깨졌을 때 발생하는 '지각된 중독'의 문제를 시사한다.


우리는 매일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맛있어 보이는' 정보를 소비한다. 하지만 그 정보가 어떤 자극적인 조미료(확증 편향이나 낚시성 제목)로 가공되었는지, 혹은 제작자의 불안과 분노가 배어 있는지 알지 못한다. 가공업자들이 돼지에게 발륨을 먹여 고기의 질을 속였듯, 현대의 정보 플랫폼들은 이용자의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해 도파민을 자극하는 정보를 주입한다. 결국 우리는 정보를 읽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누군가 주입한 감정적 안정제나 자극제에 중독되어가는 셈이다. 돼지고기를 먹고 발륨에 중독된 사람들처럼, 현대인은 자극적인 정보를 소비하며 그 정보가 주는 가짜 위안에 점차 의존하게 된다.



셋째, 관찰: 우리는 어떤 칵테일을 주문하고 있는가


관찰자의 시선으로 이 비극을 바라보자면, 현대인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불안의 재활용'에 참여하고 있다. 돼지가 느낀 죽음의 공포를 발륨이라는 설탕물로 코팅해 식탁에 올리는 행위는 우리 사회가 갈등과 불안을 처리하는 방식과 소름 돋게 일치한다.


근본적인 사회 구조의 가소성을 회복하기보다 개인에게 "마음 챙김"이나 "힐링"이라는 이름의 정신적 안정제를 권하며, 시스템의 모순을 견디게 만드는 모습은 꽤 익숙한 풍경이다. 104세 과학자 구들이 임종의 순간에 "이 칵테일 정말 맛없군"이라고 일갈했던 것처럼, 우리 역시 시스템이 내미는 이 기만적인 안락함에 대해 냉소적인 농담을 던질 줄 알아야 한다. 우리가 마시는 칵테일이 진정으로 내가 선택한 맛인지, 아니면 타자의 공포를 가리기 위해 배합된 화학물질인지 구분해내는 능력이 바로 이 시대에 가장 절실한 리터러시이다.



돼지의 지린내를 없애기 위해 인간이 택한 길은 결국 인간 스스로를 약물에 결속시키는 길이었다. 진정한 해결책은 가족과 떼어놓지 않는 것, 즉 연결의 회복에 있었다는 당체르 교수의 조언은 정보 과잉 시대의 우리에게도 유효하다. 기술적인 필터링이나 인위적인 진정제보다는 정보들 사이의 맥락을 회복하고 서로의 시선을 공유하는 공동주의의 가치를 되찾는 것이 우선이다. 오늘 저녁 식탁 위에 오른 고기 한 점, 혹은 스마트폰 화면 속 기사 한 줄이 당신에게 어떤 감정을 이식하고 있는지 잠시 멈춰 서서 관찰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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