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키메데스

인류 역사상 가장 '스펙 높은' 원조 공대 형님

by 김경훈

문득 아르키메데스 형님 이야기를 다시 읽어보니, 이 분은 정말 시대를 잘못 타고난 천재가 아니라 시대를 혼자서 끌고 간 '오버스펙' 캐릭터라는 생각이 든다. 기원전 287년, 문명의 교차로였던 시라쿠사에서 태어난 이 형님의 인생은 그야말로 '유레카'의 연속이었으니까. 정보학 연구자인 나로서는 이 형님의 지식 보존 비하인드 스토리부터가 아주 흥미진진하다.



삭제된 데이터 복구의 신: 양피지 속에 숨겨진 뇌세포


아르키메데스의 논문 '부체에 관하여'가 세상에 다시 나온 과정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 1906년, 덴마크의 한 서지학자가 콘스탄티노플에서 찾아낸 건데, 이게 사실은 '중복 기록'된 문서였다. 중세의 어떤 수도사가 아르키메데스의 그리스어 필사본을 벅벅 지워버리고 그 위에 기도문을 써넣은 거다.


이건 마치 내 하드디스크에 든 중요한 연구 자료를 포맷하고 고양이 영상을 덮어씌운 꼴인데, 다행히 지운 자국을 조사해서 원래 내용을 살려냈다. 아르키메데스 형님의 지식은 망각의 늪에서도 살아남는 '좀비 데이터'였던 셈이다. 역시 본질이 담긴 정보는 어떻게든 빛을 보기 마련인가 보다.



목욕탕에서 터진 유레카: 관찰의 승리


목욕하다 말고 벌거벗은 채로 "유레카!"를 외치며 거리를 뛰어다녔다는 전설은 언제 들어도 짜릿하다. 욕조 물이 넘치는 걸 보고 부력의 원리를 깨달았다는 그 순간, 인류의 물리학은 거대한 도약을 했다.


액체 속에 있는 물체가 받는 부력은 그 물체가 밀어낸 액체의 부피만큼의 무게와 같다는 이 간단한 진리. 이 형님은 지렛대의 원리도 이론화해서 "받침점만 주면 지구도 들어 올리겠다"고 호언장담하셨다. 뻥 같지만 물리적으로는 팩트다. 수학적으로도 원주율 의 근삿값을 계산하고 구의 부피를 증명하는 등, 당시로서는 상상도 못 할 무한의 영역을 탐구했다.



시라쿠사의 아이언맨: 로마군을 탈탈 털어버린 병기들


하지만 아르키메데스의 진가는 전쟁터에서 발휘된다. 제2차 포에니 전쟁 때, 시라쿠사를 포위한 로마군을 상대로 이 형님은 혼자서 '어벤져스'급 방어전을 펼쳤다.


로마군 투석기보다 10배나 강력한 투석기를 만드는 건 기본이고, 성벽에 기중기를 설치해서 다가오는 적선을 쇠 집게로 낚아채 번쩍 들어 올린 뒤 장난감처럼 뒤집어엎어 버렸다. 게다가 거대한 포물면 거울로 태양 빛을 모아 적선의 돛을 홀라당 태워버리는 '데스 레이'까지 고안했다. 로마군 입장에서는 이게 인간의 짓인가 싶었을 거다. 거의 '고대판 아이언맨'이 시라쿠사를 지키고 있었던 셈이니까.



수학을 위해서라면 칼날 따위: 진정한 연구자의 끝


아르키메데스의 마지막은 정말 눈물이 난다. 시라쿠사가 함락되어 아수라장이 된 와중에도, 이 형님은 바닥에 그린 기하학 도형에 골똘히 빠져 있었다. 로마 병사가 나타나서 "사령관한테 가자"고 재촉하니까, "이 문제만 다 풀고 갈 테니 시간 좀 달라"고 하셨단다.


중요한 과학적 발견의 실마리가 풀리려던 찰나였는데, 무식한 로마 병사는 그걸 모욕으로 생각하고 칼로 찔러버렸다. "내 원을 밟지 마라"는 말을 남겼다는 설도 있는데, 죽음의 순간에도 지적 탐구를 멈추지 않았던 그 광기 어린 몰입. 나도 연구하다 막힐 때 이 형님의 끈기를 조금이라도 닮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아르키메데스는 단순히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 세상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법칙'을 찾아내고 그걸 실제 기계로 구현해 낸 진정한 엔지니어이자 철학자였다.


나도 매일 데이터의 바다에서 나만의 '유레카'를 찾으려 애쓰고 있지만, 가끔은 너무 결과에만 급급했던 건 아닐까 반성하게 된다. 아르키메데스처럼 칼날이 목전에 와도 "잠깐만, 이 문제 좀 풀고"라고 말할 수 있는 그 순수한 열정이 부럽다. 오늘 밤엔 꿈에서라도 지렛대 하나 들고 지구를 들어 올리는 상상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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