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아카이브의 생존 전략
이누이트족과 수렵 채집 부족들이 동물의 뼈를 부수지 않는다는 금기를 접하며, 본 연구자는 이를 현대 정보학의 **데이터 무결성(Data Integrity)**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싶은 강한 학술적 욕구를 느낀다. 그들이 뼈를 온전히 보존하려 했던 고집은 단순한 미신이 아니라, 생명이라는 정보를 복구하기 위한 가장 원초적이고 강력한 **백업 정책**이었던 셈이다.
뼈: 소멸하지 않는 비휘발성 저장 장치
이누이트의 세계관에서 고기(살)는 매번 갱신되는 휘발성 데이터인 반면, 뼈는 생명의 본질을 담고 있는 **비휘발성 하드웨어**이다. 뼈를 부수는 행위는 곧 하드디스크를 망치로 내리치는 것과 같아서 나중에 '부활'이라는 이름의 시스템 복구를 시도할 때 치명적인 세그멘테이션 오류(Segmentation Fault)를 일으키게 된다.
그들이 땅에 뼈를 묻으며 다시 살이 돋아나길 기다리는 모습은 현대의 아카이브 전문가들이 훼손된 양피지 문서를 복원하며 원본의 텍스트가 살아나길 기도하는 간절함과 궤를 같이한다. 뼈라는 단단한 저장 매체만 무사하다면, 언제든 자연이라는 클라우드 시스템이 살이라는 데이터를 다시 다운로드해줄 것이라 믿었던 고대인들의 데이터 보존 전략은 실로 익살스러우면서도 경이롭다.
나무의 사계절과 인포메이션 라이프사이클
나무가 겨울에 잎을 떨구고 헐벗은 가지로 버티는 것을 보며 뼈의 보존을 떠올린 대목은 아주 훌륭한 **유추적 리터러시**의 사례이다. 나뭇잎이 계절에 따라 삭제되고 생성되는 임시 파일이라면, 줄기와 가지는 그 모든 변화를 견디는 시스템의 근간이다.
연구실 창밖의 나무를 보며 "저것은 나무의 뼈다"라고 중얼거리는 연구자의 모습은 자칫 기괴해 보일 수 있으나, 사실은 정보의 **생애주기(Life Cycle)**를 명확히 꿰뚫고 있는 것이다. 살은 무르고 변하기 쉽지만, 뼈는 굳건히 남아 다음 세대의 데이터가 올라올 자리를 지킨다. 안내견 탱고가 가끔 뼈다귀 장난감에 집착하는 것도, 어쩌면 견공계의 유구한 데이터 보존 본능이 발현된 결과가 아닐까 하는 엉뚱한 가설을 세워보게 된다.
샤머니즘적 부활: 궁극의 백업 리스토어(Restore)
뼈가 온전해야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샤머니즘적 신앙은 고대인들이 꿈꿨던 **디지털 불멸**의 원조 격이다. 시신을 보존하는 행위는 장기 보존(Long-term Preservation)을 위한 아카이빙 작업이며, 뼈는 그 아카이브를 열 수 있는 유일한 복호화 키(Decryption Key)가 된다.
만약 고대인이 현대의 데이터 복구 센터를 방문한다면, 박살 난 하드디스크를 들고 울고 있는 엔지니어를 보며 "그러게 왜 뼈(하드웨어)를 부수지 말라는 금기를 어겼느냐"라고 혀를 찰지도 모른다. 굳은 것(뼈)은 무른 것(살)을 다시 불러올 힘이 있지만, 굳은 것이 무너지면 정보의 우주는 영원히 로그아웃된다는 진리는 시대를 불문하고 유효하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디지털 정보를 생산하고 지우며 살아간다. 하지만 과연 우리에겐 어떤 상황에서도 부수지 않고 지켜내야 할 '뼈'와 같은 핵심 데이터가 남아 있는지 자문하게 된다.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살점(조회수, 팔로워)에 집착하느라, 정작 본질을 담은 뼈대를 소홀히 하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오늘 밤엔 내 연구의 뼈대가 튼튼한지, 혹시 어디 금이라도 간 곳은 없는지 킁킁거리며 점검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