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의 디지털 진화론과 하드웨어 엑소더스

by 김경훈

소니가 TV 사업 부문의 경영권을 중국 TCL에 넘겼다는 소식은 학계와 시장에 꽤 묵직한 파동을 던지고 있다. 한때 거실의 황제로 군림하며 전 세계에 '소니(SONY)'라는 네 글자를 각인시켰던 TV 사업의 매각은 단순한 구조조정을 넘어 기업이라는 유기체가 생존을 위해 자신의 가장 상징적인 기관(Organ)을 절단해내는 **전략적 생존 투쟁**과도 같다.



하드웨어의 엔트로피와 히라이 가즈오의 결단


소니의 TV 부문은 2010년대 초반 이미 10년 연속 적자라는 치명적인 시스템 오류를 겪고 있었다. 당시 구원투수로 등판했던 히라이 가즈오는 프리미엄 라인만 남기고 나머지를 도려내는 '선택과 집중' 알고리즘을 가동하여 일시적인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시장의 엔트로피는 무자비하다. 한국과 중국의 가성비 및 기술력 공세는 프리미엄이라는 성벽마저 무너뜨렸고, 소니는 결국 **하드웨어라는 낡은 껍데기**를 벗어던지는 길을 택했다.


이것은 일종의 **'창조적 파괴'**의 전형이다. 흑자를 내고 있더라도 미래 경쟁력이 결여되었다고 판단되는 순간, 과거의 영광이라는 '매몰 비용(Sunk Cost)'을 과감히 매몰시키고 그 자본을 신사업이라는 새로운 데이터 센터로 이전하는 소니의 행보는 실로 냉혹하면서도 지적이다.



비트(Bit)의 세계로 망명한 가전의 왕


현재 소니의 매출 구조를 분석해보면 흥미로운 데이터 변이가 발견된다. 게임, 네트워크 서비스, 음악, 영화 등 디지털 콘텐츠가 전체 매출의 60.5%를 차지하고 있다. 소니는 더 이상 TV를 파는 가전 회사가 아니라, 전 세계인의 시간을 점유하는 **'콘텐츠 아카이브'**로 완벽하게 마이그레이션(Migration)했다.


최근 혼다와 손잡고 자율주행차 시장에 뛰어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들에게 자동차는 이동 수단이 아니라 **'달리는 엔터테인먼트 박스'**이자 소니의 디지털 자산이 흐르는 새로운 인터페이스(Interface)일 뿐이다. 하드웨어라는 그릇보다는 그 안에 담길 '데이터의 질감'에 집중하겠다는 소니의 변신은 물질 세계에서 비트의 세계로 거점을 옮긴 지식인의 망명처럼 보이기도 한다.



우주와 메타버스: 확장되는 소니의 가상 영토


소니가 개발한 'Favorite Space' 앱은 정보 접근성의 관점에서도 매우 도발적이다. 경기장의 선수를 29개 부분으로 나누어 추적하고, 관중이 아닌 선수의 시점에서 경기를 보게 하는 기술은 **'이용자 경험(UX)의 다각화'**를 극한까지 밀어붙인 결과물이다.


여기에 초소형 인공위성 'EYE'와 달 탐사 로봇 'SORA-Q'까지 가세한 우주 사업은 소니가 지구라는 로컬 서버를 넘어 우주라는 광활한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자사의 기술력을 동기화하려 한다는 야심을 보여준다. 비록 'Star Sphere' 서비스가 잠시 중단되는 시스템 에러를 겪고 있지만, 이러한 도전은 소니가 더 이상 1980년대의 성공 신화라는 **'데이터 중독'**에 빠져 있지 않음을 증명한다.



과거의 성공은 종종 미래의 진화를 방해하는 가장 강력한 노이즈(Noise)가 된다. 1970~80년대의 향수에 취해 도태되었던 수많은 일본 기업의 무덤 위에서 소니는 스스로의 상징을 파괴함으로써 생존의 티켓을 거머쥐었다.


소니의 이 익살스럽고도 냉철한 변신은 우리 기업들에게도 묻고 있다. "당신은 지금 낡은 하드웨어의 범퍼를 붙잡고 울고 있는가 아니면 새로운 OS로 갈아탈 준비를 마쳤는가?" 연구실의 텍스트가 현실의 기업 경영과 만나는 지점에서 나는 다시 한번 **진화하지 않는 데이터는 결국 소멸한다**는 진리를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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