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의 침묵과 립싱크의 시대

by 김경훈

올림픽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데이터 센터가 멈춰가고 있다. 2026년 밀라노와 코르티나담페초의 차가운 눈 위에서 시작된 동계 올림픽 개막식이 우리나라 시청률 1.8퍼센트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았다. 한때는 전국이 들썩이며 텔레비전 앞으로 모여들던 축제였는데, 이제는 다들 스마트폰의 알고리즘이 추천해주는 15초짜리 숏폼 영상에 더 열광한다. 인류 최대의 축제라 불리던 올림픽이 왜 이렇게 소외된 노드가 되었을까.



대중 매체라는 신의 몰락과 개인화된 취향의 알고리즘


예전에는 방송사가 보여주는 화면이 곧 세상의 전부였다. 하지만 지금은 유튜브와 오티티라는 거대한 분산형 서버가 세상을 지배한다. 닐슨코리아가 집계한 1.8퍼센트라는 수치는 단순히 시청자가 줄었다는 뜻이 아니다. 사람들이 이제 더 이상 국가가 정해준 시간에 텔레비전 앞에 앉아 공통의 데이터를 수용하지 않는다는 선언이다.


과거에는 시차가 장애물이었다면, 이제는 관심의 파편화가 장벽이다. 2022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이 18퍼센트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4년 만에 올림픽이라는 브랜드 가치는 시스템 오류 수준으로 추락했다. 사람들은 이제 전 세계가 하나 되는 거창한 구호보다는 내 취향에 딱 맞는 작은 정보 조각들에 더 가치를 둔다.



립싱크의 여왕과 알맹이 없는 메타데이터


개막식의 하이라이트여야 했던 머라이어 캐리의 공연은 이번 사태의 상징적인 장면이다. 전설적인 팝의 여왕이 보여준 성의 없는 립싱크는 현대 올림픽이 처한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겉모습은 화려하지만 속 내용은 텅 빈 데이터, 즉 진실성이 결여된 립싱크 같은 축제가 되어버린 것이다.


외신들이 지적했듯 가수의 입술과 장내에 울려 퍼지는 소리가 일치하지 않는 불일치는 우리가 기대하는 올림픽의 정신과 실제 상업화된 올림픽 사이의 괴리를 상징한다. 사람들은 이제 진짜가 아닌 것에 감동하지 않는다. 가짜 데이터는 금방 들통나기 마련이고, 한 번 신뢰를 잃은 플랫폼은 사용자의 외면을 받게 된다.



정보 리터러시의 시대와 올림픽의 미래


구글 트렌드에서 올림픽 검색량이 매년 급락하고 있다는 사실은 꽤나 의미심장하다. 이제 사람들은 올림픽이라는 거대한 담론을 비판적으로 읽어내기 시작했다. 거액의 중계권료와 특수라는 이름의 마케팅이 실제 우리 삶과 어떤 상관이 있는지 묻기 시작한 것이다.


정보 전문가의 눈으로 볼 때, 올림픽은 이제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찾아야 한다. 단순히 스포츠 경기를 보여주는 것을 넘어, 사람들이 왜 이 경기에 참여하고 열광해야 하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소스 코드를 다시 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올림픽은 정말 100년 안에 사라질 골동품 데이터가 될지도 모른다.



밀라노의 새벽은 조용했고, 머라이어 캐리의 노래는 허공을 맴돌았다. 시청률 1퍼센트의 시대는 우리에게 말해준다. 이제 더 이상 거대한 이름값만으로는 대중의 시선을 붙잡을 수 없다는 것을. 우리 삶의 리터러시가 높아질수록, 우리는 더 정직하고 더 개인적이며 더 깊이 있는 연결을 원한다. 올림픽이 다시 뜨거워지려면 화려한 무대 장치보다, 사람들의 마음속 깊은 곳을 울리는 진짜 로그 기록을 남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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