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가 잠드는 법

by 김경훈

살다 보면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세상이 너무 빠르게 돌아가서 잠시라도 눈을 붙이면 뒤처질 것 같은 공포. 하지만 잠은 유기체의 필수 조건이다. 식물조차 나름의 방식으로 잠을 잔다는데, 숨을 쉬려면 수면 위로 올라와야 하고 피부가 마르는 걸 막으려면 물속에 있어야 하는 돌고래는 대체 어떻게 잠을 잘까? 이 위태로운 경계 위에서 돌고래가 찾아낸 해답은 인문학적으로나 생물학적으로나 꽤나 경이롭다.



물과 공기 사이의 위태로운 줄타기


돌고래는 바다에 살지만 포유류다. 허파로 숨을 쉬니 물속에만 있을 수 없고, 연약한 피부를 지키려면 물 밖에서만 살 수도 없다. 어느 한 곳에 가만히 머물 수 없는 운명. 이건 마치 현대인이 일과 휴식,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는 모습과 닮았다. 돌고래에게 생존이란 곧 멈추지 않는 움직임이다.


이런 극한의 조건에서 돌고래는 수면이라는 생존의 필수 과제를 아주 독특한 방식으로 해결했다. 바로 깨어 있는 채로 잠을 자는 것이다.



반쪽짜리 잠 그러나 완벽한 꿈


돌고래의 뇌는 교대로 휴식을 취한다. 왼쪽 뇌가 잠들면 오른쪽 뇌가 몸의 기능을 통제하고, 시간이 지나면 서로 역할을 바꾼다. 좌우 반구가 번갈아 가며 당직을 서는 셈이다. 덕분에 돌고래는 수면 위로 솟구쳐 오르는 화려한 도약의 순간에도 뇌의 절반으로는 꿈을 꾸고 있을 수 있다.


이건 효율성의 극치이자 생존을 향한 처절한 적응의 결과다. 인간으로 치면 한쪽 눈으로는 보고서를 읽으면서 다른 쪽 뇌로는 깊은 명상에 잠기는 격이다. 돌고래에게 잠은 일상의 정지가 아니라, 삶의 한복판에서 이어지는 또 다른 형태의 의식이다.



제3의 뇌라는 완벽한 관리자


이런 정교한 교대 체계가 가능하려면 누군가는 시스템 전체를 조율해야 한다. 돌고래에게는 제3의 뇌라고 부를 만한 작은 신경 기관이 있다. 이 기관은 좌우 뇌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잠과 깨어남의 균형을 관리한다.


우리의 삶에도 이런 제3의 관리자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열정적으로 몰입하는 뇌와 편안하게 쉬고 싶은 뇌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감각.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삶의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영혼의 휴식을 챙기는 능력 말이다. 멈추지 않고 헤엄치면서도 꿈을 잃지 않는 돌고래의 우아함은 바로 이 관리자의 유능함에서 나온다.



돌고래의 삶은 우리에게 말해준다. 환경이 우리를 멈추지 못하게 하더라도 우리는 우리만의 방식으로 쉴 수 있다는 것을. 비록 반쪽짜리 잠일지라도 그 안에서 꾸는 꿈은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거친 파도를 가르며 꿈을 꾸고 있을 돌고래처럼 우리도 삶의 소동 속에서 나만의 휴식법을 찾아내야 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릴리트가 낙원을 박차고 나간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