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강청결제를 뒤집어쓴 락스타
1. 향수 설명
‘더티(Dirty)’는 이름과 달리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냄새’를 표방하는 러쉬의 스테디셀러다.
"더러운 냄새를 싹 가려준다"는 의미에서 지어진 이름이다.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기로 유명한데, 좋아하는 사람은 ‘시원하고 청량한 힐링 향수’라고 극찬하지만, 싫어하는 사람은 ‘치과 냄새’, ‘고깃집 페브리즈’, ‘목욕탕 스킨 냄새’라고 질색한다.
강렬한 스피어민트와 허브 향이 특징이며, 한 번 뿌리면 주변 공기를 바꿔버릴 정도로 엄청난 확산력을 자랑한다.
2. 노트 구성
탑 노트 (Top Notes): 스피어민트, 타라곤(Tarragon), 타임(Thyme)
더티의 90%를 차지하는 스피어민트가 폭발한다. 달콤한 껌 냄새가 아니다. 코가 뻥 뚫릴 정도로 맵고 화한, 생(生) 민트 잎을 짓이긴 냄새다. 여기에 타라곤과 타임 같은 허브가 섞여 짭짤하고 씁쓸한 풀냄새를 더한다.
미들 노트 (Middle Notes): 샌달우드, 라벤더
민트 폭풍이 지나가면, 의외로 부드럽고 묵직한 샌달우드와 라벤더가 나타난다. 이 때문에 마냥 가볍지만은 않고, 남자 스킨 냄새 같은 묘한 중량감이 생긴다.
베이스 노트 (Base Notes): 네롤리, 오크모스
잔향은 바다 소금기 머금은 이끼 냄새와 비슷하다. 시원하면서도 찝찝한, 혹은 땀을 씻어낸 후의 개운함 같은 묘한 살냄새가 남는다.
3. 전체적인 리뷰
"여름철 인간 에어컨."
땀 냄새, 음식 냄새, 담배 냄새 등 온갖 잡내를 잡아먹는 괴물 같은 향수다.
하지만 양 조절에 실패하면 걸어 다니는 치약이 될 수 있다.
격식 있는 자리보다는 운동 후, 혹은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 막 뿌리기 좋은 에너지 넘치고 시끄러운 향수다.
더티의 소란스러운 샤워
세상에는 조용히 다가와 말을 거는 향수가 있는가 하면, 고막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며 등장하는 향수가 있다.
오늘 만난 러쉬의 ‘더티(Dirty)’는 명백히 후자다.
그는 문을 두드리지 않는다.
그냥 발로 차고 들어온다.
"모두 주목! 내가 왔어!"라고 외치는 이 소란스러운 친구는 예의나 격식 따위는 밥 말아 먹은 펑크 락스타 같다.
과연 이 무례한 불청객을 쫓아내야 할지, 아니면 같이 춤을 춰야 할지, 얼얼해진 코를 부여잡고 그를 맞이했다.
그와의 첫 만남은 ‘폭력’에 가깝다.
스프레이를 누르는 순간, 영하 20도의 시베리아 바람이 얼굴을 강타한다.
이것은 향기가 아니다.
액체로 된 냉찜질이다.
스피어민트를 농축해서 만든 얼음 화살이 콧구멍을 뚫고 뇌까지 직행한다.
시각 정보 없이 그를 느끼면, 갑자기 누군가 내 입에 칫솔을 억지로 쑤셔 넣고 양치질을 시키는 기분이다.
"더러운 건 못 참아!"라고 소리치며 강제로 위생 검열을 당하는 느낌.
치과 의자의 공포가 되살아나는 아주 서늘하고 쨍한 첫인상이다.
정신을 좀 차리고 나면, 그가 단순한 치약이 아님을 알게 된다.
민트 뒤에는 타라곤과 타임이라는 녀석들이 숨어 있는데, 이들은 꽤나 짭짤하고 비릿한 바다 냄새를 풍긴다.
마치 양치를 하고 헹구지 않은 입으로 바닷물을 한 모금 마신 듯한 기묘한 맛이다.
그는 상쾌한 척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거칠고 투박하다.
잘 씻은 모범생 냄새가 아니라, 샤워를 막 끝내고 물기 뚝뚝 떨어지는 몸으로 뛰어다니는 야생마의 냄새다.
비판적으로 보자면, 더티는 ‘후각적 소음 공해’다.
그는 자기주장이 너무 강해서 주변의 모든 냄새를 묵살해 버린다.
고기 냄새든, 땀 냄새든, 심지어 다른 사람의 향수 냄새까지도 "다 비켜!" 하며 덮어버린다.
그는 섬세한 대화가 불가능한 친구다.
내 기분이 어떤지 묻지 않고, 무조건 "상쾌해져라! 시원해져라!"라고 주문을 건다.
우울할 틈을 주지 않는 강제적인 텐션 업(Tension up).
가끔은 그 에너지가 고맙지만, 대부분은 기가 빨린다.
최종 판결.
더티는 향수가 아니라 ‘생존 도구’다.
덥고 습한 여름, 혹은 내 몸에서 나는 냄새가 나조차 싫을 때, 나를 구원해 줄 강력한 무기다.
시각 정보 없이 그를 만나면, 파란색 페인트통을 뒤집어쓴 기분이다.
차갑고, 끈적하고, 얼얼하다.
그는 세련된 맛은 없다.
하지만 이 답답한 세상에서 가슴이 뻥 뚫리는 해방감을 맛보고 싶다면, 이 무식하고 힘 센 친구만 한 녀석도 없다.
단, 좁은 방에서 그를 만나는 건 비추천한다.
코가 마비되어 밥맛까지 사라질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