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스턴 처칠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우리는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위대한 정치가나 노벨 문학상을 받은 문장가를 떠올린다. 하지만 그런 처칠에게도 흑역사는 있었다. 1929년, 친구인 금융가 버나드 바루크를 따라 월스트리트에 발을 들였던 처칠은 주식이라는 낯선 전장에서 그야말로 처참하게 패배했다. 정계에서는 백전노장이었을지 몰라도, 차가운 숫자가 지배하는 증권가에서 그는 그저 무모한 초보 투자자에 불과했다.
전공의 장벽 : 산 너머의 풍경은 보이지 않는다
처칠은 정치적 직관으로 세계의 흐름을 읽는 데는 천재적이었지만, 주가 지수의 변동이라는 데이터는 전혀 다른 문법을 요구했다. 그는 자신의 정치적 지혜가 시장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믿었으나, 결과는 파산 직전의 절망뿐이었다.
이것은 우리에게 도메인 격리(Domain Isolation)의 중요성을 말해준다. 내가 한 분야에서 구름과 비를 내리는 재주를 가졌다고 해서 산 너머 다른 분야에서도 똑같이 비를 내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보학적으로 말하자면, 특정 분야의 고수라고 해서 모든 정보의 맥락을 완벽히 꿰뚫는 '전지전능한 리터러시'를 가졌다는 착각은 위험하다. 자신의 전문 영역 밖에서는 누구나 길을 잃을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 진정한 지혜의 시작이다.
구명조끼라는 이름의 데이터 백업
절망에 빠진 처칠에게 친구 바루크가 건넨 장부는 감동적인 반전이었다. 바루크는 처칠의 뛰어난 정치적 역량을 존경했지만, 주식 시장에서만큼은 그가 실패할 것을 정확히 예측했다. 그래서 친구 몰래 구명조끼와 같은 비밀 계좌를 만들어 놓았던 것이다.
이것은 일종의 위험 관리 메타데이터다. 바루크는 처칠이라는 인물을 분석하며 '정치적 천재성'과 '경제적 무지'라는 상반된 데이터를 정확히 인덱싱했다. 진정한 우정이란 상대의 강점을 찬양하는 것뿐만 아니라, 상대가 보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미리 파악해 안전장치를 마련해 주는 일이다. 덕분에 처칠은 경제적 파멸을 면하고 다시 정치라는 자신의 본업으로 돌아가 인류의 역사를 바꿀 수 있었다.
가장 잘하는 일에 집중하는 리터러시
일찍 성공한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목표로 삼고 끝까지 그 길을 추구했다는 데 있다. 처칠이 만약 주식 시장에서의 패배에 집착해 끝까지 그곳에서 승부를 보려 했다면 우리는 영국의 위대한 수상 대신 이름 없는 파산한 투자자 한 명을 기억했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꿈을 추구한다는 것은 단순히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 나라는 시스템이 가장 최적으로 작동하는 지점을 찾는 과정이다. 정보 리터러시 교육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많은 정보를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고유한 강점과 연결될 수 있는 가치 있는 정보를 선별하고 그 길을 묵묵히 걷는 힘을 기르는 것이 본질이다.
월스트리트에서의 처칠은 비록 '깡통'을 찼지만, 그 덕분에 자신이 진짜 있어야 할 자리가 어디인지 깨달았을 것이다. 우리 역시 때때로 남의 떡이 커 보여 낯선 산으로 눈을 돌리곤 한다. 하지만 기억하자. 내 안의 사자가 가장 용맹하게 포효할 수 있는 영토는 바로 내가 가장 잘 알고 사랑하는 나의 전문 분야다.
내가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이 내게 가장 잘 맞는 옷인지, 혹시 맞지 않는 시장에서 무모한 베팅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조용히 내 삶의 장부를 검토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