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는 오후였다.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사무실의 공기를 무겁게 내리누르고 있었다. 내 발밑에는 래브라도 리트리버 탱고가 축축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조용히 엎드려 있었다. 시각장애인인 나에게 비 오는 날은 세상의 모든 소리가 물기를 머금고 둔탁해지는 날이다. 하지만 냄새만큼은 바닥으로 가라앉아 더욱 선명해진다.
사무실 문이 열리고 젖은 우산을 접는 소리가 들렸다. 가죽 구두가 빗물을 머금어 질척이는 소리. 걸음걸이의 보폭이 좁고 불규칙했다. 아주 젊은 남자의 발소리였다. 그가 다가오자 젖은 모직 코트 냄새와 함께 미세한 나무 향이 섞인 샌달우드 향수 냄새가 났다. 르라보 상탈 향기였다.
자리에 앉으십시오. 내가 허공을 향해 말했다.
남자는 마른침을 삼키며 의자에 앉았다. 그의 심장 박동이 불규칙하게 뛰는 소리가 고요한 사무실 안에서 미세하게 느껴졌다.
제 이름은 서도진입니다. 남자가 입을 열었다. 일주일 전에 제 스승님이 돌아가셨습니다. 유명한 음향 기기 리뷰어이자 하이엔드 오디오 제작자이신 분입니다. 경찰은 작업실에서 진공관 앰프를 수리하다가 감전사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저는 믿을 수 없습니다. 스승님은 전기를 다루는 데 있어서는 강박증에 가까울 정도로 철저하신 분이었습니다. 감전이라니 말도 안 됩니다.
나는 탱고의 목덜미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타살을 의심하는 이유가 단지 그분의 꼼꼼한 성격 때문입니까.
아닙니다. 남자가 다급하게 대답했다. 스승님이 돌아가시기 전날 저에게 남긴 음성 메시지가 있습니다. 고가의 커스텀 인이어 모니터를 새로 제작하셨는데 소리의 밸런스가 기묘하게 틀어져 있다고 하셨습니다. 누군가 자신의 작업실에 들어와 기기를 건드린 것 같다고 하셨죠.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작업실 바닥에서 차갑게 식은 채로 발견되셨습니다.
나는 탱고의 하네스를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작업실로 가봅시다. 기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요.
우리는 서초동에 있는 고인의 지하 작업실로 향했다. 계단을 내려가 두꺼운 방음문을 열자 외부의 소음이 완벽하게 차단된 진공 같은 고요가 밀려왔다. 일반인들은 이 완벽한 적막을 평화롭다고 느끼겠지만 소리에 예민한 사람들에게는 고막을 짓누르는 듯한 압박감으로 다가온다.
나는 지팡이로 바닥을 짚으며 공간의 크기와 구조를 소리의 반향으로 가늠했다. 최고급 흡음재와 디퓨저가 사방에 설치된 완벽한 청음실이었다.
방 한가운데 있는 가죽 소파로 다가갔다. 공기 중에는 여전히 전기가 합선될 때 발생하는 비릿한 오존 냄새와 타버린 먼지 냄새가 미세하게 남아 있었다. 하지만 나의 신경을 곤두세우게 만든 것은 그 냄새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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