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시각을 잃은 자에게 어둠을 준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완벽한 오해다. 시각이 사라진 자리는 수만 가지의 냄새와 소리 그리고 촉각으로 채워진다. 나의 세계는 암흑이 아니라 밀도 높은 감각의 숲이다. 내 이름은 엘리야. 사람들은 나를 사설탐정이라고 부르지만 나는 그저 남들이 놓친 냄새와 소리를 쫓는 사람에 불과하다. 내 발치에는 나의 완벽한 길잡이인 래브라도 리트리버 탱고가 엎드려 있다. 탱고의 규칙적인 숨소리가 이 공간의 유일한 백색소음이다.
나는 철학을 전공했다. 진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존재한다는 명제는 시력을 잃고 난 후 나의 현실이 되었다. 오늘은 약혼자 보보와 함께 시내 중심가에 있는 최고급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을 찾았다. 나는 종종 엘리야라는 필명으로 음식 칼럼을 쓴다. 시각적 편견 없이 오로지 후각과 미각 촉각만으로 요리의 본질을 해체하는 나의 리뷰를 꽤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기 때문이다. 이곳은 최근 가장 예약하기 힘들다는 식당이었다.
안내를 받아 자리에 앉자 보보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주변 풍경을 설명해주었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톤의 원목 인테리어에 테이블 간격이 아주 넓다고 했다. 식당 안은 잔잔한 음악과 사람들이 낮게 속삭이는 소리 그리고 식기가 부딪히는 맑은 소리로 채워져 있었다. 나는 테이블보의 매끄러운 질감을 손끝으로 느끼며 웨이터가 따라주는 따뜻한 차의 향기를 맡았다.
우리가 주문한 메인 요리는 이 식당의 시그니처 메뉴인 저온 조리한 가금류와 특제 소스였다. 요리가 나오기 전 주방 쪽에서 날카로운 금속성 마찰음이 들렸다. 프라이팬을 거칠게 다루는 소리. 셰프의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다는 뜻이다.
요리가 테이블에 놓였다. 진한 닭고기 육수 냄새와 버섯의 흙내음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복합적인 향신료의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고기를 잘라 입에 넣었다. 부드럽게 찢어지는 고기의 식감 위로 소스의 맛이 폭발했다. 단맛과 짠맛 그리고 감칠맛이 완벽한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내 미각을 사로잡은 것은 그 완벽함이 아니었다. 소스 끝에 남는 아주 미세한 불협화음. 혀뿌리를 살짝 조여오는 듯한 낯선 쓴맛이었다.
내가 씹기를 멈추고 미간을 찌푸리자 보보가 왜 그러냐고 물었다. 나는 소스에 산초나 화자오 같은 마라 향신료가 들어가는지 물었다. 보보는 메뉴판에는 그런 설명이 없다고 대답했다.
그 순간 식당 한구석에서 둔탁한 소리가 났다. 누군가 의자에서 쓰러지며 테이블을 엎은 것이다. 유리잔이 깨지고 접시가 산산조각 나는 소리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사람들의 비명과 웅성거리는 소리가 레스토랑의 평화를 단숨에 깨뜨렸다.
탱고가 놀라 몸을 일으켰다. 나는 탱고를 진정시키며 보보에게 무슨 일인지 물었다. 보보는 우리 대각선 테이블에 앉아 있던 중년 남자가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고 했다. 그는 음식 평론계에서 악명 높은 독설가로 유명한 자였다. 그의 리뷰 한 줄에 식당이 문을 닫기도 하는 권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식당 지배인이 다급하게 구급차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탱고의 하네스를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보보가 위험하다며 나를 말렸지만 나는 지팡이를 짚으며 쓰러진 남자의 테이블 쪽으로 다가갔다.
사람들이 물러선 틈을 타 나는 남자의 테이블 앞에 섰다. 바닥에는 엎어진 음식의 냄새와 남자의 입에서 나온 위액 냄새가 섞여 있었다. 나는 후각을 최대한 열어 그 혼돈의 냄새를 분리했다. 그리고 바닥에 깨진 접시 파편 사이로 흘러내린 소스의 냄새에 집중했다.
내가 먹었던 것과 같은 시그니처 요리의 소스였다. 하지만 농도가 달랐다. 내 접시에 있던 것보다 훨씬 더 강하고 날카로운 냄새. 나는 장갑을 벗고 손가락을 뻗어 바닥에 튄 소스를 살짝 찍었다.
보보가 기겁하며 내 손을 잡았지만 나는 이미 소스를 혀끝에 댄 후였다.
미각 세포가 곤두섰다. 내가 내 자리에서 느꼈던 그 미세한 불협화음이 이곳에서는 거대한 사이렌처럼 울리고 있었다. 혀끝이 얼얼해지고 감각이 마비되는 듯한 차가운 고통. 이것은 향신료가 주는 기분 좋은 매운맛이 아니었다. 중추신경을 타격하는 알칼로이드계 독성 물질. 아코니틴이다. 옛날 사약의 재료로 쓰이던 투구꽃의 뿌리에서 추출한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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