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도서관의 백색소음은 거대한 직물과 같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숨을 쉬고 책장을 넘기고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한데 얽혀 포근한 침묵을 만들어낸다 나는 이 거대한 소리의 태피스트리 한가운데 앉아 있다 내 이름은 엘리야 철학을 전공하고 지금은 문헌정보학과 박사 과정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정보 리터러시 교육을 연구하고 있다 내 발밑에는 래브라도 리트리버 탱고가 턱을 괴고 엎드려 있다
보보가 아침에 타준 커피가 담긴 보온병을 매만졌다 다음 달 계산성당에서 열릴 우리의 결혼식 준비로 바쁜 와중에도 그녀는 나의 연구를 항상 지지해 준다 주차장에 세워둔 투싼의 열쇠를 주머니 속에서 만지작거리며 점자 단말기로 논문을 읽어 내려갔다
그때 도서관 사 층의 완벽한 직물에 작은 구멍이 났다 아주 미세한 불협화음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아채지 못할 소리였다 오래된 고서와 희귀 자료가 보관된 특수 보존 서고 쪽에서 난 소리 무거운 책이 떨어지는 둔탁한 소리가 아니었다 사람의 몸이 바닥에 부딪히며 공기를 밀어내는 묵직한 파공음이었다 그리고 그 직후 금속성의 날카로운 마찰음이 짧게 이어졌다 하이엔드 오디오 기기의 밸런스드 케이블 단자가 대리석 바닥에 부딪히며 나는 고유의 공명음이었다
나는 탱고의 하네스를 잡고 조용히 일어났다 서고 쪽으로 걸음을 옮기자 공기의 흐름이 미세하게 바뀌었다 서고 앞에는 도서관 사서인 정윤과 연구원 최 박사가 서성이고 있었다 두 사람의 숨소리는 얕고 빨랐다
무슨 일입니까 내가 묻자 정윤이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특수 보존 서고 안에서 김 교수님이 쓰러져 계신 것 같아요 문이 안에서 잠겨 있어요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