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능력 면접

3cm의 기적

by 김경훈

대기실의 잡음들


S그룹 신입사원 공채 면접 대기실. 이곳은 긴장감보다 기이한 소음으로 가득했다.

내 옆자리에 앉은 28번 지원자는 계속해서 손톱을 딱딱거렸다. 단순한 버릇이 아니었다. 그의 초능력은 ‘손톱 고속 성장’이었다.

‘지익, 지익.’

그가 힘을 줄 때마다 손톱이 1초에 1cm씩 자라나며 섬유를 긁는 소리가 났다. 그는 3초마다 손톱깎이로 ‘탁, 탁’ 하고 손톱을 깎아내야 했다. 바닥에는 잘려 나간 손톱 부스러기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밟으면 ‘바스락’ 소리가 날 것 같았다.


내 앞줄에 앉은 여자는 ‘정전기 인간’이었다. 그녀가 머리를 넘길 때마다 ‘지직, 따닥’ 하는 스파크 튀는 소리가 났다. 공기 중에 타는 냄새가 희미하게 났다. 그녀는 면접관에게 악수를 청했다가 감전시켜 탈락한 전력이 있어, 양손에 두꺼운 고무장갑을 끼고 있었다.


그리고 나, 35번 김민수. 나의 능력은 ‘순간 이동(Teleportation)’이다.

이름만 들으면 어벤져스급이지만, 실상은 시궁창이다. 나는 한 번에 정확히 ‘3cm’만 이동할 수 있다. 그것도 쿨타임이 10초나 걸린다. 벽을 통과하려면 벽 두께보다 내 이동 거리가 짧아서 끼어 죽기 딱 좋다. 나는 이 쓸모없는 능력을 감추기 위해 이력서 특기란에 ‘빠른 태세 전환’이라고 적었다.



라이벌의 등장


“다음, 35번 김민수, 36번 박철수 들어오세요.”


면접관의 건조한 목소리에 우리는 동시에 일어났다. 36번 박철수. 이 녀석은 소문난 인재였다. 그의 능력은 ‘염력(Psychokinesis)’이었다. 물론 그 역시 하향 평준화의 피해자였다. 그가 들어 올릴 수 있는 무게는 고작 ‘3g’이었다. 딱 A4 용지 한 장 무게다.


우리는 면접장에 들어섰다. 공기는 무거웠고, 면접관들의 펜 굴리는 소리만 ‘사각, 사각’ 들렸다. 중앙에 앉은 인사팀장은 안경을 고쳐 쓰며 우리를 훑어봤다.


“36번 지원자. 염력 소지자라고? 시범을 보여보게.”


박철수는 비장한 표정으로 테이블 위의 볼펜을 응시했다. 그는 끙끙거리는 신음 소리를 냈다. ‘으으으...’

그의 이마에서 땀방울이 떨어져 바닥에 ‘톡’ 하고 튀었다. 1분 뒤, 볼펜이 아주 미세하게, 정말 아주 미세하게 ‘달그락’거렸다.


“오, 굴렀군. 대단해. 서류 정리할 때 종이 넘기는 용도로 쓰면 되겠어.”

면접관이 감탄했다. 고작 종이 한 장 넘기는 능력에 감탄하는 세상이라니.



3cm의 승부


“다음, 35번. 순간 이동이라며? 보여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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