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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식구가 비지땀 흘려가며 차박 텐트 치는 방법

by Hoon

우리 세 식구도 ‘차박’에 큰 재미를 붙였다. 주말에 어디 캠핑장 빈자리 없나 인터넷을 뒤진다. 장마가 한창이지만 보슬비쯤이야 하며 잘도 다닌다. 아, 어제 캠핑장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돌았다는 기사를 봤다. 사회적 거리 잘 유지하며 다니고 있으니 안심하시길.


차박 입문자를 위해 아는 체 좀 해본다. 차박, 말 그대로 차를 거주공간으로 활용한 캠핑을 말한다. 오토캠핑의 부분 집합으로 보면 된다. 야영에 필요한 짐을 배낭에 짊어지고 도보로 이동하며 야영하는 것은 백패킹(Backpacking)이라고 한다. 영단어 그대로 등짐이란 뜻이다. 짐을 차량에 실어서 움직이면 오토캠핑(Auto Camping)이다. 다만 오토캠핑은 별도의 텐트를 설치하는 것까지 아우른다. 차박은 텐트 없이 차에서 잔다.


제목에 차박 ‘텐트’ 치는 방법이라고 달았다. 아니, 차에서 잔다면서 무슨 텐트가 필요하냐. 차박이라고 하지만 우리 세 식구가 SUV 차량 뒷 공간에서 함께 자는 건 무리가 된다. 그래서 차 옆에 작은 텐트를 추가로 설치한다. 차와 텐트 위로 타프(Tarp, 그늘막)도 씌운다. 차와 타프, 텐트가 우리 집 차박 패키지다. 차에서는 아내와 아이가 자고, 나는 텐트에서 잔다.


본격적인 설치법 소개에 앞서 팁을 하나 드린다. 우리처럼 텐트 옆에 차를 대는 것을 캠핑 분야 용어로 ‘사이드 주차’라고 한다. 캠핑장을 예약할 때 사이드 주차가 가능한지 미리 알아보시라. 오토캠핑장이라고 해도 주차장과 숙영지가 떨어져 있는 곳도 많다. 이런 곳에 가게 되면 식구들이 차와 텐트로 떨어져 이산가족이 될 수도 있다.


데크(Deck)냐 파쇄석 바닥이냐도 따져봐야 한다. 숙영지, 캠핑족들은 영어로 사이트(Site)라고 부른다. 사이트 바닥이 나무판자냐 돌멩이냐에 따라 텐트 설치 방법과 필요한 부속이 다르다. 뜻 그대로 반듯한 나무판자 바닥이 데크이고, 큰 바위를 쪼개 만든 돌멩이가 한자어 파쇄석이다. 취향과 기호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나는 돌멩이 바닥이 낫다. 왠지 그게 더 자연과 가깝게 느껴진다.



서두가 길었다. 본격적으로 사이트를 구축하자. 타프와 텐트를 치자는 말이다. 우리 차에는 고맙게도 자동차 회사에서 정식으로 발매해 차량과 짝을 이루는 타프와 텐트가 있다. 여기서 텐트는 차 바깥에 따로 설치하는, 그러니까 내가 자게 될 그 텐트가 아니다. 차 트렁크 문을 개방한 상태에서 차에 덧씌우는 다른 텐트를 말한다. 이걸 사용하면 차 뒤편 거주공간이 더 넓어진다.


진짜로 설치하자. 그림 그리는 순서와 같다. 큰 밑그림부터 그리고 점점 디테일을 채워간다. 타프부터 쳐야 한다. 그러기에 앞서 테트리스 게임하듯 채워 넣은 트렁크에서 짐을 모두 내린다. 돗자리를 펼쳐 텐트, 타프, 테이블, 의자, 아이스박스, 조리도구, 나머지 소도구와 먹거리를 담아놓은 상자와 바구니, 개인 배낭을 늘어놓는다. 나와 아내는 벌써부터 땀을 훔친다.


이제 타프를 꺼내 넓게 펼친다. 모서리에 팩에 걸 긴 줄이 모두 묶여 있는지 확인한다. 타프 한쪽 면 양 끝에 달린 벨크로(찍찍이) 고리를 차 천정 루프 랙(Roof Rack, SUV 차량 위에 세로로 부착된 긴 막대처럼 생긴 장치)에 건다. 커다란 타프의 한 면이 차에 의지하게 됐으니 나머지 작업은 한결 수월하다. 접혀있는 폴대 두 개를 길게 펴서 타프 반대 면 구멍에 각각 넣고 일으킨다. 아내가 폴대를 세워 잡고 있는 동안 내가 전용 망치를 두드려 바닥에 팩을 박는다. 팩이 튼튼하게 박혔다 싶으면 줄을 걸고 팽팽하게 잡아당긴다. 타프 네 귀퉁이가 공중으로 들려 넉넉한 공간이 생겼다.


이렇게만 해도 공간은 쓸 수 있지만 오늘은 추가 작업을 한다. 아직 아내 표정이 나쁘지 않다. 내 체력도 문제없다. 타프와 연결하는 쉘터(Shelter)라는 게 있다. 타프가 천정이 됐고, 차가 한쪽 벽이 됐지만 다른 쪽이 뻥 뚫려 영 허전하다. 쉘터는 나머지 벽이 되어준다. 설치는 간단하다. 쉘터 윗부분 구멍에 이미 위로 솟아 있는 차 반대 편 타프 폴대를 끼운다. 아래 양쪽만 줄과 팩으로 바닥에 고정하면 된다. 땅 위에 아늑한 마름모꼴 거실이 완성됐다.


트렁크 텐트를 설치한다. 트렁크 문을 열고 큰 골무처럼 씌우면 된다. 내가 이쪽, 아내가 저쪽을 맡는다. 둘 다 유전자를 탓하며 깨금발을 든다. 이미 타프를 걸고 있는 차 루프 랙에 텐트 위쪽 벨크로 고리도 채운다. 큰 동작으로 텐트를 씌운다. 텐트 아래쪽 양면에 길게 나와 있는 줄이 있다. 그 끝에 달린 고리를 차 뒷바퀴 펜더(Fender, 차 몸체에 앞뒤 바퀴 모양으로 둥글게 패인 부분)에 건다. 차 내부 거주공간을 만들기 위해 트렁크 텐트 문을 위로 돌돌 말아서 잠시 고정한다.



차에 잘 공간을 만든다. 차 뒷좌석 등판을 접어 편평하게 만든다. 같은 SUV라도 완벽하게 평탄화가 되는 게 있고 그렇지 않은 차도 있다. 우리 차는 다행히 풀 플랫 시트(Full flat seat)다. 내가 바닥에 매트리스를 깔면 아내가 그 위로 침구류를 정리한다. 괜히 바닥을 툭툭 쓸어본다. 오늘 밤 아내와 아이의 잠자리.


이제 내가 잘 자리를 짓는다. 나만 자면 되니까 복잡하고 큰 텐트는 필요 없다. 펼치기만 하면 뚝딱 완성이 되는 원터치 방식의 텐트를 싸게 장만해 두었다. 차에 붙여서 위치를 잡는다. 트렁크 텐트 입구와 타프 밑 가운데 밥 먹을 테이블 사이 동선이어야 좋다. 밤새 한기와 습기가 올라올 수 있으니까 땅바닥에 방수포를 먼저 깐다. 그 위로 던지듯이 팡 펼쳐지며 텐트를 놓는다. 텐트 움직이지 말라고 네 모서리를 줄과 팩으로 바닥에 고정한다. 돌바닥은 등에 배기니까 매트리스를 안에 깐다. 차에 있는 것보다 내 매트리스가 더 두껍고 푹신하다. 이 정도는 누려야지.


큰 그림을 다 그렸으니 디테일을 더한다. 돗자리 위에 늘어놨던 온갖 도구들을 제 자리시킨다. 타프 아래 가운데에 테이블을 놓는다. 테이블 뒤편에 있는 작은 텐트가 안정감을 더한다. 테이블 주위로 여행용 의자를 두른다. 세 식구니까 의자는 딱 세 개. 쉘터 안쪽으로 아이스박스와 잡동사니를 몰아 둔다. 타프 전면에는 저녁에 불 피울 화로대가 일찌감치 앉아있다. 우리 집 거실을 밝혀줄 LED 랜턴과 스탠드도 세운다. 아내는 이게 있어야 완성이라며 크리스카스 트리에서 본 것 같은 꼬마전구도 길게 건다.


아내는 이상하게 땀을 별로 흘리지 않는다. 난 속옷까지 젖은 모양이다. 유료 캠핑장엔 샤워실이 있다. 씻고 옷부터 갈아입으련다. 씻고 텐트로 돌아오니 성취감으로 가슴이 부푼다. 이 기분 그대로 아이스박스에서 시원한 캔 맥주 하나를 꺼낸다. 아, 따님은 무얼 하고 계셨느냐. 그 사이 잽싸게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물놀이부터 하고 오셨다. 한바탕 놀고 오니 집이 완성되어 있다. 난 애가 젤 부럽다. 세상 대부분의 아이는 큰 부러움의 대상이다.


이제 느긋하게 캠핑 의자에 눕듯이 앉아 쉬며 저녁 시간만 기다리면 된다. 땀은 또 한 바가지 흘려야겠지만 캠핑의 꽃, 바비큐를 해 먹어야 하니까. 오랜만에 또 아빠 실력 보여줘야 할까 보다. 근데, 내일 또 이거 어떻게 다 챙겨가지. 에라,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자. 케세라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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