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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on May 30. 2022

집 근처 캠핑장으로 부모님을 모시는 방법

  집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국공립 캠핑장이 있다. 출근하는 전철에서 창밖을 보면 신기루처럼 만날 수 있다. 실제로도 그림의 떡이다. 당첨되기가 복권 확률 못잖아서 십수 년째 가깝게 살면서도 언감생심 가보지도 못했다. 지난해엔가 아내가 웬일로 당첨이 됐는데 감염병 여파로 자동 취소되었다. 와 씨, 어떻게 당첨된 건데.. 일정을 연기해서라도 이용할 수 있게 해 주든가 우선권을 줘야지 강제 박탈에 재추첨이라니. 좋다 말았던 아픈 기억이 있다.     


  이게 뭔 소린가 싶은 분이 계실 수 있으므로. 캠핑장은 사설 캠핑장과 국공립 캠핑장으로 나눈다. 말 그대로 개인이 영리 목적으로 지은 것이냐 기초단체나 나라에서 복지 차원에서 조성한 것이냐에 따라 다르다. 가장 크게 다른 점은 바로 요금이다. 사설이 비싸고 국공립이 싸다. 사설 캠핑장은 캠핑 인구가 늘어나면서 최근에 요금이 부쩍 올랐다. 주말 기준 사오만 원 하던 것이 오륙만 원에서 칠팔만 원까지 올랐다. 그럴듯한 수영장까지 딸린 곳은 십만 원도 받는다. 그것에 비해 국공립 캠핑장은 여전히 저렴하다. 주말에 가도 일박 이만 오천 원에서 삼만 원 안팎이다.     


  그러니까 국공립 캠핑장 인기가 더 치솟는다. 요즘은 사설 캠핑장도 예약하기가 수월하지 않다. 국공립 캠핑장은 추첨제를 활용한다. 매달 정해진 날짜까지 다음 달 사용 응모를 받는다. 경쟁률은 수십 대 일에 육박한다. 기초단체에서 지은 캠핑장은 자기 지역 주민에게 우선권을 준다. 지역 주민에게 특정 물량을 먼저 공급하고 여남은 빈자리만 타 지역 주민 몫으로 추첨하는 곳도 많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내와 나도 틈틈이 추첨에 응하면서도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그러다 행운의 여신이 실수를 했다. 지난달 어느 오후 회사에서 업무 스트레스와 싸우던 중 휴대전화 메시지 알림음이 들린다. 무심결에 봤더니 “[OO호수 캠핑장] 5월 이용 당첨. 홈페이지 확인 후 48시간 이내 결제 요망 문의:XXXX-XXXX”. 우와, 나한테 이런 요행수가. 생전에 달걀 프라이 먹을 때 쌍알 한 번 나온 적 없고, 어릴 때 설탕 뽑기 하면 거북선 한 번 받아본 적 없던 나에게. 그렇게 캠핑장에 가게 됐다.     


  집에서 차로 십분 남짓 거리. 타지에 있는 사설 캠핑장 같았으면 주말 차 막히기 전에 일찌감치 운전대를 잡았을 것이다. 오늘은 유유자적, 여유만만이다. 이건 뭐 엎어져도 코 닿을 거리. 한 이백 번쯤 엎어지면 캠핑장이겠는데. 캠핑장에 도착. 입구에서 멀지 않은 자리에 차를 댄다. 관리사무실에 가서 안내를 받는다. 입실 신고서를 먼저 작성한다. 이름, 주민번호, 연락처와 동행인 정보를 적어 넣고 주의사항에 동의 체크하면 된다. 들어오면서 보니까 주차장 차단기가 자동으로 번호판을 인식했다. 이박삼일 머무는 동안 마트에 다녀오거나 자유롭게 들락날락할 수 있는지 안내 직원께 물었다. 예, 가능하십니다, 쿨한 응답이다. 체크인 끝.     


  처음 와본 캠핑장, 텐트 칠 자리를 먼저 쓱 보고 돌아온다. 입구로부터 먼 깊숙한 위치, 독립적이어서 좋겠다 싶었는데 웬걸. 짐을 실어 나르려니 그 거리가 부담스럽다. No pain, no gain. 세상에 공짜는 없다. 관리사무실 앞에 비치된 수레를 가져온다. 주차장에 있는 차부터 텐트 자리까지 캠핑 용품을 잔뜩 싫어 인력으로 옮긴다. 아직 시작도 못한 건데 땀이 삐질삐질 솟는다. 사설 캠핑장이었으면 텐트 바로 옆에 주차하는 이른바 ‘사이드 주차’가 가능했을 것이다. 그게 그렇게 편한 거였구나. 사설 캠핑장 이용료가 비싼 것에 어느 정도 수긍한다. 잔머리를 굴린다. 아직 수레 쓰는 사람이 많이 없다. 나 하나 아내 하나, 두 대를 한꺼번에 쓴다. 가벼운 침구류를 수레에 싣는 아내에게 “가벼운 것만 옮기시는구먼!” 했더니 발끈한 아내가 무거운 캠핑 박스를 수레에 쌓는다. 적절한 승부욕 자극은 작업 속도를 높인다.     


  데크 9번. 우리 자리다. 이곳 캠핑장 데크 규격은 사 곱하기 사 미터다. 위에 텐트를 올려 설치할 수 있는 나무 널빤지를 데크라고 부른다. 오늘은 새 텐트 장비를 개시하는 날이다. 이너(Inner, 안쪽) 텐트 앞에 전실(前室) 공간이 있는 거실형 텐트는 여름에 쓰기 곤란하다. 통풍이 안 돼서 덥다. 날 더워지면 텐트를 바꾼다. 타프라고 부르는 커다란 그늘막 아래에 간단하게 자립시킬 수 있는 돔형 텐트를 설치한다. 얼마 전 타프 밑에 연결하면 전후좌우 사면에 천막 벽이 돼주어서 더 안락함을 제공하는 ‘타프 스크린’이라는 장비를 장만했다. 돈이 있어도 수요가 몰려 살 수 없는 물건, 장장 2년을 기다려 어렵게 득템 했다. 창을 걷어 올리면 그물망만 남아서 바람은 통하고 날벌레는 막아주는 여름날 최적의 캠핑 요새가 된다.     


  타프를 먼저 친다. 아내가 장대 같은 폴대를 잡고 있는 동안 땅바닥에 텐트 팩을 망치로 박는다. 앞뒤 가장 긴 폴대만 세우면 타프 절반 이상은 설치한 것이다. 네 귀퉁이 모서리에 보조 폴대를 마저 세우면 완성이다. 이제 타프 스크린을 연결한다. 헤매지 않으려고 엊저녁에 동영상 플랫폼을 열심히 보고 왔다. 완성이 된 타프의 앞뒤 긴 폴대를 하나씩 내려 스크린 고리를 하나씩 건다. 모서리 보조 폴대까지 내려 고리를 걸면 타프 스크린 설치 완성이다. 땀이 줄줄 흐른다. 첫 개시. 타프 스크린을 완성하고 한 걸음 물러서 보니 커다란 우유갑이 우뚝 섰다. 이게 끝이 아니다. 잠 잘 공간, 작은 돔텐트를 안에 세워야 한다. 돔텐트 설치는 비교적 간단하다. 폴대를 엑스 자로 교차하고 텐트 고리를 차례로 걸면 스스로 선다. 테이블과 의자를 펼치고 캠핑 박스며 먹을 것 들어있는 비닐 가방 따위를 한쪽 면에 정리한다. 그러는 동안 아내는 이너텐트 바닥을 푹신하게 할 매트리스와 전기담요를 펼쳐 깐다.     


  두 시간이나 걸렸다. 체크인하고 짐 옮기는 데 삼십 분, 텐트 설치하고 짐 정리하는 데 한 시간 반. 집에서 가까워서 좋았는데 점심 먹고 출발해서 설영(야영지를 조성)까지 마치니까 먼 데 있는 사설 캠핑장에서의 일정과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 이번 캠핑은 특별한 계획이 있다. 오늘 저녁은 부친과 모친, 내일 저녁은 장모님이 캠핑장을 방문한다. 주무시고 가시진 않고 저녁만 드시고, 캠핑장 맛만 보시고 잠은 편안한 집에서 주무실 계획이다. 이따 딸아이가 보습 학원 수업을 마치고 나오면 친할머니, 할아버지가 차로 픽업해서 이리로 오기로 돼있다. 출발할 때 전화하시라 얘기해 두었다.     


  우리 출발한다, 모친 전화를 받았다. 화로대를 펼쳐 바비큐 숯을 올린다. 야채 씻어 오면 돼? 아내가 묻는다. 어어. 가스 토치에 불을 댕겨 숯으로 가져간다. 그러기를 삼사십 분, 왔어도 벌써 왔어야 할 시간. 아내가 주차장으로 나가 있겠단다. 어어. 잠시 후 가운데 걷는 아이 손을 양쪽에 잡고 여성 삼대가 걸어 들어온다. 아버지가 저 뒤에 떨어져 천천히 걸어온다. “왜 이렇게 오래 걸리셨대, 엄마?” “아니 네 아버지가 내비게이션 놔두고 이 길로 가라 저 길이 맞다 하는 바람에..!” 안 봐도 비디오다. 운전면허가 있는 모친은 길치에 방향치다. 조선 팔도 지리가 눈 감아도 환한 아버지는 정작 면허가 없다. 두 내외는 차를 끌고 나서기만 하면 싸운다. 수십 년째 보는 상황이다. 아버지가 공연히 휴대전화를 꺼내 이곳저곳을 사진으로 담는다. 텐트 크고 좋네, 화제 전환용이다.     


  숯이 뻘겋게 달아올랐다. 돼지 목살 몇 덩이를 석쇠 위에 올린다. 치익, 남의 살 타는 소리에 군침이 돈다. 타닥타닥, 숯불 튀는 소리가 장단을 맞춘다. 유독 짐이 많았다. 사람이 다섯 명, 의자도 그만큼 있어야 옹기종기 붙어 앉아 오붓한 식사를 나눌 수 있다. 내 고기 굽는 실력은 온 가족이 인정한다. 고기도 여러 종류로 준비했다. 목살에 양념 돼지갈비, 소막창까지 코스로 구워낼 셈이다. 할머니는 운전해서 귀가해야 하니까 무알콜 맥주, 우리 내외는 유알콜 맥주, 할아버지는 맹물, 손녀는 과일 맛 음료로 ‘짠’ 한다. “너희 세 식구가 이렇게 캠핑 다니는 거였구나. 정말 좋다 좋아. 그래 사는 게 별 건가. 이게 찐 행복이지.” 모친이 신조어를 곁들인 방문 소감을 저절로 내놓는다. 아버지가 말없이 고기를 한 쌈 싸서 오물오물 드신다. “아부지 많이 들어요.” 무심하게 한 마디 던진다.     


  배부르다. 간단하게 테이블을 치운다. 아내가 참외를 깎는다. 포크에 찍어 시아버지, 시어머니께 드린다. 그 모습이 고맙다. 딸아이가 새로 익힌 댄스 안무를 공개한다. 옆 텐트에서 방해되지 않을 정도로만 음악을 재생한다. 엄마와 할머니가 템포에 맞춰 손뼉을 친다. 할아버지는 또 휴대전화를 가로로 든다. 아이 학교, 학원에서 있었던 얘기, 나랑 아내 회사에서 있었던 일, 지난번 세 식구 캠핑 다녀온 것, 첫 캠핑 때 조악한 장비로 뭣도 모르고 떠났다가 물난리에 고생했던 일까지 얘기하느라 여름밤이 훅훅 깊어 간다.     


  밤 아홉 시 반. 이제는 모친과 부친 갈 시간. 주차장까지 아들 내외와 손녀가 마중 나간다. 헤드라이트가 켜지고 차가 천천히 움직인다. 엄마, 운전 조심해. 아부지, 가는 길엔 엄마랑 싸우지 말고요. 고개를 짐짓 끄덕이신다. 운전석 창문을 내려 모친이 손을 흔든다. 우리 간다, 오늘 저녁 무지 행복했어, 조심히 있다 와, 애 위험하게 놀지 않게 하고, 너희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말고. 큰 도로가 면한 길, 그 끝에 닿은 어둠 속으로 단정한 흰색 승용차 한 대가 빨려 들어간다. 아이 손을 양쪽으로 잡고 엄마, 아빠 세 식구가 텐트로 돌아온다.     


  둘째 날 아침이 밝는다. 아침은 즉석식품으로 된 밥과 국, 반찬. 조리법은 두 가지뿐이다. 전자레인지에 데우거나 코펠에 부어 가스버너로 끓인다. 통조림은 뚜껑만 열면 된다. 즉석밥, 엄마 아빠는 즉석 우거짓국, 그거 안 좋아하는 아이는 즉석 미역국. 메추리알 장조림과 깻잎 무침, 야채 참치와 볶음김치는 통조림이다. 조미김까지 곁들인다. 탁자 위에 늘어놓고 보니 다 더하면 시켜 먹는 값과 큰 차이 없겠다 싶다. 그래서 점심은 캠핑장 밖에서 사 먹었다. 입구 초입에 메밀 막국수 식당을 봐 두었다.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손님이 빽빽하다. 시원한 물막국수 둘에 꿩만두 하나. 점심 생각 없다던 아이가 제일 잘 먹었다. 강원도에서 자라서 막국수 역시 솔푸드 중에 하나인 아버지도 언젠가 한 번 모시고 와야겠다.     


  아이가 심심해 죽겠단다. 가까우니까 집에 가서 스케이트보드 갖다 달라고 조른다. 마지못해 운전대를 잡는다. 집에 간 김에 개운하게 샤워도 하고 오면 되겠다. 캠핑장 가까우니까 이런 이점이 있네. 정작 가져온 스케이트보드는 얼마 타고 놀지도 못했다. 캠핑장 직원분이 아이에게 “여기서 그거 타고 놀면 안 돼요.” 했단다. 유치원생 꼬마들은 세 발 달린 킥보드 잘만 타고나는데 나는 왜 안 되냐고 입이 죽 나왔다. 걔들이랑 너랑 같니. 어느덧 댁에 계신 장모님 모시러 갈 시간이다. 주차장으로 나가며 입구 안내판 사용수칙을 보니 “캠핑장 내에선 자전거, 스케이트, 킥보드 등을 이용할 수 없습니다.”라고 쓰여 있다. 저게 맞지. 그런 것 타고 놀다 다치거나 다치게 하면 여러 사람이 곤란하지.     


  장모님 댁도 가깝다. 시동을 켜고 전화를 건다. “장모님 Hoon 서방인데요, 지금 모시러 갈게요. 20분 채 안 걸릴 것 같아요. 도착하면 전화드릴게요.” 시간 걸린다고 말씀드렸지만 장모님은 지금부터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와 기다리고 계실 거다. 어른들의 시간관념은 젊은이들보다 늘 이삼십 분 앞선다. 장모님을 조수석 뒷자리 상석으로 태운다. 장모와 사위가 짧은 이동 중에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다. 장모님 표정이 소풍 가는 딸아이처럼 들뜨고 설레는 듯하다. “캠핑장 말로만 들어봤지, 가본 적이 있나. 집 나가면 고생인데 Hoon 서방 세 식구 어떻게 다니나 궁금하긴 했지.”     


  장모님을 텐트로 이끈다. 할머니! 엄마! 또 다른 모녀 삼대가 상봉한다. 텐트가 무척 크다며 장모님이 흠칫 놀라신다. 이 정도는 기본이야, 아내가 우쭐거린다. 오늘 저녁 메뉴는 샤부샤부다. 밀키트는 라면에 이은 인류 최대의 발명품이다. 고기며 채소, 버섯까지 먹기 좋은 크기로 모두 손질이 돼있다. 흐르는 물에 한 번 씻기만 하면 된다. 그걸로 부족할까 싶어 전복과 가리비도 준비했다. 이른바 소고기 해물 샤부샤부다. 가리비는 아까 장모님 모시러 가기 전에 생수에 소금을 풀어 해감을 해둔 상태다. 전복은 쓰지 않은 칫솔로 깨끗하게 닦는다. 시커먼 배가 뽀얘졌다. 소스는 3종. 밀키트에 들어있는 초간장과 스위트 칠리소스 말고도 땅콩 소스까지 따로 챙겨 왔다.     


  입 짧은 장모님이 많이 드셨다. 마지막에 죽까지 코스로 끝냈다. 먹고 남은 국물에 즉석밥을 데우지 않고 자박하게 끓인다. 밥이 부드럽게 풀어지면 미리 풀어놓은 계란과 참기름을 두른다. 팁 하나, 계란은 따로 풀어서 둘러야 한다. 냄비에 바로 깨뜨려서 섞으면 계란국에 든 그것처럼 밥과 잘 섞이지 않는다. 휘휘 정성을 들여 저으며 김 가루를 뿌리면 완성이다. 아내가 어제저녁에 이어 다시 참외를 깎는다. 모녀 사이에 어제보다 더 풍성한 대화가 오간다. 돌아가신 장인어른과 아내 친할머니, 그러니까 장모님 시집살이시킨 시어머니, 아내에게 상냥했던 이모님, 얄미운 고모, 얼마 전 태어난 아내의 조카이자 손위 처남 아들, 그 엄마인 아내의 올케, 건강이 안 좋으시다는 작은 아버님까지 여러 친인척이 다과상에 오른다.     


  장모님이 하품을 하신다. 집에 모셔다 드려야 할 시간이다. 딸, 손녀와 주차장에서 석별의 정을 나눈다. 올 때처럼 상석으로 모신다. 가는 길은 올 때보다 더 짧게 느껴진다. “Hoon 서방, 오늘 애썼어. 덕분에 캠핑장도 와 보고 즐거운 시간 보내다 가네. 저녁도 너무 맛있게 먹었고. 고맙네 장모가.” 뒷자리에 탄 장모님이 수줍게 속마음 꺼내신다. 뭘요, 부족한 사위가 평소에 잘 못 모셨죠. 금세 도착. 먼저 내려서 차문을 열어드린다. 장모님 푹 쉬세요, 운전 조심하고. 인사말을 주고받으며 공식 일정을 마무리한다.     


  차를 몰아 캠핑장으로 돌아간다. 초여름 밤, 한산해진 도로를 달리며 생각한다. 두 집 어른들 더 기분 좋게 해드리고 싶다. 그러려면 딴 것 없고 우리 세 식구가 도란도란 행복하게 사는 모습 보여드리는 게 최선이다. 그러면서 또 생각했다. 주말 이 시간 어려운 확률을 뚫고 저곳 캠핑장에서 가족들과 여가시간 보내는 사람들은 모두 더없이 선택받은 사람들이라고. 행복의 조건에서 단 하나라도 어긋나면 오늘 같은 충만한 한 때는 정말로 누리기 어려운 거라고. 행복의 조건, 아픈 식구 없이 생업 사이 휴식과 이따금 특별한 지출이 가능할 것. 그 조건에 겨우 충족함을 감사하며 조심스럽게 운전대와 가속 페달을 조작한다. 그러기를 잠시, 아 내일 철수는 또 어떻게 한담. 와 저 한 살림 수레에 실어서 차 있는 데까지 나르려면? 집에 가서 차에서 내리고 또 집까지 올리려면? 그거 다 정리하고 치우려면? 집 나가면 고생이 아니라 집으로 돌아와서도 고생이다. 그거 싫으면 캠핑 못 하는 거다. 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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