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직장 선배들은 신성한 술자리에서 누가 일 얘기라도 꺼낼라치면, “거 술맛 떨어지게 공장 얘기는 하고 그러냐?!” 나무랐다. 나는 우리가 일하는 방송국, 회사의 느낌을 앞세우자면 방송사를 너나없이 피땀 흘려 일하는 생산 노동자들의 일터로서 그저 ‘공장’이라고 칭하는 은유가 좋았다. 위아래 없는 평등한 생업의 현장, 왠지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듯해서 이끌렸다.
코로나 시국 때부터 내가 속한 회사 본부는 화상 회의 서비스를 이용해 월례 워크숍을 거행한다. 대여섯 명의 팀장들이 업무 안팎의 소식과 사정을 여타 본부원들과 공유하는 순서도 마련돼 있다. 나도 달포 만에 또 몇 마디 지껄여야 한다. 내달이 그믐. 마지막 워크숍은 오프라인에서 치르는 본부 송년회로 갈음할 것 같다. 나름 챙기고 다듬어서 한 마디 떠들려고 한다. MZ들도 많은데 너무 장황해선 안 되겠고, 딱 3분 내외로 끊어야 한다. 그러려면 발언의 서사를 예비하는 정성쯤은 큰 수고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