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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밍아빠 Mar 10. 2019

놀이동산에서 만난 사람들

과거의 모습들

주말에 가족들과 놀이동산에 다녀왔다. 지방 소도시에 있는 작은 놀이동산. 어린 시절 부모님의 손을 잡고 갔던 곳이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그곳에 몇 번이고 갔다.


시간이 흘러 나는 아빠가 되었고, 딸아이를 데리고 그곳에 갔다. 아이가 즐거워하며 뛰어다니는 모습에서 어린 시절 나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리고 흐뭇하게 미소 짓는 나에게서 부모님을 떠올린다.


3시간만 놀기로 약속하고 들어갔으나, 벌써 5시간이 다 되어간다. 다리가 아프다.


놀이공원 자체를 즐기는 즐거움이나 연애할 때 느끼는 설렘도 없다. 하지만 딸아이가 즐거워하는 것을 보면서 흐뭇함을 느낀다. 가족들과 오롯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에 가장 노릇을 했다는 안도감이 든다.


부모님 세대는 어릴 때 놀이공원 같은 호사를 누리지 못했지만 자식들에게 누리게 해 주었다. 어린 시절 놀이기구를 타기 전 손을 흔들던 부모님의 손을 끌어당겼다.


"아빠는 같이 안타요?"

"아빠는 저런 것 안 탄다"


정말 저런 것을 타본 적이 없어서 그랬을지 모른다. 한 번도 접하지 못한 놀이기구가 낯설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지만 아이들만 타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30대의 내 또래 부모들은 다르다.


"아빠는 같이 안타요?"

"아빠는 어릴 때 많이 타서 안 탄다"

"그래도 같이 타요"

"그럼 오랜만에 타볼까?"


어린이들이 타는 열차를 딸과 함께 탔다. 딸은 처음 타는 열차에서 연신 비명을 질렀고 즐거워했다. 나는 열차를 타는 내내 어린 시절 내 모습과 손을 흔들며 사진을 찍어주던 부모님의 모습과 조우했다.




자신은 누리지 못한 것을 자식들에게 누리게 해 주던 부모님. 내가 누리던 것만큼 자식들에게 누리게 해주지 못하던 나 자신. 부모님과 딸에게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든다. 부모님께도 딸에게도 더 잘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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