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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밍아빠 Jul 10. 2017

TV가 없는 삶이란

딸에게 책 읽어주기

퇴근 후 새로운 일과가 생겼다.


딸에게 책 읽어주기!


얼마 전 영유아 검진을 받았는데 딸아이의 시력이 좋지 않았다. TV와 스마트폰 탓인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내와 의논을 해서 TV가 고장 났다고 하고, 셋톱박스 전원을 빼버렸다.


덕분에 딸아이가 밖에서 뛰어놀고, 책 읽는 시간이 늘어났다.


퇴근하고 가끔 책을 읽어주던 것이 이제는 하루 일과가 되었다.

별 것 아니라 생각될지 모르겠지만, 하루 종일 회사에서 일한 것과 맞먹는 정신력과 체력이 소모된다.




혼자서 편하게 앉아서 눈으로 읽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1) 큰소리로 1인 다역을 해야 한다.

나는 엄마, 아빠가 되기도 하고, 왕자님, 공주님이 되기도 한다. 오리나 늑대 같은 동물이 되기도 하고, 제우스나 헤라클레스 같은 신이 되기도 한다. 목소리가 똑같으면 클레임이 들어오고 다시 연기를 해야 한다. 흡사 뮤지컬 배우가 된 것 같다.


2) 책 읽는 중간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해야 한다.

이야기의 진도가 안 나간다. 중간에 그림에 대한 질문, 주인공에 대한 질문, 관계없는 질문이 쏟아진다. 처음에는 잘 대답해주다가 이러다가 책 한 권당 1시간이 걸릴 것 같아서 재빨리 이야기를 전개한다.


3) 책을 들고 눈높이에 맞게 읽어야 한다.

아이의 시선과 나의 시선이 일치하려면 나의 얼굴 높이로 책을 들고 읽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팔도 아프고, 목도 아프다. 아빠 무릎에 앉으려는 딸과 실랑이를 하면 어김없이 땀이 흐른다.


4) 다 읽었다고 방심할 수 없다.

다른 책을 읽어달라고 하거나, 재밌다면 처음부터 다시 읽어주기를 요구한다. 재빨리 다른 책을 소개하면서 관심을 끌어야 한다. 책 한 권을 반복해서 읽는 것은 너무 지루하다.




보통 한자리에서 3~4권을 읽어준다. 책을 읽다가 졸기 일쑤다. 딸에게 미안하지만 원하는 만큼 읽어줄 수는 없다. 아빠는 내일 출근하고, 딸은 유치원에 가야 한다. 잘 달래서 재워야 한다.


나는 분명 책을 읽어주고 딸아이를 재웠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가장 먼저 잠이 들고, 딸과 아내가 잠자리에 든다. 피곤하지만 동화책을 읽어주는 것은 아이에게 분명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아빠와 책에 대한 친밀함이 동시에 생기지 않겠는가?




가까운 미래에 딸아이가 글을 깨우치고 함께 손잡고 도서관에 가길 기대한다. 그때는 우리 나란히 앉아서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읽자꾸나. 그때까지 아빠가 열심히 책 읽어줄게^^  





※ 이미지 출처 : 네이버 린포스트 블로그(http://blog.naver.com/rinpost/120180058117)

5살짜리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은 이미지처럼 결코 평화롭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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