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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밍아빠 Apr 02. 2019

아빠 집에 놀러 가도 돼?

지난주 목요일 저녁 엄마의 손을 이끌고 딸이 나의 자취방을 찾았다. 아내 회사의 창립기념일, 나의 연차로 가족들과 함께 길고 행복한 주말을 보낼 수 있었다.


주말부부 생활도 어느덧 6개월에 접어든다. 처음에는 전혀 못할 것 같았지만 아내도, 나도 시행착오를 겪으며 적응해가고 있다. 퇴근 후 가사와 육아가 고스란히 아내의 몫이 되어서 미안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대신 주말에는 육아와 가사에 집중하며 최대한 아내의 자유시간을 보장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여행이 꼭 대단한 것은 아니잖아

주말여행 계획을 세우다 말고 아내가 제안했다.


"슈밍이 데리고 당신 집에 놀러 갈까?"

"좋아. 봄이니깐 나들이하기 좋을 거야"

"맛집하고 놀거리 좀 알아봐"

"그래, 내가 찾아볼게"


딸아이도 좋아했다.


"주말에 전에 갔던 아빠 집에 놀러 가려는데 어때?"

"좋아. 아빠 집 놀러 갈 거야"

  

그렇게 나의 자취방은 주말 펜션으로 변신했다.



 저 이번 주말에 아빠 집에 놀러 가요

딸은 뭐가 그리 신났는지 유치원이고, 친구들에게 아빠 집에 놀러 간다고 자랑을 했다.


'아빠 집? 아빠 집이라니..'

'따로 사는 건가? 이혼했나?'


이런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큼 딸아이는 '아빠 집'을 2주 전부터 입에 달고 살았다. 놀러 오기 며칠 전 말을 안 듣는 딸에게  


"이렇게 말 안 들으면? 아빠 집에 못 오게 할 거야"


딸아이는 그만 꺽꺽거리며 서럽게 울어버렸다. 그만큼 기대를 많이 했기 때문일까? 너무 마음이 아파서 아내와 나는 딸아이를 꼭 안고 다독여줬다.


"미안해, 정말 그럴 리가 없잖아"


여기가 쓸쓸했던 내 자취방이 맞나?

아내와 딸아이는 따뜻한 이불 위에서 편하게 누워서 TV를 보면서 깔깔거렸다. 주말에만 허락된 TV 시청과 여행 온 분위기에서 마음껏 먹는 간식이 만족스러웠는지 딸아이는 연신 행복한 표정이었다.



고요하고 휑했던 방은 딸의 장난감과 여행 짐으로 어질러졌다. 가족의 웃음소리와 시끌벅적함이 자취방이 다른 장소인 듯 착각이 들게 했다. 역시 장소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함께하느냐가 더 중요한가 보다.  


1박 2일만 놀다가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으나, 더 머물고 싶어 하는 슈밍이 덕분에 2박 3일을 머물렀다. 며칠 후 혼자 돌아온 아빠 집은 왠지 포근하고 밝아진 느낌이었다. 아직 가족의 온기와 자취가 남아있어서가 아닐까?


가족들과 일찍 벚꽃놀이를 즐겼어요


※ 퇴근하고 혼자 어두컴컴한 자취방에 들어가기 싫을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가족들이 다녀간 뒤 곳곳에 함께한 추억들이 남아있어서 미소를 짓곤 합니다. 역시 아빠에게 가족들은 에너지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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