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의 첫사랑?
선물같은 시간. 소소한 행복
오랜만에 평일 저녁에 퇴근하고 집으로 왔다. 집에서 가까운 지사에서 업무를 마친 덕분이다. 근무지가 멀어서 주말부부를 하는 우리 가족에게 평일날 다 같이 모인다는 것은 선물 같은 일이다.
저녁을 먹고 아내에게 말했다.
"우리 공원에 산책 가는 건 어때? 가볍게 걷고, 커피도 한잔 마시고.."
"아빠, 난 킥보드 탈래요"
조금 피곤해 보였지만, 아내는 미소를 지었다. 밤공기가 선선해서 걷기에 좋았다. 공원을 걸으며 아내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 딸아이는 신나게 킥보드를 탔다. 이런 게 소소한 행복인가 싶었다.
집 앞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40분쯤 걸었을까? 집 앞 카페로 향했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딸아이가 먹고 싶은 쿠키와 음료를 사줬다. 간절한 눈빛으로 스마트폰 동영상을 보고 싶다기에 기분이다 싶어서 보여줬다. 그동안 아내와 이런저런 대화를 할 수 있을 테니깐..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면서도 입가에 부스러기를 잔뜩 묻히며 쿠키를 먹던 딸이 마냥 예뻐 보였다.
미소를 지으며 딸의 모습에 푹 빠져있던 순간, 딸이 화들짝 놀라며 먹던 쿠키를 옆에 앉아있던 아내에게 던지다시피 넘겼다. 그리고는 손으로 입 주위를 슥슥 닦으며 자세를 고쳐 앉았다. 어찌나 행동이 빠르던지 의자와 탁자에서 우당탕 소리가 났다. 그리고 나지막이 말했다.
"민기다.."
뒤를 돌아보니 유모차를 밀고 아주머니 한 분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 뒤를 귀엽게 생긴 남자아이가 따라 들어왔다. 내 눈길은 그 아이가 매고 있던 가방으로 향했다. 'OO유치원'
딸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이다. 아주머니는 딸아이를 보더니 반갑게 인사를 했다.
"어? 슈밍이구나?"
딸아이를 잘 알고 있었다. 아내와 나도 꾸벅 인사를 했다. 딸과 남자아이는 같은 반 친구였다. 아내가 나에게 조용하게 일러주었다.
"슈밍이가 좋아하는 친구인가 봐"
"아~ 나도 이름 많이 들어봤어"
둘은 인사하지 않고, 오묘한 눈빛으로 서로를 주시했다. 딸아이는 세상 새침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남자아이는 머쓱한 듯 시선을 이따금 이쪽으로 보내면서 동생과 장난을 쳤다.
아빠도 저런 기분 느껴봤어
저 기분 알 것 같아. 나도 유치원때 저런 기분을 느꼈고, 쑥스러워했으니깐..
웃음이 터져 나왔다. 딸아이가 벌써 부끄럽고, 설레는 그런 감정을 느끼는구나. 대견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어쩌면 남자친구라고 손을 잡고 내 앞에 데려올 시간이 얼마 안 남았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때 어떻게 딸아이와 남자친구를 대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