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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밍아빠 Jun 04. 2019

설레는 감정은 언제나 옳다

딸아이의 첫사랑?

선물같은 시간. 소소한 행복

오랜만에 평일 저녁에 퇴근하고 집으로 왔다. 집에서 가까운 지사에서 업무를 마친 덕분이다. 근무지가 멀어서 주말부부를 하는 우리 가족에게 평일날 다 같이 모인다는 것은 선물 같은 일이다.


저녁을 먹고 아내에게 말했다.


"우리 공원에 산책 가는 건 어때? 가볍게 걷고, 커피도 한잔 마시고.."

"아빠, 난 킥보드 탈래요"


조금 피곤해 보였지만, 아내는 미소를 지었다. 밤공기가 선선해서 걷기에 좋았다. 공원을 걸으며 아내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 딸아이는 신나게 킥보드를 탔다. 이런 게 소소한 행복인가 싶었다.


집 앞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40분쯤 걸었을까? 집 앞 카페로 향했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딸아이가 먹고 싶은 쿠키와 음료를 사줬다. 간절한 눈빛으로 스마트폰 동영상을 보고 싶다기에 기분이다 싶어서 보여줬다. 그동안 아내와 이런저런 대화를 할 수 있을 테니깐..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면서도 입가에 부스러기를 잔뜩 묻히며 쿠키를 먹던 딸이 마냥 예뻐 보였다.


미소를 지으며 딸의 모습에 푹 빠져있던 순간, 딸이 화들짝 놀라며 먹던 쿠키를 옆에 앉아있던 아내에게 던지다시피 넘겼다. 그리고는 손으로 입 주위를 슥슥 닦으며 자세를 고쳐 앉았다. 어찌나 행동이 빠르던지 의자와 탁자에서 우당탕 소리가 났다. 그리고 나지막이 말했다.


"민기다.."


뒤를 돌아보니 유모차를 밀고 아주머니 한 분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 뒤를 귀엽게 생긴 남자아이가 따라 들어왔다. 내 눈길은 그 아이가 매고 있던 가방으로 향했다. 'OO유치원'


딸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이다. 아주머니는 딸아이를 보더니 반갑게 인사를 했다.


"어? 슈밍이구나?"


딸아이를 잘 알고 있었다. 아내와 나도 꾸벅 인사를 했다. 딸과 남자아이는 같은 반 친구였다. 아내가 나에게 조용하게 일러주었다.


"슈밍이가 좋아하는 친구인가 봐"

"아~ 나도 이름 많이 들어봤어"


둘은 인사하지 않고, 오묘한 눈빛으로 서로를 주시했다. 딸아이는 세상 새침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남자아이는 머쓱한 듯 시선을 이따금 이쪽으로 보내면서 동생과 장난을 쳤다.


아빠도 저런 기분 느껴봤어

저 기분 알 것 같아. 나도 유치원때 저런 기분을 느꼈고, 쑥스러워했으니깐..


웃음이 터져 나왔다. 딸아이가 벌써 부끄럽고, 설레는 그런 감정을 느끼는구나. 대견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어쩌면 남자친구라고 손을 잡고 내 앞에 데려올 시간이 얼마 안 남았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때 어떻게 딸아이와 남자친구를 대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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