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습니다.
퇴근이 빨라졌다
작년부터 퇴근시간이 되면 컴퓨터가 꺼진다. 'PC-OFF제'라고 직원들의 워라밸을 보장하기 위해서 회사에서 도입한 제도인데 상당히 만족스럽다. 덕분에 야근이 없어졌다. 일이 끝났는데 눈치 보고 안절부절하면서 퇴근 못하는 문제도 해결되었다. 물론 갑작스럽게 내려온 업무처리를 하거나 업무량이 많을 때는 자동으로 꺼지는 컴퓨터가 원망스러울 때도 있다. 하지만 긍정적인 효과가 많으므로 그 정도 불편은 개인 PC로 업무처리를 하면서 감수할 수 있다.
일과시간 내에 일을 마치려면 치열하게 일해야 한다. 덕분에 직원들은 업무 몰입도가 높아진 것 같다. 입사 초에 만연했던 적당히 시간 때우면서 일하다가 저녁 먹고 의례적으로 하던 야근은 옛말이 되었다.(속이 다 후련하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오후 6시면 퇴근이다.
퇴근 후에 계속 전화가 온다
외곽지 발령으로 인한 나 홀로 자취생활도 어느덧 1년이 다 되어간다. 그동안 퇴근 후에 걸려오는 전화는 거의 없었다. 안부를 묻는 가족들 전화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8월부터는 퇴근 후에도 전화가 자주 울린다. 그것도 회사 선배들에게 오는 전화다. 하지만 업무 관련된 전화는 아니다.
"여보세요?"
"어~ 퇴근했냐? 고생 많았지?"
"아뇨, 고생은요 뭘.. 퇴근하셨어요? 식사는요?"
"집에 가서 햇 X이나 데워 먹어야지"
"아~유 뭔 맨날 햇X이래요? 근처에서 정식이라도 한 그릇 사드세요. 인스턴트 음식 자꾸 드시면 속 버려요"
"그래야 되는데 매끼 사 먹는 게 밥값이 좀 많이 드네"
이번 달부터 타 지역으로 발령이 나서 자취를 하게 된 회사 선배들에게 자주 전화가 온다. 다들 집에서 멀리 떨어져서 혼자 생활한다는 것에 동병상련을 느낀다.
선배들에게 잔소리하는 후배
대화 내용은 대부분 밥 먹는 이야기로 시작해서 밥 먹는 이야기로 끝난다.(아재들 간 대화가 뭐 그렇다) 그리고 나의 잔소리가 좀 많이 들어간다.
"혼자 라면 많이 드시지 마세요"
"뭔 술을 그렇게 자주 마셔요? 해장국 끓여줄 사모님도 안 계신데.."
"아침 챙겨 먹어요"
"퇴근하면 헬스장 다니시던지, 산책하던지 운동 좀 해요"
"인스턴트 맨날 먹지 마요. 속 버려요"
"백반이나 정식 사 먹어요"
건강을 챙기게 된 이유
같은 팀이나 지역에 근무할 때 친했던 선배들이다. 나도 그렇지만 선배들의 건강이 걱정된다. 그도 그럴 것이 혼자 자취하면 식사를 거르거나 대충 때우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술자리가 많아지고, 운동 안 하게 되면 건강상태가 금방 나빠진다. 그렇게 지내던 선배들 중에 건강문제로 퇴사한 경우를 여럿 봤다. 안타깝다.
나도 20대 때에는 인스턴트 자주 먹고, 매끼 밀가루 음식 먹고, 매일 술 마셔도 괜찮았다. 하지만 30대부터는 살이 찌고, 만성피로에 위염이나 장염을 달고 살았다. 몸 여기저기가 탈이 났다. 병원도 자주 들락거렸다. 안 되겠다 싶어서 그때부터 생활습관을 바꿨다.
내 도움이 필요할지 모른다
업무적으로나 인생 경험으로는 배울게 많은 선배 들이지만, 자취생활이나 건강관리는 초보가 따로 없다. 더군다나 오랫동안 가족들과 생활하면서 사모님이 다 챙겨주는 식사나 생활에 익숙해져서 혼자 먹고사는 게 서투르다.
퇴근 후에 회사 사람한테 전화 오는 걸 싫어하지만, 자취하는 선배들에게 오는 전화는 예외다. 그 마음이 어떤지 잘 알아서일까? 가족들에게 전화하자니 걱정할 것 같고, 친구들에게 전화하자니 궁상맞을 것 같고, 내 처지와 비슷하고 공감이 잘 될 것 같은 사람이 나였을 테지. 큰 도움은 안되더라도 전화 통화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 풀어내고 외로움을 달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바람이 있다면 혼자 살면서 밥 안 거르고, 건강하게 객지 생활하다가 다 같이 집 근처로 발령 나서 가족들 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우리 자취하는 직장인들 힘냅시다!
※ 혼자 살면서 건강 챙기기 위해서 하는 몇 가지 약속
3끼 잘 챙겨 먹기
비타민, 유산균 챙겨 먹기
식사는 정식(백반) 위주로 먹기
단백질, 견과류, 야채, 과일 하루 1번 이상 먹기
하루 30분 이상 운동하기
커피는 한잔 이하로 마시기
7시간 이상 수면하기(11 to 6)
규칙적인 생활하기
술/담배 하지 않기
인스턴트 먹지 않기
밀가루 음식 먹지 않기
→ 적어놓고 보니 거의 수행하는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