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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밍아빠 Nov 25. 2019

나는 워커홀릭이 아닌데..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나는 워커홀릭이 아닌데

신입사원 연수 시절, 버스에서 노트북을 펼치고 키보드를 투다다닥 치는 선배를 보았다. 뭔가 대단히 열정적이고 멋있어 보였다.


직장생활 3년 차쯤, 퇴근하고 집에서 일하거나 연차 쓰고 출근하는 선배를 보았다. 유난스러워 보였다. 적당히 좀 하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저렇게까지 하나 싶었다.


직장생활 10년 차가 넘어가는 지금, 일이 끊이지 않는다. 몸은 퇴근할지언정, 스마트폰은 24시간 울려된다. 업무도 호흡하듯이 멈추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회사가 잘못된 것인지, 내가 잘못된 것인지 잘 모르겠다.

 

애매한 나의 위치

나는 사무직이 아니다. 그렇다고 현장직도 아니다. 매장에 자주 나가 있는데, 사무실에도 자주 들어와야 한다. 현장에 대해 잘 알기 위해 계속 매장에 나가야 하고,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그런데 페이퍼 업무가 많아서 자꾸만 노트북을 펼쳐 들고 일을 해야 한다. 매장에 진열된 상품수만큼 열어야 할 PPT와 EXCEL 파일도 많다.


회사 근무여건은 좋으나

주 5일제 근무를 한다. 빨간 날은 모두 쉰다. 9시 출근 6시 퇴근도 잘 이루어진다. 매우 좋은 회사다. 만약 내가 사무직이었다면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현장관리자다. 우리 직원들은 주 5일 제지만 돌아가면서 오후 출근, 주말 근무를 한다. 직원들이 일하는 한 나는 오롯이 쉴 수 없다. 계속 전화가 오고, 답변을 하고 교육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현장에서 난감할 테니깐..


업무용 PC는 6시면 자동으로 꺼져버린다. 다음날 8시 30분까지 켜지지 않게 장치를 해놓았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내려오는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 그래서 개인용 노트북(글 쓰려고 샀는데 요즘 보고서만 쓰고 있다)을 하나 가지고 다닌다. 차에서 일하고, 카페에서도 일하고, 퇴근하고 방에서도 일한다.


원래 일 못하는 애들이 오래 일한다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근데 그 일 못하는 애가 내가 된 것 같아서 슬프다. 일이 많아서 업무시간에 못하는 것인지, 일을 못해서 업무시간이 길어지는 것인지 헷갈린다. 언제부터였는지 되짚어보면 아마 3~4년 전쯤인 것 같다.


회사에서 인정받고 싶어서 적극적으로 일했다. 내가 할 일도 하고, 남이 할 일도 했다. 중요한 일도 하고, 허드레 일도 했다. 그러다 보니 항상 일에 치여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팀에 떨어지는 일도 당연히 내가 하는 일이 되었고, 원래 내 일도 하느라 허우적거리기 시작했다.


분명 사무실을 벗어났다

연차를 쓴 날,

조퇴를 한 날,

정상 근무하는 날,


나는 다른 장소에서 똑같이 전화를 받으며 일을 하고 있었다. 옆에 있는 아내가 혀를 찼다.


"무슨 당신 없으면 회사 안 돌아가나?"

"그건 아닌데, 아무튼 조금만 기다려"


내가 없어도 아무 이상 없이 회사가 돌아갈 것이다. 그런데 나는 왜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다. 누군가가 조금 일을 더하고, 조금 불편하고 늦어질지 모르지만..


* 리더쉽 서적에서 '쉽고 중요하지 않은 일은 아웃소싱하라'는 문구를 보았습니다. 어쩌면 나는 계속 아웃소싱 받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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