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슈밍아빠 Jun 07. 2016

조금 손해 보면서 살아도 괜찮아


며칠 전 세탁소에 아내의 옷을 맡겼다. 작년 이맘때 내가 선물 해준 원피스인데 아내가 아껴 입던 옷이다.

꼭 드라이클리닝을 부탁했고, 물빨래하시면 안 된다고까지 말했으나 며칠 후 집으로 돌아온 원피스는 눈에 띄게 작아져있었다. 작아져서 옷을 못 입게 되었다.   


세탁소에 전화를 걸었다. "물빨래한 것 맞다. 그 옷은 물빨래해도 된다. 나는 잘못이 없다. 당신들 나한테 뒤집어씌우지 마라." 이런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아내와 나는 분노했다.


하지만, 여기서 둘의 대처방안은 달랐다. 

아내는 배상받을 수 있는 방법과 절차를 차분하게 찾아보았고, 나는 이미 운동화를 신고 세탁소로 달려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반드시 싸워서 이기고 배상받아오리라는 다짐을 하고 있던 나를 아내는 말렸다. 


아내 : 소비자 보호원에 고발해도 옷값의 30%밖에 못 받아. 1년 된 옷이니깐 반값 정도 될 거고, 30%니깐 몇만 원 못 받겠다. 절차도 복잡하고 신경 쓰이니깐 하지 말자."

나 : 아니야, 내가 원래 옷값 받아줄게.


여기서 의견 충돌이 일어났다. 생각해보면 아내의 말이 맞다. 몇만 원 받으려고 얼굴 붉히는 것도, 소비자 보호원에 고발해서 몇 개월간 신경 쓰는 것도 웃긴 일이다. 결국 나는 아내의 의견을 따르기로 했다. 


아내는 나의 단점을 잘 커버해준다. 사고방식이 다르기에 다른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어서 좋다. 무엇보다 조금 손해 봐도 괜찮다는 넉넉한 마음가짐이 고맙다. 반면 나는 분노의 대한민국의 부작용의 대표적인 예를 보여주고 말았다. 잘못을 반드시 짚고,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좁은 마음이 부끄럽다. 그래도 곁에서 잘못을 알려주고, 바른 방향을 알려주는 아내가 있어서 고맙다.   

조금 손해 보면서 살아도 괜찮아


살아가다 보면 분명히 조금 손해를 보는 일이 생긴다. 그때마다 계산적으로 살기보다는 베푸는 마음으로 넘어가 주는 것도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 고마운 마음에 아내에게 새 옷을 사주기로 했다. 근데 어쩌지 돈이 없는데..

 

매거진의 이전글 최선을 다하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