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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밍아빠 Jun 20. 2016

참새들은 어디서?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창밖을 바라보고 있자니 갑자기 궁금해졌다.


비가 오는 날에 참새들은 어디에서 비를 피할까?

태풍이 부는 날에 참새들은 어디서 바람을 피할까?

폭염이 내리쬐는 날에 참새들은 어디서 더위를 피할까?

온 세상이 얼어붙는 날에 참새들은 어디서 추위를 피할까?




아마도 초등학교 2~3학년 때쯤이다. 나는 매미를 잡겠다고 잠자리채를 휘두르고 다녔다. 어느 순간 눈에 참새떼가 들어왔다. 자리 몽땅한 잠자리 채로 잡아보겠다고 한참을 뛰어다녔지만, 미처 휘둘기도 전에 참새들은 멀리 날아가버렸다. 그걸 보던 동네 아줌마의 목소리가 어린 내 오기를 발동시켰다.


바보야! 잠자리채로 참새를 어떻게 잡아?


하지만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아줌마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나는 열심히 참새떼를 쫓아다녔지만, 참새들은 영리했다. 내가 다가가기 두세 발짝 전에 날아올랐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때쯤 불쌍한 한 녀석이 아파트 벽 사이에 몰렸다. ㄷ자로 막다른 곳에 몰린 녀석은 불안해 보였다. 나는 잠자리 채를 들고 살금살금 다가서고 있었다.



갑자기 나를 향해 참새가 날아들었다. 무의식 중에 "이얍"하는 기합소리와 함께 잠자리채를 휘둘렀다.

손끝에 찌릿함이 느껴졌다. 채 끝에 맞은 참새는 발아래로 떨어졌다. 그리고 버둥거리는 녀석을 다시 잠자리 채 속으로 밀어 넣었다. '노인과 바다'에서 노인이 거대한 물고기를 잡았을 때의 이런 기분이었을까? 순간 머릿속으로 누군가의 얼굴이 지나갔다. 나는 곧장 그 아줌마네 집으로 달려갔다. 내가 바보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그게 뭐야? 우리도 한번 보자


아줌마네 집으로 가는 도중 친구들을 만났다. 우쭐해진 나는 친구들의 질문에 자랑스럽게 잠자리채를 들어 보였다. 바로 그때였다. 죽은 듯이 있던 참새는 잠자리채를 빠져나와 힘차게 하늘로 날아올랐다. 참새가 그렇게 멋지게 날아올라도 되는 걸까? 친구들은 모두 탄성을 자아냈지만, 나는 땅에 털썩 주저앉아서 엉엉 울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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