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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밍아빠 Jul 02. 2016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들

'은둔형 외톨이'에 관한 기사를 읽고

인터넷 기사에서 우리나라 '은둔형 외톨이'가 수십만 명이 될 것이라고 추정한 기사를 보았다.


'은둔형 외톨이'

집에 틀어박혀 가족 이외의 사람들과는 인간관계를 맺지 않고 보통 6개월 이상 사회적 접촉을 하지 않은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출처 : Daum뉴스 경향신문

 

본래 '은둔형 외톨이'는 일본에서 넘어온 용어다. 일본에서는 '히키코모리'라고 부른다. 개인적인 성격과 장기불황 탓에 일본에서는 은둔형 외톨이가 증가했다. 10년 전쯤 은둔형 외톨이라는 용어를 처음 접할 때 일본에는 참 특이한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했다.

야~ 뒤풀이 때 은둔형 외톨이도 불러봐


방에서 게임만 하는 친구들을 불러내서 놀기 위해 놀리듯이 사용했는데,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까지 많이 있을 줄을 몰랐다.


'은둔형 외톨이'가 증가하게 원인은 외부(사회)에 있다. 즉, 본인 탓이 아니라는 뜻이다. 성장 과정에서 학대나 상처를 받고, 학창 시절이나 사회생활 도중 왕따 당하고, 진학이나 취업에 실패하고 좌절한다. 스스로 사회에 마음을 닫아버린 것이다. 대인기피증이 생기고 관계를 단절해버린다. 방에서 혼자 스마트폰과 컴퓨터만 한다.




남 얘기가 아니다. 나 역시 취업에 실패하고 좌절해서 자포자기식으로 반지하 골방에서 두 달 동안 혼자서 지낸 적이 있었다.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생각이 많아지고 외롭다. 그런 마음을 사람을 만나지 않고 달래는 수단이 게임, 웹툰, 도박, 주식거래, 인터넷이다. 나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도 되고, 대인관계를 맺지 않아서 마음이 편안하다. 그래서 깊게 빠지게 될 확률이 높다.


2개월간 데이트레이더 생활(단타 주식거래)을 했다. 하루 종일 모니터 바라보면서 주식거래를 하는 것이다. 투자금이 적었기에 매초~매분 수십만 원이 왔다 갔다 했다. 하루 평균 10만 원 전후의 수익을 거두면서 잠시 그런 생각을 했다.

노력해도 안 되는 취업은 때려치우고 이걸로 먹고살자


고시원 1층에 고시식당(신림동과 노량진에 많은 저렴한 뷔페식 식당)이 있어서 세끼를 그곳에서 먹었다. 한 끼당 2000원도 안되지 식사만 먹고 해가 들어오지 않은 반지하 고시원에서 2개월간 있었으니 몸과 마음이 온전할 리 없다. 그나마 술과 담배를 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언제부터인가 만성두통이 생기고 눈과 배가 항상 아팠다. 돈을 잃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항상 불안했다. 이러다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주식을 모두 처분하고 노트북에 있던 주식거래 프로그램을 삭제했다.


오랜만에 문 밖으로 걸어나오니 여전히 햇살이 따뜻했다.


내가 반지하에서 살든 죽든 세상은 변함없이 잘 돌아갔다. 그게 억울했다. 아직 해야 할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데 이게 뭐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나마 운이 좋은 경우다. 상처와 좌절이 깊지 않아서 그나마 벗어날 수 있었으니..




하지만 어릴 때부터 받은 상처와 좌절이 깊은 사람들은 혼자 힘으로 이겨내기 쉽지 않다. 심리치료나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스스로 찾아가서 치료받고 극복하려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사회적인 차원에서 이들에 대한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들도 어떻게 보면 피해자다. 경쟁을 부추기고 물질적인 것만 중시하는 비정상적인 사회에서 상처받고 피해를 본 사람들. '은둔형 외톨이'는 놀림거리나 회피의 대상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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