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의 별 소행성 B-612
오늘 원래 슬프지도 그립지도 않았는데..
그리움과 관련된 글을 계속 읽다 보니 뒤를 돌아보게 된다.
밤하늘의 별을 본 적 있나요?
당신의 눈 속에 별이 보이네요.
우리 함께 별을 보지 않을래요?
대학시절 동아리의 비공식 홍보문구였다.
나는 천체 관측동아리에 들어갔다. 스터디나 취업동아리가 아니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동아리에 가입하게 된 이유도 참 어이없다.
신입생 때는 동아리방을 돌면서 구경을 할 수 있다. 선배들은 동아리 소개를 하고 점심을 사주기도 한다. 나는 축구나 농구 같은 스포츠 동아리나 예쁜 여자들이 많은 동아리에 들어가고 싶었다.
그런데 이 관심도 없는 천체관측 동아리는 밥이나 한번 얻어먹어야지 하고 들어갔다. 선배들이 죄다 남자들이다. 게다가 전부 자주 듣던 경상도 사투리만 쓰고 있다. 순간 여긴 아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나갔다. 인사를 하고 나가려던 찰나
밥 묵고 가라
선배의 한마디에 나는 학생식당으로 갔다. 거기서 1,500원짜리 밥을 한 그릇 얻어먹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래 이제 빠이빠이다. 그날 저녁 기숙사로 돌아오던 길에 그 선배를 또 만났다.
밥은?
그렇게 저녁도 얻어먹었다. 다음날 오전 수업을 마치고 단과대 건물 앞을 전전하고 있는데 또 그가 나타났다.
밥 먹었나?
그렇게 나는 1,500원짜리 밥을 세 번 얻어먹고 천체관측 동아리 일원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아직 그 동아리 소속으로 별과 동아리 사람들을 사랑하고 있다. 부끄럽지만 별자리나 망원경에 대한 지식은 전무하다. 그저 사람들과 같이 밤하늘의 별을 보고 이야기하고 술을 마시는 게 좋았다. 캠퍼스에 사라져가는 낭만이 그곳에는 남아있었다. 요즘 스터디나 취업을 위한 동아리는 살아남고, 도움이 안 되는 동아리는 없어지는 추세라고 했다. 하지만 천체관측 동아리는 아직도 남아있고 많은 후배들이 들어왔다. 고맙다. 적어도 여기 들어온 사람들은 대부분 사람이 좋아서 들어온 것이니깐..
대학시절 대부분을 그들과 보냈다. 학교 옥상에서는 별이 잘 보였다. 천문대에 가서 보기도 했고, 강원도 어딘가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누워서 하늘에 쏟아져내리는 별들을 보기도 했다.
깜깜한 밤에 충전시켜놓은 배터리가 깜박인다. 별이 떠 있듯이 깜박인다. 보고 싶다. 그때의 별과 사람들과 그 시절의 내 모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