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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밍아빠 Mar 13. 2016

아이가 있는 맞벌이 부부의 주말

예전에 웹툰에서 일주일의 체감속도를 나타낸 것을 본 적이 있다. 상당히 공감되고 재밌었다.


월 : 우워어어어어~얼 

화 : 호아아아아~아

수 : 수우우~

목 : 모옥

금 : 금

토, 일 : 퇼 


월, 화요일은 1주일 같다. 쉬고 왔는데도 피곤하고 길고 힘들다.

수요일은 이제 반쯤 지난 것 같지만 여전히 피곤하다. 

목요일은 뭔가 희망적이다. 내일까지만 버티면 주말이니깐

금요일은 상대적으로 하루가 잘 간다. 아침부터 기분 좋다. 오늘만 넘기면 된다.

토, 일요일은 토요일 새벽부터 눈이 떠진다. 지금부터 제대로 쉬거나 놀아보려는데 어느덧 일요일 밤이다. 우울해진다. 일요일 저녁이면 우울해지는 사람들이 많아서 개콘을 그 시간에 편성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성공한 사람들은 아침이 설레고 기다려진다는데..

나는 왜 일하는 게 싫고, 놀고 싶은 건지.. 그래서 내가 아직 성공하지 못했을까?

난 아주 흔한 회사원이자 아이의 아빠다.


신혼 때는 주말이 상당히 여유로웠다. 뭔가 영화에서 나올 법한 모닝커피를 마시며 아내와 소파에서 TV를 시청하고, 브런치를 즐기며 책을 읽기도 했다. 평화로웠다. 이 평화가 영원할 줄 알았다. 


조금 더 시간을 거슬러 가보자. 독신일 때 나에게 주말은 그야말로 인생의 활력소였다. 공원을 산책하고,  늦잠을 자고, 여행을 다니고, 친구들을 만나고,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정말 말하는 대로 생각한 대로 뭐든지 할 수 있었다. 회사일이 밀려있으면 자발적으로 주말에 출근해서 일을 하기도 했다. 


여유 있고 즐겁기만 하던 주말이 아이가 태어나면서 달라졌다. 황금 같은 주말을 오롯이 집에서 아기를 돌봐야 했다. 외식이나 외출은 꿈도 못 꾸고, 밥을 챙겨 먹는 것도 버거웠다.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다. 이때 처음으로 느꼈다. '이제부터 세상의 중심이 내가 아니라 나의 아이구나.' 차라리 출근해서 일하는 게 낫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때 잠깐 일요일 저녁이 우울하지 않았다. 남자인 내가 이렇게 느꼈는데, 출산과 육아에 집중하던 아내는 오죽했을까? 산후우울증이라는 것이 괜히 생기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 잘 이겨내고 직장맘으로 직장과 가정에서 분투 중인 아내가 정말 고맙다. 새삼스레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는 모든 부모님들이 존경스러웠다. 그리고 아버지, 어머니가 너무 고마웠다. 나도 이렇게 힘들게 키웠졌을 테니깐.. 




그렇다면 아기가 태어나면 영원히 이렇게 힘든 걸까? 아니다. 아기의 성장 속도는 정말 빠르다. 100일이 지나고, 첫돌이 지나고, 하루가 다르게 자랐다. 그에 따라 조금씩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지금은 가까운 곳에 외출도 가능하고, 자유롭게 외식도 할 수 있다. 주말에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것도 가능하다. 독신 때처럼 하루 종일 하고 싶은 일을 할 수는 없지만,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에서 느끼는 행복과 만족감도 크다. 선배들의 말에 따르면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아이가 자라면서 점점 줄어들고, 개인 시간은 점점 늘어난다고 한다. 고로 온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지금(아이가 어릴 때)이 가장 행복하고, 소중한 시절이라고 했다. 


나의 주말 일정은 매우 단순하다. 아이와 함께 놀러 다니는 것, 집에서 아이와 놀아주는 것, 마트에서 일주일치 장을 보는 것, 빨래를 개어놓거나, 집안 정리를 하는 것. 그런데 이 단순한 일정이 왜 그렇게 피곤한 걸까?  

혼자 있는 자유로운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결혼하고 아이가 태어나면 혼자 있는 시간이 가장 많은 시기에서 가장 부족한 시기로 갑작스레 전환된다. 게다가 결혼도, 육아도 처음이다. 적응할 시간이 부족하다. 준비 없이 맨땅에 헤딩하는 게 매 순간이다. 


지금 너무 힘든 엄마, 아빠에게 하고 싶은 말은 '점점 괜찮아질 거예요.' 

아직 결혼, 육아를 겪지 않은 예비 엄마, 아빠에게 하고 싶은 말은 '또 다른 행복이 기다립니다.' 

이 모든 것을 앞서간 선배 엄마, 아빠에게는 하고 싶은 말은 '존경합니다. 고생 많으셨어요.' 


소중한 주말이 얼마 남지 않았다.

다음 주도 파이팅을 외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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