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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밍아빠 Mar 14. 2016

김훈의 '남한산성'

3월 1일. 이 거룩한 3.1절 날 나는 소파와 일체가 되어 게으름 피운다. 할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데, 내 몸은 그냥 소파에서 움직이기 싫다.


글을 잘 쓰고 싶다는 나의 바람은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비법을 찾았으나, 웬일인지 책을 읽기가 싫다. 시험 전날 밤공부하기 싫은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한참을 고민하다 책장에서 표지가 예쁜 책을 한 권 집었다. 책 표지는 깨끗하나 책 속은 색이 바래서 누렇다. 김훈의 '남한산성'이다.


가만 보니 이 책 군대에서 가져온 책이다. 그 당시 나는 독서에 빠져 있었다. 나름대로 리스트와 계획을 세우고, 월 5~6권의 책을 읽었다. 그렇게 3년 간 200권 정도를 읽었다.


책은 대부분 자기계발서, 재테크, 자서전 등이었다. 소설책은 왠지 시간낭비 같아서 읽지 않았다. '남한산성'도 몇 장 읽다 말고 책장을 덮었다. 지금이야 글을 잘 쓰고 싶다는 목적이 있기에 도움이 될 것 같다. 20장쯤 읽었다. 그때와는 다른 느낌이다. 내용 파악하는 것보다 문체와 표현에 더 신경을 쓰면서 읽었다. 문장이 어렵지 않고, 간결하면서 상세했다. 이래서 전문가의 글이구나 싶다.




서울 출장이 있어서 오고 가는 길에 책장을 넘겼다. 책을 읽는지, 영화를 보는지, 인물과 이야기를 나누는지 헷갈렸다. 시대상황과 배경이 너무 생생하게 묘사가 되었다. 인물의 감정은 그대로 와 닿았다. 전개될 내용과 결말을 알고 있지만 궁금했다. 실제 인물과 가상인물의 되섞임이 너무 부드러웠고, 가상인물이 역사를 뒤집어 주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


인물들은 사람 냄새가 났고,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동화처럼 악과 선이 나뉨이 없었다. 치우치지 않고 억지스럽지 않아서 좋았다.


바람처럼 결말이 다르지는 않았지만, 정해진 역사를 이렇게 설레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에 대단함을 느꼈다. 기록되지 않은 채 그 시대를  살아갔던 수많은 인물들의 이야기가 자꾸만 궁금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마지막 장에 나오는 일반 백성 서날쇠의 행동과 생각들..

아마도 나같이 평범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지 않을까?

중요한 것은 내 가족들과의 행복과 관련된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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