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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밍아빠 Jun 27. 2016

월급이 너무 적어요

월요일 아침 조회가 끝나고 사원들에게 근로계약서를 출력해서 나눠주었다. 질문을 받고 답변도 했다.

근로계약서를 보고 난 후 개별적으로 의견을 들었다. '이런 게 있는지 잘 몰랐다'. '별로 관심이 없다' 등의 반응도 있었지만, 공통된 반응이 하나 있었다.

하는 일에 비해 월급이 너무 적어요


나를 비롯한 대부분 사람들이 하는 일에 비해 월급이 적다고 느낀다.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월급이 적기 때문일까? 하는 일(근무시간)이 많기 때문일까?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둘 다 해당된다는 생각이 든다.  


월급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자면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근무강도에 비해서 많이 받는 거야'

'우리나라 근로자 평균보다 많잖아'

'나보다 많이 받네'

'○○사는 우리보다 더 적게 줘'

'돈 많이 주는 △△전자는 주말도 없고 퇴근도 못해'
됐으니깐 닥쳐!

속 시원하게 이야기해주고 싶다. 이런 말 따위는 위로가 되지는 않는다. 내가 당장 한 끼 굶게 생겨서 배고픈데 아프리카에서 굶어 죽는 사람이 많다는 말을 듣는다고 배가 불러지고 감사한 마음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그냥 당장 빵 하나 사 먹을 돈이 필요한 것이다.


사회생활하기 전에 내가 생각했던 내 월급은 넉넉히 쓰고도 남는 것이라고 상상했다. 특히 대기업에 들어가면 여유 있게 생활할 수 있을 거란 희망이 있었다. 내 집도 사고, 가족들과 여유 있는 생활을 할 것이라고 장밋빛 미래를 꿈꿨다. 나의 상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지방에서 맞벌이를 하고 악착같이 살지만 그래도 쉽지 않다.




유명한 외국계 회사 사장을 하셨던 아버지 친구는 젊은 시절에 월급날이 가장 슬펐다고 했다. 한 달간 죽어라 일한 내 노동의 대가가 이것밖에 안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실망했다고 한다. 그래서 다른 사업에 뛰어들어서 크게 성공을 했다. 아극소수의 경우다. 평생을 주는 월급에 만족하고 익숙해져 버리는 사람들,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하고 더 가난해져 버리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직장이 있음에 감사하고 만족해야 하지만, 절대적인 월급이 적다면 달라진다. 지금 우리나라는 비정규직이 늘어나고, 열정 페이, 열악한 최저시급에 시달리고 있다. 정규직에 종사하는 내가 앓는 소리를 하는데, 더 힘든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근무시간은 많은데 급여는 적다. 그래서 사축, 노예, 헬조선이라는 용어가 생기는 것 같다. 평생 가난하게 쪼들리면서 감사하고 만족하다가 죽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남자들이 군대에서 버틸 수 있는 가장 큰 힘이 뭘까?


휴가나 외박? P.X(매점)? 사이버 지식 방? 여자친구 편지?

아니다. 바로 전역이다. 시간이 가면 끝이 난다는 확신. 확신이 있기에 시급 몇십 원, 힘겨운 훈련과 내무생활도 버티는 것이다.


그런데 직장생활은 도무지 끝이 안 보인다. 물가상승률보다 급여는 덜 오른다. 시간이 갈수록 가난해지는 기분이 든다. 극소수의 성공한 사람만 빼고는 점점 가난해진다. 잘살게 될 것이라는 확신과 희망이 없어졌다. 신혼 초기 대출을 줄이려고 집을 사지 않았다. 2년의 전세 생활을 끝내고 보니 힘들게 모은 돈보다 집값과 전세금이 더 올랐다. 그래서 다시 대출을 받아서 올라버린 전세금을 치르고 이사를 가기로 했다.




회사 선배들의 모습을 보면 나의 미래를 추측할 수 있다. 회사에서 날고 긴다는 선배들, 부장 이상 임원에 오른 분들을 봐도 그리 넉넉하게 사는 것 같지 않다. 20~30년을 직장에 충성하고, 청춘을 바친 사람들의 대가 치고는 너무 초라했다. 그나마 퇴직 직전 가족들과 소원해진 모습으로 수입마저 끊기면 어쩔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했다. 진급에서 밀리고 직장에서 버티고 있는 선배들은 더 어렵다. 이게 미래의 내 모습이라는 생각을 하니 슬프다.


그래도 40~50대 선배들의 시대는 지금보다 살기 좋았다. 집을 사면 가격이 올랐고, 주가도 오르고, 적금 금리도 높았던 시대였다. 경제가 성장하고, 일자리가 늘어나던 시대. 앞으로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있던 시대.


나의 부모님은 월급을 열심히 모아서 내가 어릴 때 작은 아파트를 분양받았고, 조금씩 집을 넓혀나갔다. 노력하면 잘 살 수 있는 시대였다.


현재 젊은 직장인들은 월급을 10년을 안 쓰고 모아도 집을 사기 어렵다. 월급이 적다는 것도 견디기 어렵지만, 희망이 꺾였기 때문에 더 힘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나를 보면서 취업하고 결혼이라도 해서 좋겠다고 배부른 소리 하지 말라고 바라보는 후배들의 눈빛이 미안하다. 갈수록 살기가 좋아져야 하는 것 아닐까? 딸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는 지금보다 살기 좋은 세상이 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




※ 더 이상 과학기술이 발전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편리함이 늘었지만 인간다움이 사라지네요. 과학기술의 발전도 결국은 돈을 벌기 위함이라는 사실이 안타깝습니다. 부와 권력이 편중됨이 너무 적나라게 느껴져서 끔찍합니다. 그냥 80~90년대 시대의 기술 수준과 자연 상태가 쭉 유지되었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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