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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밍아빠 May 28. 2019

직장에서 잘 버티고 싶을 뿐이야

버틴다고 버텨지려나?

한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에도 꾸준히 글을 읽고, 구독해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감사할 따름이다.


불안할 수밖에 없어

요즘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10년 정도 계획을 세우고, 밝은 미래를 설계하고 있었다. 그런데 꼭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불안해졌다.


회사에서 나만 열심히 하고, 잘하면 아무 문제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지금의 직장이 규모도 있고, 역사도 오래된 편이라 선배들처럼 안정적으로 직장생활을 할 것이라 여겼다. 안일한 착각이었다. 성장기나 안정기에 회사를 다니던 사람들과 나는 다르다.


지금은 취업만 어려운 것이 아니라 직장의 안정성도 보장받기 어려워졌다. 지금 직장에 들어와서 많이 들었던 말들이 떠오른다.


"어렵다. 위기다. 비상경영"



"더, 더, 열심히, 잘해"

회사는 전년비, 전년 동월비 성장을 외쳤다.  상황을 직시하지 못하고, 인정하지 않았다. 불편한 현재 상황을 애써 외면했다. 그리고 실적과 성과가 부진한 것을 구성원들이 잘못한 것 마냥 여겼다.


윽박지르며 여기까지 왔다. 그렇게 10년 가까이 위에서 폭탄 돌리기를 했다. 그리고 이제 그것이 터지기 시작한 것 같다.(운이 없는 현재 임원들 그리고 더 불쌍한 직원들..)


조직 축소, 조직 통폐합, 효율화 작업, 인력 감원 등 무서운 말들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경기 이상 징후를 느꼈을 때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고, 대비하지 못한 대가를 치르는 걸까? 위기를 외면한 비용이 가볍지 않다.


걱정 마. 괜찮을 거야

나이 많은 선배들은 이렇게 말한다.


"대기업인데.. 설마"

"내수기업이야.."

"IMF나 금융위기도 버텼는데.."

"나 다닐 때까지 5~10년은 버티겠지"


아니다. 경험에 의존해서 애써 괜찮은 척하는 걸지도 모른다. 다른 대안이 없으니.. 침몰할 때까지 가라앉지 않기를 바랄 뿐..


회사가 없어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그걸 보고 겪으며 살아왔다. 우리가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다. 우리 회사에서만 생활한 선배들은 더욱 모른다.


경기도 어렵고, 업종도 어렵다. 경쟁사 대비 대응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마치 후지필름이나 노키아가 갑자기 사라지기 전까지 안일하게 생각하던 그때와 다르지 않다.(업계 1위라고 하나 현장에서는 밀린 지 오래되었다)


4번째 직장. 직장인 13년 차

인생이 길어져서 평생직장은 안 되겠지만, 그래도 오래 다닐 것이라 마음먹었다. 하지만 내 의지와는 다른 결과가 올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 갓 과장으로 진급했다. 밝은 회사 생활이 될 것 같다는 단꿈에 젖어있었다. 번쩍 눈을 떠보니 그게 아니다. 회사는 버틸 수 있을까? 나는 버틸 수 있을까?


퇴근 후 도서관에 왔다. 공부가 잘 잡히지 않는다. 책 대신 펜을 들었다.


내가 결정할 수 없는 부분을 걱정하고 안타까워하지 말자. 할 수 있는 것을 하는데 집중하자. 뭘 해도 밥벌이는 해야지. 가족 고생 안 시키고 잘 건사해야지. 꿈? 그게 일단 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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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열하게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글을 써서 밥벌이를 하겠다는 꿈을 당길 수 있었으면 합니다. 즐거움으로만 글을 쓰기에는 마음이 무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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