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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밍아빠 Jun 27. 2016

아이와 놀이동산 가기

아빠, 우리 회전목마 같이 탈래?


아이를 처음 놀이동산에 데리고 간 게 두 돌 무렵이었다. 그때는 입장권을 끊어서 구경만 했지만, 지금은 유아용 놀이기구 정도는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놀이기구를 타면서 즐거워하는 딸아이를 보자니 어릴 때 내 모습과 부모님의 미소가 떠오른다.


되돌아보니 시기별로 놀이동산에 대한 추억이 다르다.


1. 유치원생부터 중학생까지

대부분 부모님이랑 간다. 이 시기에는 돈 걱정하지 않는다. 놀이동산에서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다. 항상 내 편이 되어주는 부모님이 있어 마냥 든든하다. 가장 행복한 시기임에도 시간이 지나야 비로소 알 수 있다. 가장 그리운 시기이기도 하다.


2. 중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주로 친구들과 간다. 소풍이나 수학여행 등에서 가는 경우가 많다. 왠지 독립하고 어른이 된 기분이다. 용돈을 꼬박꼬박 아껴서 간다. 돈이 쪼들리지만 친구들과 왔다는 자체가 즐겁다. 놀이기구를 가장 즐겁게 즐길 수 있고, 무서운 기구를 가장 잘 타는 시기다.


3. 고등학생부터 결혼 전까지

주로 연인과 가게 된다. 친구들끼리 가는 경우도 있지만 역시 이성친구가 더 좋다. 놀이동산과 놀이기구보다 함께하는 연인과의 분위기가 중요하다. 연인과 친밀감을 높이는 게 더 큰 목적이다. 돈을 쓰는 것을 아까워하면 안 되는 시기다. 놀이동산은 로맨틱한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4. 결혼 이후

자녀들과 가는 경우가 대다수다. 놀이동산이 이렇게 힘든 곳이던가? 이때부터 나는 주인공이 아닌 들러리다. 놀이동산은 자녀를 위한 장소다. 다른 부모들을 보면서 동병상련을 느낀다. 다시 회전목마 같은 기구를 타게 된다. 사진기사, 운전기사, 짐꾼 등의 역할이 익숙하지만 그래도 행복은 하다.


5. 중장년기

자녀가 어느 정도 자라면 한동안 갈 일이 없다. 손주가 생기면 다시 갈 수 있는 기회가 있다.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체력적으로 힘들어 보이더라. 무한체력의 손주와 놀아주기가 쉽지 않다. 벤치 등에 앉아서 지친 할아버지, 할머니의 표정을 보면 짠하다. 그렇지만 행복은 할 것이라 믿는다.




최근 놀이동산에 가면 꼭 타야 하는 기구가 있다. 바로 회전목마. 시시한 놀이기구지만, 없는 곳이 없다. 게다가 딸아이는 회전목마를 사랑한다. 덕분에 최근 일 년간 탄 회전목마 횟수가 평생탄 회전목마 횟수와 비슷한 것 같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딸아이가 빨리 회전목마를 혼자서 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딸을 앉히고 뒤에서 같이 타자니 엉덩이가 너무 아프다.(말안장 부분 뾰족한 곳에 엉덩이를 걸쳐야 하는 고충이 있다)


몇 달 사이 근방에 있는 놀이동산을 다 돌았다. 지난번에 다쳤던 딸아이의 안전에 모든 신경이 곤두서서 마음껏 즐기지는 못하지만,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 자체가 행복하다. 언제 요 녀석에게 에버랜드와 롯데월드를 맛 보여줄까? 기대가 된다. 끝판대장은 디즈니랜드로 해야겠다.



※ 어렸을 때 추억이 있는 놀이동산에 처자식과 함께 가면 기분이 묘하다. 아버지가 사진 찍어주던 장소에서 카메라를 들고 있는 나를 보면 싱숭생숭하다. 와이프와 손잡고 데이트하던 곳을 딸아이를 안고 거니는 기분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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