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원수는 있다
군복무시절 악의를 가지고 아주 집요하게 괴롭히는 선배가 있었다. 불합리한 것을 자꾸만 강요하기에 거절했더니 그게 마음에 안 들었던 것 같다.
계급장 떼고 한판 붙어서 끝장을 볼까하는 생각도 몇 번 했다. 그때마다 참으면서 다짐을 했다.
내 언젠가는 너를 짓밟아주리다
마음속으로는 수백번도 더 그의 목에 낫을 날려버리는 내 모습을 상상했다. 한편으로 근거자료와 도와줄 사람들을 모으며 1년간 치밀하게 준비하던 나의 복수는 결국 실패했다.
비상식적인 행동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 불미스러운 일로 그 선배는 아주 딱한 상태가 되었다. 몸과 마음이 황폐해진 그에게 나는 차마 낫을 날리지 못했다. 이미 벌을 받은 것이라 생각하고 마음을 풀어버렸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이후로 그 선배와 관계가 개선되었고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사이가 되었다.
감정이라는 것도 시기가 있는 것 같다. 지금은 증오하는 사람일지라도 시간이 가면 아무 감정이 풀어질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 예전에 원수 같았던 사람이 나에게 도움을 주기도 한다. 당장 원수 같은 이에게 복수의 낫을 날리기 보다는 좀 두고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