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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밍아빠 Jun 28. 2016

저녁이 있는 직장인의 삶

저는 행.. 행복합니다.

퇴근 무렵 전화가 걸려왔다. 흘깃 폰을 바라보았다. 계열사나 타 부서 업무협조 전화라면 안 받을 생각이다. 아내의 전화였다. 오늘 바빴는지 연락이 되지 않다가 이제 전화가 온 것이다. 반가운 마음이 들다가 갑자기 심통이 났다.


지 바쁠 때는 전화도 안 받고, 카톡도 씹더니만


' 어~ 왜?' 반가움을 감추고 퉁명스럽게 받았다. 오늘 너무 바빠서 연락을 못했다고 미안해했다.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그만 나의 심통은 측은함으로 바뀌었다. 배가 너무 고프지만 내가 퇴근하면 같이 저녁을 먹겠다고 기다린다고 했다.


저 오늘 집에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보겠습니다


소고기집에서 회식이 잡혀있었지만 뿌리치고 집으로 달려갔다. 그냥 아내가 먹고 싶은 것을 사주고 싶었다. 아내는 나와 달리 일에 집중하면 식사를 거르거나 제대로 챙겨 먹지 않는다. 나는 일을 못하더라도 밥을 잘 챙겨 먹자는 마음으로 살아가는데 정반대의 업무 스타일이다. 나가서 먹기에 너무 지쳐있어서 배달음식을 한 그릇 시켜서 먹었다. 아내는 저녁을 먹자마자 소파에서 꾸벅꾸벅 졸았다. 깨워서 방에 들여다 보냈다. 잠결에도 뭐 중요하다고 중얼거리는 한마디


여보, 오늘 오해영 마지막회야


'나도 알아, 11시에 깨워줄게.' 비몽사몽 아내를 방에 들여보내었다. 아래를 보니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내는 아이가 한 명 있다. 요즘 이 녀석이 11시가 넘어서 잠을 잔다. 어릴 때 일찍 자야 잘 자란다는 말에 대한 신뢰가 갑자기 막 생긴다.


아빠랑 방에 가서 놀까?


딸아이를 구슬려서 방으로 들어갔다. 자기 전에 딸은 도깨비 이야기를 해달라고 한다. 매번 똑같은 이야기를 해주지만 딸아이는 그것을 그렇게 좋아한다. 가끔씩은 스스로 스토리를 바꾸기도 하고, 아빠에게 도깨비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제법 그럴싸하다. 이야기가 끝나면 동요를 몇 곡 불러준다. 목소리는 최대한 가성 + 저음으로 불러야 한다. 그래야 몇 곡 안 불러도 잠이 든다.


아빠, 나 나중에 잘래


여기서 밀리면 11시 넘게까지 안 잔다. 엉덩이를 토닥거리면서 더욱 낮고 천천히 동요를 불러준다. 보통은 이렇게 씨름을 하다 내가 먼저 잠이 든다. 하지만 오늘은 딸이 먼저 '도로롱' 잠이 들었다. 슬그머니 방에서 나왔다. 캄캄한 거실의 불을 켠다. 집에 모두가 잠들었다. 그래서 나는 컴퓨터를 켜고 이렇게 글을 쓰고, 읽을 수가 있다. 자유의 시간이다. 부스럭 소리가 나더니 아내가 행복한 표정으로 거실로 나온다.


여보, 우리 같이 오해영 볼래?  


 오늘 글쓰기는 여기서 마무리되어야 할 것 같다. 가정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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