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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밍아빠 Jul 08. 2016

#14. 소개팅 이야기

나도 연애를 하고 싶다


#14. 제목을 붙여놓고 쓰다가 던져둔 글만 5개. 연애 매거진을 써야겠다 생각은 했지만 쉽지 않았다. 연애감정을 느낀 지 오래되어서 그런가? 어제 소개팅을 주선하고 느껴지는 달달함에 빠져서 글을 쓸 수 있는 에너지를 얻었다.


야~반팅 할래?


지금은 소개팅보다 선이 어울리는 나이가 되었지만, 소개팅이란 말 한마디에 두근거려서 잠이 안 오는 시절이 있었다. 필자가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소개팅보다는 미팅(여러 명이 만나는 것), 반팅(20명 이상 단체 미팅)이 유행했다. 남자들과 부대끼기만 했던 필자에게도 드디어 반팅을 할 기회가 왔다.


장소는 공원의 팔각정. 대략 40명의 남녀가 한자리에서 만났다. 여학생 20명을 순식간에 훑어봤다. 마음속으로 "예쁜 애" "예쁜 애"를 외치며 눈알을 이리저리 굴렸다. 눈이 어느 순간 멈춘다. 시선의 끝에는 예쁘게 생긴 소녀가 한 명 있었다. 20명 중에 1명. 확률 5%. 그게 나여야만 했다.


파트너를 정하는 방법은 단순했다. 여학생들의 명찰을 남학생이 골라 들면 파트너가 되는 것이다. "예쁜 애"를 생각하며 명찰을 골랐다. 행운의 여신은 무참히 필자의 마음을 찢어놓았다. 나머지 19명은 의미가 없다. 필자너무 섭섭나머지 배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집으로 돌아가버렸다. 어찌나 실망했는지 그 이후 필자는 고교 졸업을 할 때까지 한 번도 반팅이나 미팅을 하지 않았다.


야~이번 주 금요일 3:3 미팅할래? OO여대!


대학생 새내기 시절 선배의 팅 제안을 덥석 물었다. 그때까지 모태솔로였으니 여대에 대한 로망이 얼마나 컸겠는가? 여대 팅을 연달아 4번 나갔다. 팅 멤버들은 항상 컨셉있었다. 잘생긴 놈, 터프한 놈, 웃긴 놈. 필자는 웃기지도 잘생기지도 않았기에 어쩔 수 없이 터프한 놈이 되어야 했다. 그래서 자주 검은색 가죽재킷을 입고 나갔다. 그리고 말을 아끼고 무게를 잡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왜 내가 마음에 드는 애들은 내 친구를 마음에 들어하는 걸까? 그리고 나한테 관심을 가지는 애들은 왜 별로일까? 주구 창창 미팅과 소개팅을 했지만 성공한 적이 별로 없다. 지금 생각하면 아주 당연하다. 잘 생기지도 않고 웃기지도 않고, 무뚝뚝한 남자를 누가 좋아하냐고? 그렇게 나의 미팅 흑역사는 연장되었다.


야~ 소개팅 할래? ㅁㅁ대 무용학과 에이스!


대학교 3학년 학군단 시절 축제에 파트너와 동행하는 풍습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필자는 이때 여자친구가 없었다. 소개팅을 구걸하다 친구에게 받은 대박 건! 그건 바로 무용학과 에이스의 등장이었다. 이미 친구의 싸이월드를 통해 미리 사진을 봤다. 이럴 수가 완전 연예인이 아닌가? 무조건 돌격이다. 돌격. 어느 정도 연애경험도 있던 터라 자신감이 충만했고, 장소는 홈그라운드인 강남역이었다. 미리 알아두었던 파스타 집에서 그녀를 만났다. 수수한 차림이었지만, 상당히 미인이었다. 대화가 잘 통하고, 다음 약속까지 정했건만 축제 당일날은 사정이 있어서 올 수 없다고 했다. 아쉽지만 다른 파트너를 찾아야 했고 관계가 흐지부지해졌다.




어리석은 필자는 그때서야 깨달았다. 소개팅은 안되는구나. 그랬다. 나란 남자는 첫눈에 반하게 할 외모가 아니다, 능력도 없고, 화술이 뛰어나지도 다. 애에 성공한 경우는 몇 달씩 공들이거나, 한동안 알고 지내다가 서서히 사귀는 경우였다. 그 이후로 필자는 소개팅을 하지 않았다. 마음에 들면 직접 대시하여서 사귀는 것이 성공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소개팅을 할 기회가 있다면 도움이 되길 바란다.


▣ 소개팅에 성공하려면

1) 무난하고 깔끔한 복장.

2) 잘 웃고 아이컨택.

3) 공감해주어라.  


대신 가끔 소개팅 주선을 하곤 한다. 사실 소개팅 주선하는 것이 더 재미있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다 코치할 수 있고, 잘되면 상당히 보람을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잘 안되거나 사귀다가 헤어지면 엄청 불편하다. 아무쪼록 어제 주선한 소개팅이 잘 이루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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