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날씨가 덥다. 내리쬐는 햇살이 따끔거린다. 방금 샤워하고 나와도 연신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드디어 그분을 모실 때가 온 것인가?
장모님, 저 오이냉국 먹고 싶은데요
부엌에 계시던 장모님께 가서 씩씩하게 외쳤다. 장모님은 빙그레 웃으시며 고개를 끄덕이신다. 그날 저녁 우리 가족은 살얼음이 떠다니는 시원한 오이냉국을 한 그릇씩 먹었다.
결혼 전 나는 오이냉국을 먹지 않았다. 따뜻한 국을 선호하는데다 오이를 좋아하지 않았기에 나와는 연관 없는 음식이었다. 간혹 식당에서 나오더라도 식탁 끝으로 슬그머니 밀어놓았다.
신혼시절 무더운 여름밤. 퇴근하고 돌아온 밥상 위에 오이냉국이 놓였다. 당시만 해도 서로 어색하던 터라 싫은 기색을 못 내고 억지웃음을 지으며 오이냉국 한 숟갈을 입안으로 밀어 넣었다.
헐~ 대박! 장모님 냉국 엄청 맛있네요~
무더위에 지친 나는 연신 '대박'을 외치며 시원하고 새콤한 오이냉국을 두 그릇 비워냈다. 사위가 맛있게 먹는 모습에 기분이 좋으셨던지 장모님은 다음날 곰국을 끓일법한 큰 냄비에 오이냉국을 가득해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가셨다. 왜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30년이 넘도록 몰랐단 말인가?
며칠 전에 그 비결을 알게 되었다. 냄비에 매실액과 엄청난 설탕을 투하하는 모습을 보고만 것이다. 슈가보이 백종원이 연상된다. 어쨌건 이번 것도 맛이 기가 막힌다. 얼음을 둥둥 띄운 냉국 한 그릇이면 식욕이 절로 돌아온다. 무더운 여름 입맛 없는 날에 오이냉국 한 그릇 하시는 건 어떤지?
재료 : 오이, 파, 양파, 얼음, 매실액, 소금, 설탕
※ 설탕과 얼음을 과도하게 넣으면 오이 빙수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오이냉국과 가장 잘 어울리는 반찬은 삼겹살과 제육볶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