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슈밍아빠 Mar 29. 2016

집에서 회사일을 한다는 것

회사일이 많이 남아도 되도록 집에서 일을 하지 않는다.


집에서 일을 하는 순간 직장, 가정, 개인생활의 밸런스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필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가정생활이고, 가장 좋아하는 것은 개인생활이며, 가장 많은 시간을 쏟고 있는 것은 직장생활이다. 중요도나 선호도가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직장생활을 집에서도 한다는 게 불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을 집에 가져와서 해야 할 때가 있다. 지난 주말이 그런 경우였다. 금요일 퇴근 후 직장상사와 동료와 저녁식사를 같이 하게 되었다. 이럴 때는 야근이 하고 싶어도 등 떠밀려서 칼퇴근을 하게 된다. 회식 성격이 짙은 저녁식사에 술이 빠질 리가 없다.




필자는 평소에 술을 즐기지 않는다. 맨 정신으로 대화하거나 즐겁게 놀 수 있는데, 굳이 술기운을 빌려서 뭔가를 한다는 것이 달갑지 않다. 결정적인 것은 술을 못 마시니 다음날 숙취가 정말 싫었다.  


1차만 참석하고 거의 도망치다시피 집으로 돌아왔다. 시간도 늦었고, 술기운이 올라와서 일을 할 수가 없었다.  '주말이 이틀이나 남았으니 시간 날 때 마무리해야지'하고 미뤄둔 게 화근이었다. 토요일은 시외로 결혼식을 다녀왔고, 일요일은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일요일 저녁이다. 주말 내내 '일해야 하는데' 하는 불편한 마음이 있었고, 결국 일요일 밤이 되어서야 일을 마무리했다. 중간중간 딸아이의 유혹과 아내의 구박속에서 불편하고 서러운 마음으로 겨우 해치웠다.




문득 학창 시절이 떠오른다. 수업시간에 최대한 이해하거나 외워버려야 하는데 딴짓을 하고는 '집에 가서 정리하고 공부해야지' 하는 멍청한 생각을 종종하곤 했다. 그리고 집에 와서는 놀거나 다른 공부를 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그 과목은 성적이 좋지 않았다. 수업시간에 충실해야 한다는 불문율을 어긴 벌이다.


일이든 공부든 적합한 시기와 장소가 있다. 미루면 다른 일에도 지장이 생긴다. 마치 도미노처럼 다른 일정들도 무너진다. 그것이 다른 공부일 수도 있고, 휴식일 수도 있고, 가족들과의 시간일 수도 있다.

역시 무슨 일이든 미루면 안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회사에 연차를 쓴 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