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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밍아빠 Apr 04. 2016

회사 vs 회사원

회사원이 불리할 수밖에 없는 이유

올해로 직장생활 9년 차에 접어들었다. 4번의 입사와 3번의 퇴사를 경험했다. 현재는 관리직으로 근무하면서 급여, 입퇴사 등의 HR 업무를 하고 있다. 회사와 회사원의 관계는 회사원에게 불리할 할 수밖에 없다. 기업의 갑질 때문만은 아니다. 군대, 외국계, 중견, 대기업 등 다양한 환경에서 근무했지만 그 조직만의 문제가 아닌 대한민국의 잘못된 기업문화가 야기하는 문제다. 왜 이런 문제가 생기게 되었을까?


1. 일자리는 적고 일할 사람은 많다.

양질의 일자리를 원하는 사람은 많고, 일자리는 부족하다. 회사 입장에서 우수한 인력들을 언제든지 충원할 수 있다. 대우가 나쁘고,  불합리해도 적응하는 사람을 쓰면 된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알아서 나가는 구조. 들어오려는 사람들은 줄을 서 있다.


2. 시대 변화와 구성원들의 생각 차이

베이비붐 세대만 해도 평생직장이란 개념이 있었다. 그 조직에 충성하면 평생 다닐 수 있었다. 당시는 고속 성장기였다. 회사는 커지고 일자리를 늘어났다. 이직이 가능했지만, 하지 않아도 되는 시기였다. 특별히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면 한 직장에 계속 다니는 것을 선호하는 분위기였다. 기업문화는 지금보다 더 수직적이고 권위적이었지만, 24시간 업무에 노출된 환경이 아니었다. 스마트폰도 노트북도 없었다. 퇴근하면 업무는 종료. 외근을 나가면 찾을 방법이 없었다. 투명하지 않았지만 숨 쉴 수 있는 환경. 관계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시대였다.


지금은 어떠한가? 경제는 둔화되고, 회사는 어려워진다. 사람들은 안정적인 공무원을 선호한다. 이제 평생직장은 없다. 명예퇴직은 20대까지 내려왔다. 회사가 어려워지면 당장 몇 달 후 잘려도 이상할 것이 없는 그런 시대다. 변화를 체감하고 외국 문화를 접하는 청년층과 기존 문화에 익숙한 중장년층이 충돌한다. 가정에서 부모 자식 간에, 회사에서 상사와 부하직원 간에 생각의 차이를 줄이긴 힘들다.

내가 젊었을 때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다만, 아직 직장에서 파워는 중장년층이 쥐고 있다. 소위 말하는 요즘 애들이 이상한 것이다.  


3. 사내규정의 이중적 적용

회사의 모든 것이 사내규정대로 시행된다면 오히려 지금보다 편할 것이다. 일례로 출퇴근 문제를 들 수 있다. 근로계약서에는 분명히 출퇴근 시간이나 근무시간이 명시되어 있고, 거기에 정해진 급여를 제공한다. 정말 규정대로 한다면 출퇴근 시 회사 ID카드로 찍고 명시된 시간만큼 근무하면 된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회사원은 적다. 그것을 막는 것이 사람이다.


출근시간은 지켜야 한다.(사내규정에 따라)

퇴근시간은 지키면 안 된다.(계산적이고 이기적이다)

퇴근시간에 퇴근하거나, 야근했다고 초과근무를 올리면 인간성이 나쁜 것인 마냥 생각하는 이상한 문화가 있다.  출퇴근 시간을 명확하게 준수하면 다른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이다.


평가는 정량평가와 정성평가로 나누어진다. 하지만, 정량평가도 정성평가로 충분히 조정할 수 있는 구조다. 이것은 어떻게 손대기 어렵다. 그런 그릇된 방식으로 회사에 이익을 가져다주는(인건비 감소)것을 좋게 보는 문화도 분명 비정상적이다.


사람은 감정을 느낀다. 하지만 회사는 시스템에 따라 돌아간다. 규칙대로 처리하면 된다. 일례로 출퇴근 문제를 들 수 있다. 출근시간은 어기는 것을 나쁘게 생각하지만, 퇴근시간은 지키는 것을 나쁘게 생각한다. 퇴근시간을 챙기거나, 초과근무를 올리는 것을 계산적이고 이기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만든 이상한 문화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칼출근 칼퇴근을 해보자. 분명히 다른 곳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이다.

회사에서 평가는 정량평가(실적, 매출 등 데이터화 가능한 평가)와 정성평가(성실성, 충성도 등 주관적 평가)로 나누어진다. 하지만, 정량평가도 정성평가로 충분히 조정할 수 있는 구조다. 이것은 사람이 하는 일이라 손대기 어렵다. 상사의 도덕성이나 투명성에 맡길 뿐이다.




퇴사를 해본 사람은 알 수 있다. 퇴사를 결정하는 순간 회사는 이중적으로 요구한다.


1) 퇴직금 - 규정 준수. 아주 정확하게 나온다. 더 줄 거란 기대는 말자. 내 생각보다 적을 것이다.


2) 업무 - 규정 미준수. 퇴사 전에 더 많은 일(인수인계, 업무 마무리)을 시킨다. 퇴사 후에도 계속해서 업무 문의나 지원을 요청한다. 그에 대한 보상은 없다. 사람의 도리와 함께 일했던 정을 언급하는 경우가 많다. 회사에서 만족스럽지 못할 경우 책임감이 없다. 뒤끝이 안 좋다는 평가를 한다.   


3) 분위기 - 우리나라 기업문화상 퇴사를 곱게 보지 않는다. 해줄 수 있는 것(급여 인상, 경력계발, 복리후생)은 없으면서 붙잡으려는 경향이 많다. 근로계약서에 회사 규정상 30일 내에 통보를 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상당히 불편해진다. 아직 근무기간이 남았으나 시상, 교육기회 등 혜택에서 제외된다.

당신은 이미 우리 회사 사람이 아니다. 다만, 일은 책임감 있게 끝까지 다해라




회사는 정확하고 계산적인데, 회사원은 정확하고 계산적이면 안된다.  

회사는 요구할 수 있다. 남아있는 사람을 앞세운다.


상사와 동료는 불리한 요구를 하면서 이런 말을 한다.  

"내 얼굴 봐서 이렇게 한번 해줘", "같이 일하던 사람끼리 그 정도도 못해주냐?"


하지만  요구를 할 수 없다. 사람은 회사 뒤에 숨는다.

"나는 해주고 싶은데 회사에서 못하게 하자나", "규정상 그렇게 할 수가 없어"


전 직장에서 퇴직금이 생각보다 적게 나왔다. 근로기준법을 찾고, 노무사에게  문의해서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을 알았다. 회사에 전화를 걸어서 근거를 제시했다. 급여담당자는 정확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받을 수 없었다. 직속 상사와 친한 사람들을 괴롭혀서 나를 설득했고, 그들에게 불이익을 주겠다는 협박을 받았다. 나는 요구를 철회했다. 내가 퇴사한 후 회사는 퇴직금 체계를 바꾸었다.   




갑질의 주체

1) 악덕 오너 - 회사를 책임지고 이끄는 입장에서 그럴 수 있다. 보통 중소기업들의 경우가 많다. 대기업들은 임원선에서 알아서 해주는 경우가 더 많다. 인건비 축소는 회사 이익 개선에서 1순위다. 쉽고 단기간에 성과가 보이기 때문이다. 회사가 어려워지는 경우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오너의 양심과 도덕성에 따라 갑질의 여부가 좌우된다.  


2) 악덕 임원 - 오너가 아닌 이상 사장~말단 임원까지 똑같은 입장이다. 계약직이기에 짧은 기간 내에 성과를 내야 한다. 회사에 이익을 내는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단기간에 가장 쉬운 것이 역시 인건비 축소다. 월급 줄 사람 내보내고 월급 적게 주면 일은 똑같이 시키면 상대적으로 이익이 높아진다. 중장기적으로는 과연 어떠할지? 아랫사람 쥐어짜고 승진하고 임원 생활 연장하자는 주의가 문제.


3) 기회주의자 - 부하직원, 협력업체, 주변 사람들은 중요하지 않다. 내 출세를 위해서 윗사람에게 잘 보이고 성과 내면 된다. 성과만을 추구하는 이런 사람들을 애당초 뽑으면 안 된다. 조직문화 전체가 흔들린다. 이런 사람들이 성장해서 악덕 임원이 되면 회사는 이런 부류의 사람들로 득실대게 된다. 회사는 서서히 병들어간다.


※ 갑질의 주체를 보면서 회사의 오너와 임원들이 모두 나쁘다고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회사의 오너들은 세금납부, 고용창출, 사회환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에 기여하는 바는 일반 회사원들보다는 크다. 또한 능력 있는 임원들이 회사를 이끌어가기에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고 회사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외국계 기업문화에 대해서 인터넷에서 자주 접할 수 있다. 한 달씩 휴가를 떠났다는 이야기, 눈치보지 않고 퇴근한다는 이야기, 근무시간 외에는 메일을 보내지 않는다는 이야기, 남자들도 육아휴가를 자유롭게 쓴다는 이야기 등


이런 바람직한 기업문화를 만드는 것은 회사원들의 역할이다. 바람직한 기업문화를 만들 수 있게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리고 서서히 바꿔나가면 된다. 청년들이 훗날 오너와 임원이 되었을 때 바라고 꿈꾸었던 기업문화를 만들어가면 된다. 그런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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