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슈밍아빠 Sep 05. 2016

최고급 호텔 장어떡을 맛보다

현혹되지 말라.

지난 주말 회사 대표님 자녀분 결혼식에 참석했다. 덕분에 최고급 호텔에서 식사했다. 배는 고픈데 코스 메뉴는 식이 끝날 때까지 나오지 않았다. 선배들은 테이블 중앙에 놓여있는 떡에 시선이 집중되었다.


최고급 호텔이라 그런지 떡도 생소하고 고급스럽다. 다들 이게 무슨 떡인지 궁금해했다. 내가 나설 차례가 왔다는 것을 직감했다.


어휴~ 이 촌사람들! 이게 그 유명한 장어떡이자나요.
정력에 좋으니깐 어서 드세요.


이곳에서 식사해본 경험에 능청스러운 연기까지 더해 선배들은 '장어떡'을 철석같이 믿고 앞다투어 먹었다. 원래 농담 안 하는 사람이 진지하게 이야기하면 모두가 믿는다. 


'장어떡이 어딨어요? 이 순진한 사람들'이라는 말이 목구멍을 통과하려는 찰나 우리 테이블에 높은 분이 와서 앉았다. 그리고 한 선배가 말했다.


하나 드십시오. 유명한 장어떡이랍니다
오~맛있네.


시장해서인지, 체면 때문인지 그분은 장어떡의 존재를 믿었다. 우리 테이블에서 장어떡의 존재는 기정 사실화되었다.


잠시 후 그분은 중역들이 모여있는 테이블로 돌아가서 대화를 나누며 장어떡을 나누어 드시는 것을 보았다.




너무 웃겨서 혼자 배가 아파 죽을 지경이었다. 옆에 앉은 선배에게 귓속말로 이야기했지만, 중년의 선배들과 중역들의 장어떡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꺾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장어떡의 창시자가 되었다.


그날 플라시보 효과가 나타나서 힘이 솟았을까요? 장어떡이 백색 거짓말이 되길 바라며..


"그래도 그렇지. 이 사람들아 장어떡이 어딨냐?" 



 제 입맛에는 고급 코스 요리보다 분식집 돈가스가 더 맛있더군요. 

     

     참석자 중에 가장 멀리서(시골)에서 온 사람이 저였습니다.

     

     떡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무엇이든지 배우고 익히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