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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밍아빠 Oct 18. 2016

주말 가장의 역할

무엇을 위해서 일해야 하는지 깨달은 날

그때 아버지의 기분을 느꼈다

지난 주말. 아내와 딸의 손을 잡고 마트에 다녀왔다. 몇 주간 집안일에 무심했더니 냉장고가 휑하다. 간 김에 먹거리를 사고, 미뤄두었던 딸아이의 반지, 스티커북, 찰흙도 샀다. 연신 싱글벙글한 얼굴로 '아빠 고마워, 아빠 최고'를 외치는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 밤늦게 퇴근하시던 아버지가 술에 달아오른 얼굴로 나에게 장난감 로봇을 내밀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아빠, 나 홍삼 먹고 싶어

딸은 환절기에 감기를 유난히 달고 있었다. 혹시 면역이 약해서일까 걱정이 되어서 어린이용 홍삼을 사서 먹였다. 안 먹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기우였다. 매일 아침 홍삼을 소주잔에 따라서 원샷을 하는 딸을 보면서 '뭐 저런 게 있나' 싶었다. 2달을 꾸준히 먹였다. 덕분인지 감기도 안 하고 건강해 보인다. 다른 아이들은 잘 안 먹어서 걱정이라는데, 딸은 밥이든 간식이든 건강식품이든 잘 먹는다. 그래서 고맙다.


여보, 나 입을 옷이 없어

여자들은 항상 입을 옷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 아내는 진짜 입을 옷이 없다. 처음에는 검소한 아내가 마냥 좋았는데, 요즘은 좀 안쓰럽고 미안한 마음이 크다. 아내라고 왜 좋은 옷, 비싼 옷을 사고 싶지 않을까? 그래도 여기저기 비교하고 몇 번을 고민하다 결국은 안 산다. 이번에는 그냥 사고 싶은 옷을 몇 벌 사줬다. 물론 돈이 없어서 카드를 긁었지만, 일단 결제일까지 당당할 수 있다.


오징어볶음 먹으러 갈래?

아내는 직장과 육아에 항상 지쳐있다. 먹고 싶은 것이 많던 연애 때와 달리 요즘은 통 입맛이 없다고 한다. 그런 아내가 오랜만에 먹고 싶은 것을 말했다. 저녁때 오징어볶음을 파는 집에서 식사를 했다. 정체된 직장생활에 지쳐있던 아내는 최근 대학원 진학을 계획하며 활기를 되찾았다. 의욕적이고 긍정적인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게 가장 고맙다. 대학원 등록금이 걱정이지만 괜찮다. 할부가 있잖아.




처음에는 내가 더 능력이 있거나 수입이 많다면 아내와 딸이 더 행복할 텐데라는 생각을 했다. 돈이 많으면 여유롭고 편안해질 수 있다. 하지만 돈만 많이 벌어다주고 가족들이 함께할 시간이 없다면 마냥 행복하지는 않을 것 같다. 수입을 늘리는 준비를 해나가면서,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도 충실해야 한다. 밸런스를 맞추기 쉽지 않겠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기에 조금씩 전진하고 있다. 모든 것은 점점 좋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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