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희일비하지말고
나에겐 16살 차이의 형 같은 직장선배가 있다. 선배는 겉으로는 가벼운 듯 보이지만 생각이 깊다. 회사생활의 고민이나 걱정이 있다면 항상 조언을 구한다.
지난 4분기 팀 동료의 데이터 조작에 따른 평가 불이익을 받았다. 상사는 조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평가를 내렸고, 나는 상대적으로 피해를 받았다. 한 달 뒤 본사에서 데이터가 조작된 것을 파악한 메일이 내려왔다.
가슴이 답답했다. 죽어라 노력해서 만든 성과를 엑셀 데이터 조작질 몇 번에 빼앗기다니..
고민이 되었다. 상사의 평가에 도전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알면서 눈감아 주었는지, 모르고 평가를 했는지 알 수 없다. 평가를 정정하면 나의 평가는 좋아지지만, 동료와 상사의 평가는 나빠진다. 게다가 상사가 자신의 잘못을 본사에 인정해야 된다. 불편하고 껄끄러운 일이다. 하지만 넘어가기에 너무 억울해서 선배에게 상담 신청을 했다.
"예의를 갖추어서 살짝 언급하되, 알고 있는 눈치라면 그냥 넘어가라"
용기를 내어서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부장님, 11월 평가받은 사항 의문이 있어서 여쭤봅니다.
응, 뭐가 궁금해?
본사에서 데이터 오류 메일을 보냈는데, 혹시 평가에 반영이 되었나 해서요.
응? 나는 OO 씨가 준 데이터로 평가했는데.. OO 씨 데이터 한 장 출력해봐.
다행이다. 그래도 합리적인 분이라 재검토를 해주셨다.
맞는데, 어떤 부분이 의문이야?
본사 메일에 따르면 이 데이터가 오류라고 판명 났고, 사유 파악해서 보고까지 했습니다.
음.. 이 사유는 말이 되는 거야. 괜찮아. 또 있나?
'아.. 알고 계셨구나'
철저하고 꼼꼼한 분인데, 허술하게 평가 할리가 없다. 덮고 넘어가고 싶으신 거구나.
네, 알겠습니다.
더는 평가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분기 평가결과를 통보받던 날.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침울했다. 그 뒤로 한동안 의욕을 잃었다. 선배는 나를 불러서 점심을 사주며 위로해주셨다.
이미 끝난 일 가지고 신경 쓰지 마라. 직장생활 길게 봐.
의욕이 떨어져서 일하기 싫어요.
쓸데없는 소리한다. 나한테 진급 떨어지고 사표 쓰겠다던 사람들 지금 다 상무, 부장이야.
직장생활 20년 넘게 해온 선배는 많은 사람들을 봐왔다. 그들의 성장, 좌절, 장단점을 오랫동안 지켜보았기에 잘 알고 계신다. 선배의 따뜻한 말씀 덕분에 마음을 다 잡을 수 있었다.
선배가 지금 저라면 뭘 하시겠어요?
나는 기술 배울 거야. 나이 들어서 오래 일할 수 있는 기술
그게 뭔데요?
나야 모르지. 지금 할 것도 아니잖아. 으하하
직장생활은 1~2년 하는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 마라톤과 같이 꾸준히 하는 것이다. 항상 잘될 수가 없고, 항상 나쁠 수도 없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주어진 일을 해내면서 올라가는 것이다. 앞서가던 자가 따라 잡히기도 하고, 이탈하기도 한다. 실제로 과장, 차장은 먼저 달았으나 거기까지인 분도 있고, 진급 누락을 거듭했지만 마침내 부장, 임원까지 올라가는 분도 봤다.
확실한 것은 꼼수를 쓰는 사람은 잠깐 달콤하지만 오래가지 못한다.
※ 오래 일할 수 있는 기술이 뭐가 있을까요? 저는 글을 계속 쓰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