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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밍아빠 May 21. 2017

아버지 괜찮아요

우린 가족이니깐

내일 우리 집에 오시기로 했던 어머니께 문자가 왔다.


'병원에서 아버지 검진 결과 보러 오라고 해서 내일 못 갈 것 같다.'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부터 초조했다. 검진 결과가 어떻게 나왔을까? 아내와 나는 번갈아가면서 전화를 드렸지만, 어머니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오후 3시가 넘어서 어머니와 통화가 되었다.


"... 아버지.. 암이란다."


"아니 뭐가? 어디 가요? 얼마나 되었다는데요?"


"대장암이라는데.. 내일 검사를 더 받아봐야 된대..."


어머니는 길게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 다만, 목소리가 상당히 좋지 않았다.




미리 보고를 하고 퇴근시간이 되자 곧장 부모님 집으로 넘어갔다. 운전하는 한 시간이 느리게 느껴졌다. 현관문 번호키를 순식간에 누르고 뛰어들어갔다.


"뭐 어떻대요? 자세하게 말을 해봐요 좀."


나는 매우 흥분해있었다.


"빨리 왔네. 저녁은 먹었어?"


"아~저녁은 무슨, 여기 앉아서 좀 말해줘요"


부모님은 어두운 표정으로 마지못해 이야기를 해주셨다.


"내일 정확한 검사받고, CT 찍어봐야 알 수 있대."


아직 확실한 것은 없다. 괜찮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아무 증세도 없었으면 아직 초기겠네, 그거 요즘 수술하면 90% 이상 완치된데요"


나는 일부러 큰소리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떠들어댔다.


부모님은 그 와중에도 저녁밥 걱정만 하고 계셨다.


"밥이 없는데.."


"그럼 라면 하나 끓여먹을게요."


"라면도 없는데.."


"그럼 햇반 하나 데워 먹을게요."


"햇반도 없는데.. 사 오면 되지 뭐"




아버지가 햇반 사러 내려가신다는 것을 따라나섰다. 아버지와 단둘이 대화하고 싶었다. 마트까지 걸어가는 동안 아버지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평소보다 힘은 없었지만, 아버지는 긍정적이고 차분했다. 좋은 쪽으로 대화를 했고, 집으로 돌아올 때는 아버지의 표정이 한결 나아 보였다.


저녁밥을 먹는 동안 아버지와 어머니는 내 앞에 앉아계셨다. 사실 밥과 반찬이 무슨 맛인지 잘 몰랐다. 그저 입으로 떠 넣으면서 뭔가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치료 이야기부터 정치 이야기, 회사 이야기, 손녀 이야기까지 나는 계속해서 열심히 주절댔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동안 부모님의 표정이 풀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중에는 농담도 하고, 장난도 치는 것을 보고 안심이 되었다.


"내일 같이 병원 가요. 나 연차 썼어"


같이 갈 필요 없다고 손사례를 쳤지만, 함께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럼, 내일 아침에 봐요"


부모님은 배웅하고 저녁 바람을 쐬며 걷고 싶다고 하셨다. 돌아오는 길에 부모님을 찾아뵙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분에서 있었으면 여전히 어두웠을지 모르니깐..





다음날 부모님과 함께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아직 초기라는 진단 결과를 받았습니다. 전이된 곳도 없고, 수술하면 완쾌된다는 말씀에 마음이 놓이네요. 너무 다행스럽고 감사해서 부모님을 모시고 점심식사를 하러 간 자리에서 막걸리 한잔을 들고 축하드린다는 건배를 했습니다. 아버지가 암환자를 앞에 두고 너무한 것 아니냐고 하셨지만, 계속해서 가족들이 함께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 감사한 하루였습니다. 아버지, 앞으로도 건강하게 오래 사세요!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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