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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밍아빠 Jun 29. 2017

이유 없는 연락이 기다려지는 이유

의미 있는 존재가 되는 기분

잘 사나? 아직 OO 다니나?


전 직장 동기에게 카톡이 왔다.

 

"네, 형님 잘 지내시는지요?"
"응잘산다. OO백화점 있나?"


그 동기는 나에게 물건 싸게 해줄 혜택이 있는지만 물어보고, 별로 도움이 안 되자 더 이상 톡을 보내지 않았다. 예전에도 보험상품 같은 것을 들라고 하더니, 별로 필요가 없다고 하자 연락이 끊기던 사람이었다.


가끔 연락해서 나에게 얻어갈 수 있는 혜택만 요구하는 사람이 있다. 별로 좋게 생각되지 않는다. 회사 다른 부서에는 도움이 필요할 때는 찾아와서 인사하고 부탁을 하지만, 그 일이 끝난 후로는 눈도 안 마주치는 사람이 있다. 두 번 다시는 그 사람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가까이할 필요가 없다. 내가 가진 "혜택"만을 보고 접근하는 사람이다. 굳이 내가 아니더라도 혜택을 가진 사람에게 접근할 것이고, 혜택이 없는 사람은 무시한다.


살다 보면 부탁할 일이 생기고, 부탁받을 때도 있다. 그래서 평소에 원만한 관계를 맺어놓는 것이 좋다. 그리고 똑같은 부탁을 하더라도 평소에 나와 어떤 관계였는지를 떠올리게 된다.

 


 

연락이 올 때 가장 반가운 사람은 별 이유 없이 연락하는 사람이다.


"그냥"
"생각나서"
"보고 싶어서"
"잘 지내나 해서"
"목소리 듣고 싶어서"


이유 없이 연락하는 사람이 그립다.

그 사람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된 것 같아서..





최근에 그런 연락을 받은 적이 드물다. 하루에 수십 통의 통화를 하고, 수백 개의 톡이 오지만,

대부분 업무협조, 지시, 요청하는 내용이다.  


오랜만에 연락이 온 지인들은 결혼, 돌잔치, 부고 등의 내용이다.


이유 없는 연락을 받고 싶다.

나조차 그러지 못했으니, 바라기만 하는 건 욕심이겠지.


OO야, 잘 지내지? 그냥 생각나서 전화했어


며칠 전부터 연락이 끊겼던 친구들에게 전화를 한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런 질문을 받았다.


"근데 따로 할 말 없고?"
"어, 별 거 없어. 난 결혼했고, 돌잔치도 했고, 뭐 팔아달라고 안 할 테니 맘 편하게 통화하자!"


친구는 그제야 무안하게 웃었다.  

나와 비슷한 마음이었나 보다. 나와 같은 연락을 기다렸나 보다.

오랜만에 마음 편하게 추억들을 들춰내며 웃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연락이 뜸했던 친구들을 하나둘씩 모았다.


어느덧 카톡방은 30명이 넘었다.

반가움에 안부를 묻기도 하고, 약속을 잡기도 한다.


무뚝뚝한 사내들이 이렇게 말이 많았었나?

그래, 그때는 이런 것이 없었으니깐..


오늘 아무 이유 없이 친구에게 전화 한 통 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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