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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밍아빠 Jul 11. 2017

#23. 나도 연애를 하고 싶다.

비 오는 날은 특별하다.

비 오는 날은 특별한 느낌이 있다.

평소보다 울적한 마음이 들고, 감성적이 된다.


평소와 다르다는 것은 어쩌면 새로운 기회이기도 하다.

특별하니깐 마음이 더 말랑말랑해진다.


비 오는 날이면 연상되는 영화가 있다.

엽기적인 그녀, 클래식..

영화 '엽기적인 그녀' 中
영화 '클래식' 中

남녀가 함께 옷으로 머리를 가리며 빗속을 달려가는 장면..

그 장면이 너무 강렬했다. 그래서 그런 영화 속 장면을 꿈꾸기도 했다.


여자들은 '늑대의 유혹', '도깨비'를 많이 떠올린다고 했다.

강동원이나 공유 같은 남자가 우산속으로 들어오는 상상을 한다나?

영화 '늑대의 유혹' 中
드라마 '도깨비' 中




대학교 1학년. 나에게도 그런 사랑이 오는가 싶은 날이 있었다.


5월의 봄날.

대학 친구들과 여의도로 놀러 갔다. 이제 막 친해진 남녀가 삼삼오오 모였다. 사실 나는 약간 들떠있었다. 남녀가 함께 놀러 간다는 자체가 매우 낯설었기 때문이다.


친구 중에 별로 꾸미지 않는 수수한 여자아이가 한 명 있었다.


그날따라 원피스를 입고 왔다. 저 애가 원래 예뻤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벚꽃 구경을 하고, 돌아다니는 동안 비가 내렸다. 하나,둘 우산을 쓰는데 난 우산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우산 쓴 남자 둘 사이로 머리부터 밀어 넣으며 옥씬각씬하는데,


누군가 내 팔을 끌었다. 예쁘게 꾸미고 온 그 아이였다.


"나랑 같이 쓰자."
"어? 그.. 그래"


지금 같으면 능글하게 우산 쓴 여자들 틈으로 끼어들겠지만, 대학교 1학년 때의 나는 건축학개론의 '승민'보다 더 숫기가 없었다.


비가 내린 덕분에 그 아이랑 종일 붙어 다니게 되었다. 가끔 그 아이가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거나 가까이 다가올 때면 나 혼자 움찔했다.


설렘. 심장은 계속 두근거렸다.

자연스러웠던 그 아이와 달리 나는 어색하고 불편했다.  그렇지만 나쁘지 않은 감정. 오묘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친구들은 둘이 분위기가 좋아서 일부러 거리를 두고 다녔다고 했다. 나는 긴장해서 그런 것도 몰랐다. 오늘따라 친구들이 왜 그러는지 야속할 뿐이었다.


친구들이 하나둘씩 돌아가고 둘만 남았다. 아마도 자리를 피해 준 모양이다.


버스를 타러 가는 길에 비가 더욱 세차게 내렸다. 우리는 우산 속에서 더 가까워졌다. 옷이 다 젖을 것 같아서 잠시 정류장에서 비를 피했다.


가끔씩 차가 지나가는 고요한 저녁이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어느 순간 대화가 끊어졌다.(나는 옆에 앉은 그 아이를 바라보지 못하고 앞을 보고 대화를 했다.)


옆을 보니 말없이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심쿵. 아마도 동공에 지진이 났을 것이다.

드라마였다면 키스타임이었을까?


나는 무슨 말을 했는지, 어떤 행동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엄청나게 당황한 것은 확실하다.

그 아이는 그만 웃음을 터트려버렸다.


"아유~ 됐어! 버스 왔다. 가자. 내가 지하철역까지 데려다줄게."
"어? 그래.. 고마워"


나는 끝까지 어버버 했다.

그 아이는 지하철역에서 싱긋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나는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돌아왔다. 정말 부끄러워서 어디든 숨고 싶었다.


그 아이는 예뻤고, 내 가슴은 두근거렸다. 나는 바보 같았다.




다음날은 비가 오지 않았다. 그 아이도 다시 수수한 차림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인사를 했다. 하지만 한동안 그 아이를 피해 다녔다. 괜히 혼자서 쑥스러웠기 때문이다.


비오는 날이 특별했던 것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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