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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밍아빠 Aug 24. 2017

#25. 나도 연애를 하고 싶다.

집에 바래다준다는 것은

딸아이와 마트 다녀오는 길. 아파트 주차장에 비스듬히 새워진 차에 비상등이 깜빡인다.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차 주위를 서성인다. 주변을 둘러보더니 차창 사이로 머리가 들어갔다 나온다. 웃음소리가 들리며 몇 차례 더 들락날락한다.


차 안의 남자가 연인인 것 같다. 집에 바래다주고, 아쉬움에 떠나지 못하는 것일까?


차에서 잠든 딸아이를 품에 안은 채 나는 달달한 장면을 한참 바라보았다. 흐뭇했다. 예전의 내 모습이 생각나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집에 바래다준다는 것은 기분 좋지만 아쉬운 일이기도 하다. 헤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연애를 해봐야 헤어짐의 아쉬움을 안다


20대 때 집 앞이나 버스터미널에서 껴안고 이별을 아쉬워하는 연인들을 보면 눈살을 찌푸렸다. 특히 솔로였던 시기에는 부러움반, 짜증반이었다.


나도 연애를 하면서 그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집 앞에서 한 시간째 들여보내지 않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달콤했다. 이웃이나 가족이 볼까 봐 몰래하는 키스는 짜릿했다.


장거리 연애를 할 때는 버스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고 하트를 날렸다. 잠깐 헤어짐이 아쉬웠다. 다시 보려면 일주일이 걸릴지, 한 달이 걸릴지 기약이 없었다. 혹시 다시 못 보는 것은 아닐까? 내심 두려운 마음도 들었다.


못내 아쉬운 마음을 달래려고 통화를 한다. 그녀도 아쉬워하고, 나를 그리워한다는 것이 고맙고 신기했다.



집 앞에 바래다주는 것이
옳은 것만은 아니다.
 

20대의 나는 데이트 후에 집에 바래다주는 것이 매너인 줄 알았다. 그래서 썸을 타던 사이에 집 앞에 데려다 주려다가 거절당하고 무안했던 적이 있다. 부담스럽다는 이유. 아직 그럴만한 사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일수도 있고..



연애 진도에 따라 바래다주는 이유가
달라야 한다.


썸 타는 시기는 부담스럽지 않게 근처에 볼일이 있어서 우연히 바래다준다는 뉘앙스가 좋고,


"나도 근처에 볼일이 있어. 같은 방향이니깐 가는 길에 데려다줄게"


사귀는 사이에는 생색 내기 위해 일부러 바래다준다는 것을 어필하는 것이 좋다.


"내가 지금 피곤하고 바쁘지만, 너니깐 집 앞까지 데려다줄게"


여자의 사양은 잘 판단해야 한다.


정말 사양하는 것인지, 예의상 사양하는 것인지..

어렵다. 아직도 어렵다.


말의 의미, 풍기는 분위기, 바디랭귀지,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짧은 순간에 숨겨진 의미를 잘 파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눈치 없고, 센스 없는 사람'이 된다.


"집까지 바래다줄게."

"아니야, 가까우니깐 혼자 가도 돼"

→ 똑같은 말속에 수많은 의미가 중첩되어 있다.


아내와 사귀기 전에 집 앞에 바래다주겠다고 실랑이를 하다가 정색하고 화내는 모습을 봤다.


다행이다. 이제 여자를 집 앞에 바래다줄지 말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 연인이나 아내는 무조건 바래다주는 것이 정답입니다. 소중한 사람이잖아요.


'연애 젬병의 연애 도움말' 매거진을 아내가 읽으면서 그러더군요.

"아이고~ 그렇게 설레셨어요? 심쿵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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