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위한 워밍업
8월 31일. 브런치에 마지막 글을 올렸다.
9월 한건의 글도 올리지 못했다. 끄적여둔 메모들은 많으나 발전시키지 않았다.
밥 먹듯이 글 쓰고, 생각이 곧 글이 되었으면 하는데, 아직 그 정도 수준까지는 한참 멀었다.
하루의 시간을 직장, 가정, 개인
3 등분해서 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정(집안일, 딸과 놀아주기, 아내와 대화)에 할애하는 시간이지만, 실제 시간은 직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다. 개인 시간은 직장, 가정에서 아껴서 빼낸 시간으로 사용한다. 주로 새벽시간, 점심시간 등이다.
업무 특성상 집중해서 끝내고, 쉬는 시간이 있는 일이 아니다. 끝나지 않는 작은 일들이 계속 반복되는 동안 굵직한 일이 듬성듬성 내려온다. 굵직한 일을 해치우는 동안 작은 일들이 누적된다. 그것들을 처리하는 동안 굵직한 일이 또 내려온다.
9월은 굵직한 일들이 많았다.
1. 3분기 마감
평가와 연관되어서 신경 써야 할 일이 많다. 곧 KPI와 인사고과로 연결된다.
2. 지사 정기교육
100여 명의 직원들을 모아서 하루 동안 집합교육을 한다. 교육자료부터 준비할 것이 많다.
3. 해외연수
근무시간에 회사 돈으로 여행을 간다. 즐겁지만 공백 기간 일을 미리 처리해야 한다.
그래서 정신없고, 마음이 붕떠있었다. 그 와중에 아내의 대학원이 개강해서 일찍 퇴근해서 딸아이를 돌봐주고, 수업이 마치면 모시러 다녀오면 늦은 시간이다. 일찍 퇴근하느라 끝내지 못한 일을 마무리한다.
그러니 책상 앞에서 커피 한잔 하면서 글 쓴다는 것은 영화에 나올법한 판타지 한 일이었다. 아예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접었다. 그래도 예전처럼 글을 쓰지 못한다고 짜증을 내거나, 죄책감을 갖지 않는다. 기다리면 지금처럼 기회가 오니깐.. 글 쓰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아니기에 스트레스받지 않으려 한다.
그렇지만 개인 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새벽 운동을 꾸준히 했고, 자투리 시간에 책을 읽었다. 마케팅, 트렌드, 자기계발서, 소설, 에세이 등 가리지 않고 마구 읽었다. 다른 장르는 그렇다 치고, 다시 소설을 읽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나는 소설을 좋아하지 않았다.
읽으면 머리가 복잡해지고, 배우는 것이 없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였다. 의미 파악하기도 싫었다. 그래서 멀리했다. 연휴 때 10년 만에 다시 소설책을 들었다.
한강의 <채식주의자>
어머니 서재에 놓여있던 책이다. 빨려 들어가듯이 2시간 만에 읽었다. 유명한 상을 받고 극찬한 책이지만, 의미 파악에는 실패했다.
내 수준이 그것밖에 안된다. 사건의 흐름을 세명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생각한다는 것이 재밌었다. 글을 쓴다면 소설을 읽는 것이 도움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소설책을 읽어봐야겠다
연휴에 가족들과 대학교에 다녀왔다.
졸업하고 10년 만이다. 변한 것이 많았지만, 변치 않은 것들을 찾으려 애썼다. 그때는 상상도 못 하였다. 직장 다니고, 결혼하고, 가족과 함께 다시 캠퍼스를 거닌다는 것을..
새로 생긴 신도시에서 오래된 벗과 식사를 했다. 서로의 가족들과 함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오묘한 느낌이 좋았다. 전혀 다른 시간과 공간을 합쳐버리는 기분이 좋았다. 나로 인해서 그것들이 연결된다는 만족감.
가족들과 묵을 숙소가 마땅치 않았다. 가성비 좋은 숙소는 이미 예약이 끝났고, 성수기 요금을 내면서 비싼 호텔에 묵기는 아까웠다.(스튜핏!) 고향으로 내려간 동생의 방에서 이틀을 묵었다. 방값으로 선물용 고급 주류세트와 영화관람권 2매를 주었다. 2박 3일 일정을 큰 비용 쓰지 않고 잘 지내다가 내려왔다.
9월에 새로운 경험들을 많이 했으니, 10월은 그 에너지를 받아서 열심히 글을 써야겠다. 글쓰기를 멈춘 동안에도 구독자가 늘어나고, 읽어주는 분들이 많으니 힘을 내야겠다. 무엇보다 글을 쓴다는 것은 행복하고 즐거운 일이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