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의는 선순환을 낳는다
여보, 너무 배가 고파
샤워를 하고 나오는데, 아내가 애절한 눈빛을 보낸다. 시계를 보니 밤 10시다.
"간식거리 없어?"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냉장고를 연다.
"바나나, 방울토마토, 고구마 있어."
"그건 싫어"
"그럼 당신 좋아하는 핫도그 데워줄까?"
"아니, 별로.."
평소 같았으면 야식이 몸에 좋지 않다고 참으라고 했겠지만, 왠지 마음이 짠했다.
지난주 잦은 출장과 야근으로 감기몸살이 걸린 아내는 수척해 보였다.
"뭐가 먹고 싶은데? 내가 다 사다 줄게"
"떡볶이 같은 것 파는 곳 있으려나?"
"당연히 있지. 조금만 기다려"
나는 다시 옷을 주섬주섬 입었다.
운동도 되고, 아내에게 점수도 딸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긍정적인 효과만 떠올렸다. 생각을 바꾸면 된다.
최근 들어서 우리 부부는 야근과 출장이 잦았다. 맞벌이 부부들은 알겠지만, 한 명의 퇴근이 늦으면 남은 한 명이 힘들다.('독박 육아'라고 하더라..)
그것 때문에 종종 싸우곤 한다. 하지만 지난주 아내의 대학원 수업, 서울 출장, 회식 등으로 5일 내내 늦었지만, 매일 칼퇴근하고 딸을 돌보며 버텨냈다.
문득 퇴근이 늦었을 때 짜증내던 아내의 모습이 떠올랐다.
'복수할까? 아니, 그냥 됐다.'
내가 조금 더 노력하면, 가족들이 더 행복해질 거라 생각했다.
나의 호의는 선순환으로 돌아왔다.
월, 화 이틀 야근과 회식으로 늦었지만, 아내의 카톡은 예전과 달랐다.
"일찍 오려고 눈치 보고 애쓰지 말고, 맘 편하게 일 보고 오세요^^"
그 한마디가 업무와 회식으로 지친 내 마음을 녹여주었다. 서로에게 고마움과 미안함만 마음에 담아두면 된다.
선순환은 선순환을 낳는다. 늦은 밤 야식 심부름도 일종의 선순환이 아닐까?
결혼하고 나서야 우리는 서로가 너무도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연애할 때는 공통점만 보이더니..
결혼 6년 차. 우린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부족한 부분을 잘 채워나가고 있다.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우리는 점점 행복해질 것이다.
※ 떡볶이와 어묵을 사 왔는데, 아내와 딸이 나란히 앉아서 오물오물 잘 먹네요. 사 오길 참 잘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