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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밍아빠 Oct 22. 2017

아빠도 한때 화가를 꿈꾸었다.

딸아이에게 무슨 말을 해줘야 할까?

가족들과 교보문고에 갔다.

아내가 대학원 과제를 하는 동안, 딸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줄 생각이었다. 아동코너 쪽으로 가니 갑자기 딸의 행동이 분주해졌다. 뭔가를 발견한 것이다.


석고상 색칠 체험 프로그램

흰색 캐릭터 석고상을 구매하면 물감으로 색칠하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딸은 작은 마시마로 석고상을 꼭 쥐었다. 가격이 13,000원? 너무 비싸다. 하지만 외면하기에는 나를 바라보는 딸의 눈빛이 너무 반짝였다.


책상에 앉아 앞치마를 하고,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서 물감 색칠을 시작했다. 붓을 쥐는 것과 물감 색칠은 처음인데 잘한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니 어릴 적 내 모습이 떠오른다.


나는 유난히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초등학교 6년 동안 미술학원에 다녔다. 단지 그림 그리는 것이 좋았다. 교내, 시, 도 대회에서 상을 받았다. 잠시 화가를 꿈꾸었다. 콧수염을 기르고, 베레모를 쓰고, 붓을 쥔 만화 속 주인공이 멋져 보였다.


주변에서 만류했다.

"미술 하면 굶어 죽는다."
"공부해야지. 무슨 미술이야?"


어린 나이에 덜컥 겁이 났다. 그래서 학원을 관두었다. 여전히 미술시간이 좋았지만, 점차 입시공부로 인해 미술은 점점 멀어졌다.


대학에 진학하고서야 깨달았다. 미술을 해도 밥을 굶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미술로 학교에 온 친구들은 산업디자인, 의상디자인 등 학과로 진학했다. 졸업 후 디자인, 게임, 자동차, 의상 회사 등 다양한 분야에 취업해서 나보다 잘 살고 있다. 순수 미술을 전공한 친구는 교직을 이수하고 선생님이 된 친구도 있다.


나에게 겁을 주던 어른들은
그 길을 가보지 않은 사람들이다.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조언은 사실 신빙성이 떨어진다. 막연히 그럴 것이다는 생각으로 조언을 한다.

"판검사나 의사가 되어야 한다"

그 길을 가보지 않은 사람들은 그 직업의 겉만 보고 판단한다. 장점만 듣고, 사회적 인식만 믿고 추천한다. 막상 그 직업에 종사하는 친구들의 말을 따르면 나름 고충과 어려움이 있다. 적성이 안 맞아서 진로를 바꾼 친구도 있다.



집중해서 사진찍는 것도 모르고 있다

추억에 빠져있는 동안 딸이 석고상 채색을 완성했다. 체험하는 선생님이 칭찬해주셨다.


"집중력도 좋고, 꼼꼼하게 잘하네요. 평소에 물감 색칠을 자주 하나 봐요"

"색연필로 그림 그리는 것은 좋아해서 자주 하는데, 물감 색칠은 처음이에요"

"또래에 비해서 참 잘해요. 미술 쪽으로 재능이 있는 것 같아요"

"네, 칭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딸아이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그림을 그려서 들고 뛰어온다. 그때마다 아내와 나는 칭찬해준다. 잘 그리는 것 같기도 하고, 아이의 자신감과 성취감을 키워주고 싶어서다. 


좋아하는 일은 계속하게 된다. 그럼 잘하게 될 확률이 높다. 자신감이 붙고, 칭찬을 받는 일도 마찬가지로 자꾸 하고 싶다. 딸은 앞으로도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할 것 같다. 아이가 더 자라서 미술로 먹고살겠다면 나는 무슨 대답을 해줘야 할까?



※ 딸이 사회적인 부나 지위를 가지는 것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행복한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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