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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밍아빠 Oct 27. 2017

유아 사춘기! 미운 다섯 살!  

릴랙스 또 릴랙스

평일날 아내와 통화는
대부분 딸에 대한 이야기

출근하면 퇴근 전까지 아내랑 통화하는 일이 드물다. 서로가 통화가능한 타이밍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사 제쳐놓고 통화할 때가 있다. 바로 딸에 대한 이야기다.


"여보, 오늘 슈밍이가 보리차 티백을 뜯어서 버리더라고"

"그래? 안된다고 이야기하지"

"나쁜 행동이라고 했는데, 나를 보더니 더 많이 뜯어서 버렸어"

"그래서 어떻게 했어?"

"엉덩이를 때려줬는데, 안 아프다고 소리 지르면서 멈추지 않더라"

"이거 유아 사춘기 아냐?"


드디어 왔나? 미운 다섯 살

딸과 대화가 잘 통한다고 좋아하던 게 최근이다. 요즘은 말을 다 이해하면서 거꾸로 행동하고, 삐딱하게 대답한다. 혼을 내면 분명 자신의 말과 행동이 잘못된 것을 아는 눈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쁜 말을 하고, 눈을 흘기는 등의 행동을 한다. 유치원에서 또래에게, 집에서는 어른들에게 배운 것 같다.


"아빠 나빠! 아빠가 제일 싫어!"
"할머니 우리 집에 오지 마. 제일 보기 싫어!"
"엄마 바깥에 내쫓을 거야!"
"흥, 거짓말!"


아이가 하는 말이지만, 어른도 말에 대한 상처가 조금씩 마음에 남는다. 어쩌면 그만큼 아이가 상처받은 마음을 표현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처음에 아내와 나는 당황했다.


"그런 말은 나쁜 말이야!"


라며 호되게 질책하고 엉덩이를 때려주기도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딸은 더 고집을 부리고 엄마, 아빠 속을 뒤집어놓았다.


접근방법을 바꿔보았다.

역시 나보다 이성적인 아내가 적합하다.  딸아이의 마음을 우선 들어주고, 달래주는 방법을 써보기로 했다.


"우리 슈밍이가 마음이 상했구나!"
"뭐가 섭섭했는지 이야기해볼래?"


혼내지 않고, 조용히 말하자 딸아이는 떼쓰는 행동을 멈추고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속이 상했구나!"
"그렇게 한건 엄마, 아빠가 미안해!"
"그렇지만 이런 행동한 건 잘못된 것 알고 있지?"
"엄마, 아빠도 속이 상했어. 사과해줄래?"
"엄마, 아빠 말 들어줘서 고마워! 참 착해! 안아줄래? 뽀뽀"


딸은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지 않고, 엄마 아빠를 꼬옥 안아주고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주말이
힘들 때가 있다.

함께 놀아주고,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지만, 딸은 마음에 차지 않았을까? 심술을 부릴 때가 있다. 항상 위의 경우처럼 좋은 말만 나오지 않는다. 아직 부모로서 인격수양이 덜 된 탓일까?


그래도 아내는 이성적으로 방법을 잘 사용하지만, 나는 혼내고, 엉덩이를 때려줄 때가 많다. 육아 관련된 책에서 '유아에게 호된 꾸중이나 매는 적합하지 않으니 자제하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이론적으로는 잘 안다. 하지만 좋은 말보다 화를 내고 엉덩이를 때려주는 나의 심리는 뭘까?


"당신은 화를 못 이겨 화풀이하는 것 같아"


참 부끄럽다. 나는 딸이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기를 바라는 걸까? 꾸중이 먹혀들지 않는 것에 화가 난 걸까? 너를 위해서 이렇게 노력하는데 몰라주는 것에 대한 섭섭함일까? 어쩌면 딸보다 더 유치하고 어린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제 곧 주말이다. 다시 다짐을 한다. 이번 주말도 우리 즐겁게 잘 지내보자!



※ 우리나라 남성이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하루 평균 6분이라는 라디오 방송을 들었습니다. 저는 평일에는 2시간, 주말에는 12시간 넘게 아이와 보내니깐 좋은 아빠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의 양보다 질이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딸이 커서도 친구 같고 대화가 통하는 아빠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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