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관계에 놓이다.
삼각관계가 뭐길래?
드라마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 바로 삼각관계다.
대개는 세 남녀 간의 미묘한 연애관계를 삼각관계라고 한다. 하지만, 환경이나 대상의 매력에 따라서 사각, 오각 등 다각관계에 놓이기도 한다.(공대나 군대에서는 수십대 일의 관계가 생기기도 한다)
삼각관계의 당사자일 경우 예민하고 불안하지만,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이렇게 재밌는 구경거리가 없다. 살면서 한 번쯤은 삼각관계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필자도 삼각관계를 경험했다. 사랑을 이루기도 하고, 슬픔을 맛보기도 했다. 재밌는 것은 제삼자가 나타나서 이성과 연인이 되는 반전을 겪기도 했다. 그럴 경우에는 라이벌이었던 상대가 좋은 술친구가 되기도 한다.(함께 슬픔을 달래며 의기투합)
필자를 두고 두 명의 여자가 싸우면 어떻게 할지 고민을 해보았지만, 불행히도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결혼하고 나서 그 바람이 이루어졌다. 아내와 딸이 필자를 두고 삼각관계를 형성하지만, 둘이 편을 이루어 필자를 공격하는 아름다운 엔딩이 이루어진다.
첫 번째 이야기
대학시절 동기들과 삼각관계에 놓인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여자동기가 얄밉게도 다 같이 만나거나, 양쪽과 번갈아가면서 데이트를 한 것 같다. 누가 더 괜찮은지 판단을 한 것일 수도 있고, 한 명을 배재시키기 미안하니깐 다 같이 만나는 나름 배려였는지도 모른다.
결론은 필자의 패배. 필자는 아직 더 호감을 쌓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남자 동기가 먼저 선수를 쳤다. 단둘이 있을 때 고백을 했고, 둘은 연인이 되었다. 어쩌면 필자의 용기가 부족했었는지도 모른다. 더욱 참담했던 것은 커플은 짧은 만남을 가지다가 헤어졌다. 겨우 그렇게 만나려고 나의 사랑을 깨트렸던 것인가?
헤어지고 나서 다시 대시를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지만 사랑도 타이밍이라고 했다. 필자는 그때 이미 다른 사람을 마음에 품고 있었다. 삼각관계의 꼭짓점에 있던 여자 동기는 한동안 솔로로 지냈다. 공백 기간 없이 사랑이 찾아오면 좋겠지만 그 또한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두 번째 이야기
선배와 경쟁관계에 놓은 적이 있다. 선배는 군대를 다녀온 예비역에다가 능글능글하고 술꾼인 상남자였다(장비를 닮았다) 나는 한창 기합이 들어있는 3학년 ROTC 후보생이었다. 원래 예비역들은 ROTC를 좋아하지 않는다. 술자리에서 선배가 나를 불러서 말했다.
"야, 알티! 너 깝죽거리지 마라"
"알티가 아니라 알오티씨입니다."
"어쨌든 OO한테 껄떡거리지 말고, 접어라"
"저도 OO 좋아합니다."
"하아~ 이 XX가.. 자 마셔"
선배는 나에게 계속 술을 먹였다. 술을 잘 못 마셨지만, 눈을 부릅뜨고 둘이서 주거니 받거니 마셨다.
선배는 재미가 떨어졌는지 자리를 옮겼다. 삼각관계의 그녀 앞자리로 가더니 술을 권했다. 싫어하는 것이 보이는데 자꾸만 술을 먹이려고 했다. 멀리서 그걸 보고 있자니 화가 치밀었다. 분명 무서운 선배였는데 술기운에 그 앞으로 걸어간 것까지 기억난다.
다음날 나는 선배 자취방에 누워있었다. 옆에는 눈 주위가 시퍼런 선배가 코를 골고 있었다. 술자리에 있던 사람들에 따르면 내가 선배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고 했다. 정말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내가 미쳤구나.'
도망가려고 슬그머니 일어나는데 선배가 벌떡 일어났다. 선배는 주섬주섬 옷을 입더니 따라 나오라고 했다.
'이제 저 괴물한테 두들겨 맞는 건가?"
선배는 근처 해장국 집으로 데려가서 해장국을 사주었다.(술을 또 시켰다ㅜㅜ)
"임마! 아무리 사랑이 좋아도 그렇지 선배를 치냐?"
"죄송합니다."
"그래, 너 많이 사랑해라."
"선배님, 감사합니다."
"아오~ 눈이야. 술따라 임마"
마음이 태평양같이 넓은 선배 덕분에 삼각관계는 끝이 났다. 물론 얼마 후 그녀와 연애를 시작했다. 하지만 술자리에 갈 때마다 선배의 놀림을 들어야 했다.
"저 XX야 저거. 술 먹고 선배 친 XX. 너 일루와서 술 받아"
삼각관계가 몇 차례 더 있었지만 연애 경험이 쌓이고 나이를 먹으면서 간사해졌다. 애당초 삼각관계의 상대 남성(라이벌)이 나보다 유리하거나, 이성과의 분위기가 좋다는 생각이 들면 마음을 접어버렸다. 상처받기 싫고, 시간과 감정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삼각관계는 용기 있는 자가 유리하다. 용기라는 것이 저돌적인 막무가내 들이대는 것이 아니다. 기다릴 줄 아는 것도 용기. 나아갈 줄 아는 것도 용기. 상대를 배려하는 것도 용기다. 어렵다. 사실 필자도 언제 기다리고, 언제 나아가야 할지 아직도 모르겠다.
* 드라마 '고백부부'의 유치한 삼각관계 다툼에서 과거의 추억을 들춰봅니다.